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의 상처와 분노를 인간애와 공존으로 승화시킨 일본 현대 문학의 걸작
27세의 학원 강사 버드는 결혼한 후 아기가 생기지만 아프리카로의 모험 여행을 꿈꾸는 부동(浮動)하는 젊음이다. 태어난 아기가 뇌 손상을 가진 장애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그는 일체의 행동의 자유를 빼앗긴 현실에 절망하고, 아기에 대한 책임감에서 벗어나려 술과 옛 여자친구 히미코에 집착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해야 하는데......
『개인적인 체험』은 지적 장애를 갖고 태어난 아이의 죽음을 원하는 청년의 영혼 편력, 절망과 일탈의 나날을 그리고 있다. 출구 없는 현실에 놓인 현대인에게 재생의 희망은 있는지 물음을 던지는 오에 겐자부로의 수작(秀作)이다. 이 작품은 오에의 인생과 작품 세계에 전환점이 되었으며 그가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는데 큰 영향을 주었다.
이 작품은 1963년 6월 장남 히카리가 뇌에 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일을 계기로 쓴 장편소설로 영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독일어, 스웨덴어 등 10개 국어로 번역되어 읽힘으로써 국제적으로도 오에의 대표작으로 여겨져 왔으며, 오에의 작품 가운데 가장 인기를 누린 작품이기도 하다. 그때까지 거침없는 상상력을 구사하여 충격적이고 외설스럽고 황당무계한 이야기들을 요설체로 떠들어 대던 젊은 작가가 처음으로 자신의 체험을 더듬더듬 진솔하게 꺼내 놓은 것이다.
이 책의 판본은 大江健三?, 個人的な??(東京: 新潮社, 1981)이다. 이 작품의 원작 초판은 1964년에 신초샤에서 출간되었다. 그 후 1981년에 같은 출판사에서 작가의 감회를 담은 일종의 후기를 덧붙여 새로 출간했다.
저자
오에 겐자부로
1935년 일본 에히메현의 유서 깊은 무사 집안에서 태어났다. 1957년 『기묘한 일거리』를 도쿄대학 신문에 게재하고 평론가들의 좋은 평을 받으며 작가로 데뷔했다. 대학 재학 중에 『사육』으로 일본 최고 권위의 아쿠타가와상을 최연소 수상하면서 작가로서 명성을 얻었다. 1960년 평생의 친구이자 동지였던 사회파 영화감독 이타미 주조의 여동생 이타미 유카리와 결혼했다. 1963년 장남 오에 히카리가 뇌 이상으로 지적 장애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를 계기로 『개인적인 체험』, 『허공의 괴물 아구이』, 『핀치러너 조서』 등 지적 장애아와 아버지와의 관계를 모색하는 여러 작품을 집필했다. 1994년 노벨문학상을 수상하면서 가와바타 야스나리 이후 일본의 두 번째 수상자가 됐다.
오에는 전후 일본의 폐색된 상황에서 젊은이들의 갈 곳 없는 울분과 방황, 절망감 등을 그로테스크한 이미지로 표현하며 이시하라 신타로, 가이코 다케시와 함께 전후 신세대 작가로 주목받았다. 이후 해외 문학을 폭넓게 접하면서 독특한 시적 문체를 정립한 그는 장애를 가진 큰아들과의 공존을 통해서 반전과 평화, 민주주의 등 인류 보편적인 가치에 대한 관찰과 천착을 거듭하여 자신만의 개성적인 문학 세계를 구축했다. 천황제와 국가주의, 핵무기, 우익의 협박과 테러를 포함한 모든 폭력에 맞서며, 일본 평화헌법 9조의 개정을 반대하는 ‘9조 모임’과 자위대의 해외 파병 반대, 김지하 시인의 구명을 위한 단식 투쟁 등 다양한 사회 운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했다.
역자
서은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다. 옮긴 책으로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론』,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세키가하라 전투』, 『선생님의 가방』, 『개인적인 체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