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하는 세계의 원리를 깨우치고 삶을 돌아보게 만드는 『주역』 『주역』을 말하고 해석하는 것이 사람마다 모두 다르다는 뜻의 백인백역(百人百易)이라는 말이 있는 것처럼 『주역』의 해석 지평(地平)은 무한하다. 이런 『주역』의 다양한 해석 가능성 때문에 『주역』 번역의 완성도를 높이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또 마치 암호처럼 이해하기 힘든 『주역』의 괘효(卦爻)와 괘효사(卦爻辭)는 『주역』을 한 권의 신비로운 책으로 만들어 버리고 전혀 학문적 ·객관적 근거가 없는 파자(破字)나 도상(圖象) 등이 개입할 여지가 생겨나게 된다. 역자는 이러한 현실적 상황을 감안하여 번역의 기본적 방향을 『주역』이 가지고 있는 내용과 본질을 객관적 ·합리적 ·연구자적인 입장에서 번역하고자 하였다.
즉, 『주역』의 발생적 기원과 후대의 철학적 해석이라는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고려하여 괘사(卦辭)와 논란이 되는 특정한 효사(爻辭)에서는 점치는 기록에 해당하는 경(經)의 본래 의미와 후대의 철학적 해석을 동시에 대조하여 번역하였다. 또한, 『주역』의 괘효사나 『역전』의 구절들을 쉽게 번역하고 전달하기 위해서 정평 있는 외국의 주석서와 번역본들을 자세하게 참조하였다. 기존의 우리 번역본이 지나치게 『이천역전』이나 『주역본의』 등에 의지하거나 일본의 번역본을 말없이 옮겨 놓은 것과는 확연히 구별된다. 그리고 주석서나 번역서를 참고할 경우 분명하게 그 출전을 밝혔고 참조한 원문을 그대로 인용하여 독자들에게 도움이 되도록 하였다.
또 이 책은 1970년대에 출토된 『백서주역』을 우리나라에서는 처음으로 번역 소개하여 통행본 『주역』의 체제에 맞추어 서로 대조하고 있다. 이런 대조과정을 통하여 통행본 『주역』이 가지고 있는 실상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하고 『주역』을 새로운 각도나 지평에서 볼 수 있는 계기를 열고자 하였다.
역자
정병석
영남대학교 철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타이완(臺灣) 중국문화대학(中國文化大學) 철학연구소에서 철학박사 학위를 취득하였다. 계명대학교 철학과 교수를 거쳐 현재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주요 저술로는 [傳統儒學的現代詮釋](공저), [중국철학특강](공역), [주역철학의 이해], [인륜과 자유], [동양철학과 아리스토텔레스], [중국고대사상사론]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