저자
미하일 불가코프
미하일 불가코프 Mikhail Bulgakov
체호프의 뒤를 잇는 ‘의사 작가’이자 20세기 러시아 문학의 거장인 불가코프는 1891년 키예프에서 태어났다. 아버지는 키예프 신학교 교수였다. 키예프 대학 의학부에 입학한 그는 1916년 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한 후 스몰렌스크와 키예프에서 의사로 활동했다. 그가 의사 일을 그만둔 이유는 러시아가 혁명의 폭풍 속에서 극도의 혼란에 빠져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혁명이 일어나자 그에 반대하는 백군에 가담했고, 내란이 종식되자 모스크바로 옮겨 와 작가의 길을 걸었다.
그의 데뷔작인 연작 소설 『젊은 의사의 수기』(1925~1927)나 중편 소설 「모르핀」(1927)은 의사로서의 경험이 십분 발휘된 작품들이다. 불가코프는 이들 작품에서 의대를 졸업하고 처음 현장으로 나간 젊은 의사들이 어떻게 의료 현장에서 적응하는지, 실제 수술은 어떻게 이루어지는지, 약물 중독의 정신적 피해가 얼마나 치명적인지, 의학적 세계관과 사회 개혁은 어떤 관계가 있는지 심도 있게 묘사했다. 의학 잡지에 연재했던 이 소설들이 한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은 작가가 사망한 지 수십 년이 지난 뒤의 일이었다.
불가코프는 소설가로서뿐만 아니라 희곡 작가로도 화려한 자취를 남겼다. 그는 장편 소설 『백위군』을 각색한 희곡 「투르빈가의 나날들」을 1926년 모스크바 예술 극장에서 상연했다. 1936년에는 희곡 「몰리에르」를 같은 극장에서 초연했으며 고골의 희곡 「검찰관」, 「죽은 혼」을 각색해 무대에 올리기도 했다. 당시 불가코프의 희곡은 초연될 때마다 세간의 논쟁거리가 되었다. 그것은 그의 작품이 상징성이 강한 대사를 통해 전체주의 사회를 신랄하게 풍자했기 때문이다. 원했던 서방으로의 망명도 허락되지 않고, 작품 발표도 자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불가코프는 1940년 48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사망했다.
불가코프는 20세기 러시아의 가장 위대한 소설 중 한 편인 『거장과 마르가리타』를 유작으로 남겼다. 작가는 이 장편 소설에서 창작의 자유마저 탄압했던 스탈린 체제를 풍자적으로 비판했다. 여기서 불가코프는 “원고는 불타지 않는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창작의 자유를 억압해도 예술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는 뜻이다. 불가코프는 환상 문학의 대가이지만, 그의 데뷔작 『젊은 의사의 수기』는 지극히 현실적이고 담담한 문체로 지금도 보편적인 공감을 이끌어 내는 명작이다.
역자
이병훈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모스크바 국립대학에서 러시아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아주대학교 기초교육대학 강의 교수로 재직 중이다. 아주대학교 의대에서 ‘문학과 의학’을 강의하고 있기도 하다. 저서로는 『모스끄바가 사랑한 예술가들』, 『백야의 뻬쩨르부르그에서』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벨린스키 비평 선집 『전형성, 파토스, 현실성』(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