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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7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

La literatura nazi en America

로베르토 볼라뇨 ,김현균

280쪽, B6, 10,000원

2009년 01월 20일

ISBN. 978-89-324-0347-2

이 도서의 판매처

히틀러를 사랑한 극우 작가 30명
그들의 행적을 사전 형식으로 서술한 블랙 유머 소설

이 책은 백과사전의 형식을 빌어 가상의 아메리카 극우 작가 30명의 삶과 작품 세계를 해설하고 있는 블랙 유머 소설이다. 아르헨티나 작가가 여덞 명이고 미국 작가도 일곱 명이나 된다. 부르주아 귀부인, 뒷골목 인생, 축구 서포터, 게임 제작자, 심지어 흑인까지 포함된 이들 아리안주의자들은 2차 대전 이후의 현실 세계를 살아가고 있으며 실존 인물들과 교통한다. 어떤 이는 어린 시절 아돌프 히틀러와 찍은 기념 사진을 간직하기도 하고, 어떤 이는 추근거리는 동성애자 앨런 긴즈버그에게 주먹을 날리기도 한다. 재능을 가진 사람도 몇 명 있었겠지만 대부분은 경찰의 주목도 받지 못한 채 50명이 읽을까 말까 한 시와 소설을 쓰느라 인생을 낭비하고, 죽는다. 이들의 허망한 삶과 아무 가치도 없는 작품들은 문학이라는 꿈의 세계에 잘못 발을 들여놓은 모든 사람들에 대한 애도처럼 읽힌다.

『아메리카의 나치 문학』은 볼라뇨의 이름을 스페인어권 세계에 알리게 한 결정적인 작품이다. 허구적으로 창조된 이들 극우 작가들은 1회용으로 창조된 것이 아니라 볼라뇨의 세계의 한 축을 구성하면서 그의 여러 작품에 되풀이 등장한다. 작가 사전에 어울리지만 종종 폭소를 유발하는 담담하고 아이러니한 문체는 시종 잘 유지되는데 이것은 작가(볼라뇨)와 대상 사이의 거리 때문이다. 그러나 작가 리스트의 마지막 인물 라미레스 호프만에 이르면 볼라뇨는 주변 인물로 자신을 등장시키며 라미레스 호프만의 운명에 개입한다. 이런 갑작스런 톤의 변화는 독자에게 충격으로 다가온다. 이것은 작가가 더 이상 거리를 유지할 수 없었기 때문인데, 작가의 원체험이라 할 피노체트 쿠데타가 여기서 관련되기 때문이다. 작가 사전처럼 시작했던 이 책은 기묘하게도 드라마틱하게 끝난다. 이어지는 <괴물들을 위한 에필로그>는 사전에 등장하는 주변 인물들, 출판사, 잡지, 단행본들을 해설한 것으로, 그 자체로 위트 있게 쓰여 있기도 하거니와, 본문과 참조해서 읽는다면 몇 배의 즐거움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라미레스의 이야기는 볼라뇨의 다른 소설 『멀리 있는 별』(1996)에서 좀 더 확장되어 다루어진다.
멘딜루세가
편력하는 영웅들 혹은 깨지기 쉬운 거울들
선각자들과 반계몽주의자들
저주받은 시인들
여성 지식인들과 여행자들
세상 끝의 두 독일인
환영, 사이언스 픽션
마법사들, 용병들, 불쌍한 사람들
막스 미르발레의 천의 얼굴
미국 시인들
아리안 결사
전설적인 스키아피노 형제
악명 높은 라미레스 호프만
괴물들을 위한 에필로그


해설: 로베르토 볼라뇨, 라틴 아메리카 문학의 미래
판본 소개
실존 인물
로베르토 볼라뇨 연보

저자

로베르토 볼라뇨

수전 손탁이 “그 세대에서 가장 영향력 있고 존경받은 작가”라고 부른 로베르토 볼라뇨는 1953년 칠레에서 태어났다. 청소년 시절 가족과 함께 멕시코로 이주한 뒤, 학교를 그만두고 독서에 열중했다. 스무 살이 되던 해 칠레 사회주의 정부를 돕고 싶어 귀국했는데, 한 달 만에 피노체트의 쿠데타가 일어났다. 바로 체포되었으나 학창 시절 동기인 간수의 도움으로 8일 만에 석방되어 멕시코로 돌아갔다. 시를 발표하며 아프리카, 유럽을 방랑했다. 그는 시가 자신의 본령이라고 생각하고 있었으나 결혼하여 가정을 꾸리게 된 시기를 전후로 (“가장으로서의 책임감 때문에”) 소설에 손을 대게 되었다. 이후 내놓는 소설들은 각종 문학상을 휩쓸었고 볼라뇨는 라틴아메리카의 젊은 작가들의 우상으로 떠올랐다. 볼라뇨는 2003년, 50세라는 아까운 나이에 간부전으로 사망했다.

볼라뇨는 무리 속에 섞이지 않는 작가였다. 기성 문단의 권위나 내부 정치 같은 문제에 무관심한 그는 거리낌 없이 마르케스를 “수많은 대통령과 대주교들을 안다는 것을 기뻐하는 남자”라고 조롱하고, 동포인 이사벨 아옌데를 “형편없는 엉터리 작가”라고 혹평하기도 했다. 그가 죽기 직전, 세비야에서 열린 작가 대회에서 한 작가는 볼라뇨의 공헌을 요약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는 라틴 아메리카가 더 이상 유토피아를 믿지 않을 때, 낙원이 지옥의 다른 이름이 되었을 때 우리 앞에 나타났다. 정치적이지만 개인적이고 신비스러운 그의 책은... 위대한 라틴 아메리카 작가가 되는 새로운 길을 제시해 주었다.”

역자

김현균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를 졸업하고 마드리드 콤플루텐세 대학에서 호세 에밀리오 파체코에 대한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서울대학교 서어서문학과 교수로 있다. 논문으로 「『의심스러운 해협』: 상호 텍스트 전략과 과거의 현재적 읽기」, 「니까노르 빠라의 시에 나타난 시적 자아에 관한 연구」, 「페르난도 솔라나스의 <남쪽>: 기억의 문화와 새로운 국가의 지도 그리기」, 「한국 속의 빠블로 네루다」, 「라틴아메리카 비교문학의 동향과 전망」 등이 있으며, 저서로는 『차이를 넘어 공존으로』(공저), 『환멸의 세계와 매혹의 언어』(공저), 『인어와 술꾼들의 우화』, 『히스패닉 세계』(공역), 『책과 밤을 함께 주신 신의 아이러니』, 『천국과 지옥에 관한 보고서』, 『빠블로 네루다』(공역), 『눈을 뜨시오, 당신은 이미 죽었습니다』(공역), 『아디오스』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