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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20

요양객

Wanderung/Kurgast/Die Nuernberger Reise

헤르만 헤세 , 김현진

296쪽, B6, 10,000원

2009년 04월 25일

ISBN. 978-89-324-0350-2

이 도서의 판매처

평생 동경과 방랑, 자기실현과 내면세계를 추구하며 구도자적 글쓰기를 보여 준 헤세. 

그는 1920년을 전후로 과로와 전쟁으로 인한 상처로 육체적, 정신적으로 많은 위기를 겪으며 인생에서 결정적인 전환점을 맞고 있었다. 1918년에는 헤세의 가정이 해체되었고, 1차 세계 대전 중에는 전쟁의 야만성과 독일 국수주의에 반대하는 글을 썼다가 독일인들로부터 변절자로 낙인찍히기도 했으며, 또한 헤세 자신은 정신과 치료를 받고 있었다. 이런 상황에서 헤세는 1919년 5월 루카노 근처 아름다운 곳에 독신자용 집을 빌려 다시 정착했다. 부인도 세 아들도 없이 시작된 그의 삶은 작가로서, 그리고 화가로서 새 출발을 하기 위한 일종의 실험이었다고 할 수 있다. 난방 기구라고는 초라한 벽난로 하나밖에 없던 이곳의 ‘고상한 폐허’ 속에서는 그는 혹독하게 추운 겨울을 네 차례나 보냈다. 그러던 중 류머티스 관절통과 좌골 신경통증이 발병했는데, 의사들은 헤세에게 온천 열 치료를 받을 것을 권고했다. 이에 헤세는 바젤과 취리히 사이에 있는 바덴 요양소를 선택해 치료를 받기 시작했다. 환자로서 수동적인 일상을 보내야 하는 익숙하지 않은 생활을 견뎌 내기 위해 헤세는 날마다 자신이 체험한 인상을 적어 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쓴 체험 수기가 일종의 ‘요양 심리학’인 「요양객」이다. 

몇몇 인물들의 이름만 바뀐 채 그곳의 일상과 작가의 상태가 거의 그대로 묘사되어 있는 이 자전적 수기는 요양소의 데카당트적 삶 속에서 자신을 지키기 위한 헤세의 자가 심리 분석이자 자가 치료를 위한 시도였다고 할 수 있다. 이 수기에 대해 헤세 자신은 “반쯤 농인 섞여 있지만” 이것은 그의 “가장 개인적이고 진지한 책”이라고 했다. 헤세는 늘 기름진 음식으로 넘쳐나고 권태와 태만으로 이어지는 요양소에서의 자신의 ‘몰락’ 상태를 ‘말살’이 아니라 ‘변화’로 승화시켰다. 그는 이 작품에서 일상성과 예술성, 균열성과 합일성, 몰락과 상승, 하나의 선율과 그 반대 선율, 익살과 진지함 등 삶의 양극을 구부려 서로 다가가게 하고 삶의 이중 화음을 기록하는 일이야말로 작가가 가진 생명력의 원천임을 시사했다. 이 작품을 읽다 보면 토마스 만이 그린 ‘마의 산’에 와 있는 느낌이 든다. 동시대 작가인 토마스 만은 「요양객」이 발표된 해에 『마의 산』을 세상에 내놓았다. 두 작품은 규모나 장르의 차이에도 불구하고 주제의 유사성으로 말미암아 비평가들에 의해 반복적으로 회자되었다. 토마스 만 자신도 「요양객」을 읽고 “헤세의 매혹적인 이 수기는 마치 나의 일부처럼 다가왔다”라며 놀라워했으며, 또한 직접 바덴까지 여행을 하기도 했다. 어쨌든 두 작품 모두 시민적 삶에도, 비시민적 삶에도 가까이 다가가지 못하고 양극성 사이에서 부유하는 전형적인 예술가상을 보여 준다. 함께 수록된 작품인 「방랑」은 헤세가 전쟁 포로 구호 사업에 종사하던 때 쓴 것으로, 열세 편의 산문과 열 편의 시로 구성되었다. 가이엔호펜과 베른에서의 삶을 떠나 남부 스위스 테신의 자연적 삶으로 옮겨 가는 방랑 여정을 그린 이 여행 노트는 북방적인 것, 시민적인 것으로부터 남방적인 것, 예술적인 것으로 전환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그린 것이다. 그것은 활동적인 삶에서 관조적인 삶으로의 전환을 뜻하며, 그러한 내적 변화는 뒤이어 출간한 『싯다르타』, 『황야의 이리』에서 더욱 깊이 형상화되었다. 한편 「뉘른베르크 여행」은 헤세가 1925년 울름, 아우크스부르크, 뉘른베르크로부터 낭송회 초빙을 받고 독일 여행을 하게 된 이야기를 담은 것이다. 여행을 결정하기까지의 마음의 갈등, 여정에 대한 기대와 실망, 만남과 위로와 행복감에 대해 기록한 이 작품 역시 현실과의 괴리 속에서 겪는 예술가 헤세의 고뇌와 함께 삶에 대한 애정을 드러낸다.

