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유세계문학전집_23
사형장으로의 초대
나보코프의 가장 환상적인 소설 러시아어 완역
정통 세계문학을 지향하는 을유세계문학전집의 스물세 번째 책은 20세기 러시아 문학과 미국 문학 양쪽에서 거대한 업적을 남긴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 국내 초역으로 나보코프 전공자인 한림대 러시아학과의 박혜경 교수가 번역했다. 1936년 발표된 이 소설은 기묘한 죄목으로 사형 선고를 받은 남자를 주인공으로 예술가의 사회적 고립을 풍자하고 있다. 나보코프는 자신의 작품들 중 『사형장으로의 초대』를 가장 높이 평가한다고 말했다. 나보코프는 『롤리타』나 『아다』와 같은 책이 번역되어 국내 독자에게도 친숙한 편이지만 그가 러시아어로 발표했던 작품이 한국어로 번역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투명하지 않다’는 죄로 체포되어 사형 선고를 받은 친친나트. 창작에 취미가 있는 그는 자신에게 남은 시간을 알고자 하지만 번번이 거절당할 뿐이다. 그가 홀로 갇혀 있는 기괴한 감옥에서 간수와 소장은 끝없는 광대 짓으로 그를 희롱하기에 바쁘고 롤리타를 연상케 하는 소장의 딸은 그의 감방을 뛰어다닌다. 모두가 정신이 이상한 듯한 가족과 친친나트의 어머니를 자처하는 여자가 면회를 오는 소란 속에서 새로운 죄수 므슈 피에르가 옆 감방에 수감되는데......
내가 쓴 작품 중 가장 가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은 『사형장으로의 초대』이다.
-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1967년의 인터뷰
저자
블라디미르 나보코프
20세기가 낳은 러시아 문학의 거장이면서 미국 문학의 대표 작가 중 한 명으로도 인정받는 그는 1899년 상트페테르부르크의 부유한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다. 영어, 러시아어, 프랑스어는 물론 테니스, 회화, 승마 등을 배우며 최상의 가정 교육을 받은 그는 1916년에 첫 시선집을 자비로 출간했으나, 이듬해 혁명이 일어나자 가족과 함께 크림 지방으로 이주했다. 이후 볼셰비키의 압박을 피해 런던으로 갔다가 베를린에 정착했다. 1922년에 극우파에게 살해당한 아버지를 대신해 외국어와 테니스 강습 등으로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그는 1923년부터 문학 작업을 재개하면서 시와 희곡을 썼고, 결혼한 이듬해인 1926년에 첫 장편 소설 『마셴카』를 출간하면서 소설 집필의 비중을 높였다. 이후 『재능』, 『사형장으로의 초대』 등을 발표하며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쳤다. 1940년에는 나치 정권을 피해 다시 미국으로 터전을 옮기고 그곳에서 시인, 소설가, 비평가, 교육자, 번역가로서 활동했다. 웨슬리, 스탠퍼드, 코넬 그리고 하버드대학교에서 문학을 가르치던 그는 1955년에 발표한 『롤리타』가 기념비적인 성공을 거두며 교수직을 그만두고 글쓰기에만 전념한다. 이후 1960년에 스위스로 이주해 『창백한 불꽃』 등을 쓰며 왕성한 창작 활동을 이어 가다 1977년에 세상을 떠났다.
역자
박혜경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에서 나보코프 연구로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림대학교 러시아학과 교수이다. 박사논문 『나보코프의 러시아어 소설에 나타난 기억과 예술의 문제』 외에 「나보코프의 『사형장으로의 초대』- 공간과 시간의 이중성」, 「나보코프와 러시아 문학의 전통 - 『절망』과 도스토예프스키 소설의 상호 텍스트성」 등의 논문이 있다. 지은 책으로는 『강-문학적 형상과 기억들』, 『현실과 기호의 이질동상성』(이상 공저)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은빛 비둘기』, 『노름꾼/악어 외』(공저)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