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명과 야만, 인간성의 어둠을 파헤친 콘래드의 가장 유명한 작품 『어둠의 심연』
주인공 말로는 친척 아주머니의 도움으로 무역회사 소속의 증기선 선장이 된다. 업무의 일환으로 어느 강에 도착한 말로는 그곳에서 ‘전설의 인물’ 커츠에 관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커츠는 원주민으로부터 방대한 양의 교역 물품을 이끌어내며 그 지역 무역량의 상당 부분을 책임지고 있는 인물이었는데, 이 때문에 회사 내에서의 승진과 사회적 출세가 가장 확실하게 담보되었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말로는 커츠의 교역소가 있는 곳으로 향하던 중 원주민들의 공격을 받게 되는데, 후에 이것이 커츠의 지시에 의한 것임을 알게 된다. 직접 커츠를 만나게 된 말로는 유럽의 문명 사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그곳 정글에서의 삶이 인간 본성의 어디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가에 대해 경악하게 된다.
『어둠의 심연』에는 명시되어 있지 않지만 작품의 배경이 되는 곳은 콩고 강이다. 또한 작품에 등장하는 무역 회사는 벨기에 왕 레오폴드 2세의 ‘콩고 상부 교역을 위한 무명 벨기에회(Soci?t? Anonyme Belge pour le Commerce du Haut-Congo)’로 추정된다. 콘래드는 1890년 실제로 이 회사가 운영하는 기선의 성장으로 콩고 강에 다녀온 바 있다.
「진보의 전초 기지」 또한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쓰여진 작품이다. 이 작품은 심리 비평, 페미니스트 비평, 탈식민주의 비평 등 다양하게 해석된다. 심리 비평은 “어둠의 심연”이라는 표현으로 묘사되는 강 상류로 향하는 공간 이동이 ‘무의식으로의 여행’으로 해석될 수 있음을 지적한다. 프레드 에릭 R. 칼은 “콘래드에게 있어 정글의 어둠은 프로이트에게는 잠들어 있는 의식의 어둠과 같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미니스트 비평은 이 작품과 같은 남성 모험 소설에서 주변화하거나 악마화하는 여성의 모습을 지적하며 탈식민주의 비평은 유럽 문명인과 아프리카 등의 야만인의 대립에 주목하고 이 작품의 시대적 배경인 벨기에 레오폴드 2세의 식민주의 정책을 비롯한 영국과 유럽 여타 제국들의 식민주의에 초점을 둔다. 「진보의 전초 기지」 역시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다. 두 명의 백인이 직원으로 근무하고 있는 교역소. 본부의 보급선은 6개월 후에 도착하기로 되어 있지만 이것이 지켜지지 않자 두 직원은 걷잡을 수 없는 심리 상태로 치닫게 된다. ‘『청춘과 다른 두 이야기』 작가노트’는 1902년 함께 묶여 출간된 「청춘」, 『어둠의 심연』, 「밧줄의 끝」에 대한 작가 후기 같은 글이다.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 서문’은 콘래드의 예술관을 가장 잘 드러낸 글 중 하나로 평가받고 있다.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는 1897년 작품이다.
저자
조지프 콘래드
"영국 문학을 대표하는 폴란드 태생 작가"라는 아이러니가 늘 따라붙는 조지프 콘래드는 1857년생이다. 당시 폴란드는 러시아 속국이었고 조지프 콘래드의 부모는 반정부운동에 가담했던 전력으로 1962년부터 유배 생활을 시작했다. 1865년 폐결핵으로 어머니가 사망했고 1868년 아버지를 여의었다. 이후 외삼촌의 보호 아래 자랐지만 건강이 좋지 않아 실질적인 교육을 받기 어려웠던 그는 광범위한 독서를 했고, 그중 항해와 탐험에 관한 책을 즐겨 읽었다.
스물네 살 때 본격적인 선원 생활을 시작했다. 1878년부터 영국 상선으로 자리를 옮겨 영어로 작품을 쓰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제프리 마이어스의 『조지프 콘래드 전기』를 보면, 처음 영국에 왔을 때 그는 영어를 전혀 할 줄 몰랐다고 한다. 그럼에도 그는 1894년 선원 생활을 마감하고 본격적인 창작 활동을 시작하면서 모든 작품을 영어로 집필했다.
1874년부터 시작된 바다 위에서의 생활은 그의 작품에 중요한 소재가 되었다. 대표작인 『로드 짐』은 동남아시아 항해를 경험으로 한 것이며, 『노스트로모』는 1876년의 서인도 제도 항해를 바탕으로 했다. 이밖에 주요 작품으로 『올메이어의 어리석음』, 『나르시서스호의 검둥이』, 『비밀요원』 등이 있다. 철학자이자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버트란드 러셀은 아들의 이름을 콘래드라고 지으며 “내가 늘 가치를 발견하는 이름”이기 때문이라고 말한 바 있다.
역자
이석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미국 인디애나 대학(블루밍턴)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풀브라이트 연구 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연세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이다. 전공 분야는 탈식민주의 이론, 현대 영국 소설, 포스트모더니즘, 제3세계 문학이다. 공저로는 『탈식민주의 이론과 쟁점』(2003), 『일곱 개의 강의: 포스트콜로니얼리즘』(2005), 『에드워드 사이드 다시 읽기: 오리엔탈리즘을 넘어 화해와 공존으로』(2006)가 있으며 논문으로는 「J. M. 쿳시의 소설에 나타난 공동체의 정치학」(2002), 「국적 없는 작가들: 포스트모더니즘과 이산의 정치학」(2003), 「호미 바바의 탈민족주의와 이산적 상상력」(2004), 「나이폴의 객관적 비전과 누락의 죄」(2004), 「탈식민주의 문화 이론의 두 얼굴」(2005), 「사이드 이후의 탈식민주의 동향: 전유의 부메랑」(2005), 「루쉬디의 『자정의 아이들』에 나타난 문화적 혼종성과 민족주의 문제」(2006)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