방랑
농가/산길/마을/다리/목사관/농장/나무/비 오는 날/예배당/한낮의 휴식/호수와 나무와 산/구름 낀 하늘/빨간 집

요양객
서두/첫날/하루 일과/네덜란드 사람/우울/회복/회고

뉘른베르크 여행


해설: 시민적 삶과 비시민적 삶 사이에서의 고뇌
판본 소개
헤르만 헤세 연보

저자

헤르만 헤세

1877년 독일의 칼브에서 태어난 헤세는 개신교 선교단에서 활동하는 부모 밑에서 자랐다. 1891년 신학교에 입학했으나 7개월 뒤 시인이 되기 위해 도망쳤고, 이듬해 자살을 기도했다. 이후 정신 요양원에 2개월여 입원했다가 바트 칸슈타트 김나지움에 입학하지만 1년여 만에 학업을 중단하고 시계 부품 공장에 수습공으로 들어가 2년 정도 일하다가 서점에서 약 4년간 근무했다. 1899년 첫 시집 『낭만적인 노래』와 산문집 『한밤중 뒤의 한 시간』으로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1904년 소설 『페터 카멘친트』로 일약 인기 작가가 되었다. 『수레바퀴 밑에』를 비롯해 1916년에는 헤세의 단편 소설 가운데 걸작으로 평가받는 「청춘은 아름다워」를 발표하며 작품을 꾸준히 출간했다. 1914년 제1차 세계 대전이 일어나자 자원입대했으나 복무 부적격 판정을 받고 1919년까지 스위스 베른의 독일 전쟁 포로 구호소에서 근무하며 전쟁 포로들을 위해 전쟁과 국수주의를 반대하는 정치 논문, 호소문, 공개서한 등을 국내외 신문과 잡지들에 계속 발표했다. 하지만 이로 인해 독일 문단과 국수주의자들에게 변절자로 몰려 정신적 타격을 입었다. 1919년 에밀 싱클레어라는 가명으로 출간한 『데미안』이 호평을 받았으며, 『요양객』, 『황야의 이리』, 『유리알 유희』 등을 계속 발표했다. 1946년에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이후에도 꾸준히 집필하며 작품을 선보이다가 1962년 생을 마감했다.

역자

김현진

연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했으며, 1996년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토마스 만의 소설에 관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소설과 소설 이론, 정신 분석 비평, 젠더 등에 관한 연구 논문이 있다. 옮긴 책으로 『융』, 『상징과 리비도』, 『꿈에 나타난 개성화 과정의 상징』, 『레만 씨 이야기』, 『그림과 혁명』 등이 있다. 현재 동덕여자대학교에 출강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