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가사상의 진수, 초간본 <노자>로 만나다 모든 길은 ‘스스로?저절로 그러한’ 것에 들어 있다[道法自然]는 노자의 가르침은 ‘앎[知]’과 ‘무언가를 억지로 하려고 하는 마음[欲. 作爲]’ 때문에 평범한 것과 자연의 순리를 배반하며 살아가는 오늘의 우리에게 더욱더 가치 있는 고전이 되고 있다. 인간 스스로가 약하고 작은 존재임을 깨닫고, 자연의 순리에 따라야만 살아갈 수 있다는 참으로 평범하고도 쉬운, 그러나 대단히 어렵고도 고통스런 일을 실천하기 위한 도(道)의 지혜와 그 참뜻을 가장 정확히 헤아리고자 한다면 곽점초묘죽간본(郭店楚墓竹簡本) <노자>를 만나보아야 할 것이다.
곽점초묘죽간본 <노자>(이하 초간본 <노자>)는 지금까지 발견된 <노자> 판본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으로 1993년에 중국 초나라 시기의 무덤에서 죽간의 형태로 출토된 것이다. 이는 우리가 흔히 ‘도가도비상도(道可道非常道)’ 운운하는 현행본 <노자> 훨씬 이전에 성립한 가장 원초의 모습을 볼 수 있는 판본이다. 따라서 초기 노자 및 그 학파의 생생한 목소리를 발견해 낼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이후 판본에서 보이는 각 장(章) 배열의 순서나 문장 해석상의 여러 의문점을 풀 수 있는 기준이 된다는 점에서 대단히 귀중한 자료이다.
초간본 <노자>의 완역서 출간 그간 국내에 초간본 <노자>가 소개는 되었지만 중국의 몇몇 최근 연구에 의존하여 특정 해석에 편향되어 있거나, 혹은 통행본 <노자>와의 비교를 위해 초간본을 부분적으로 인용하는 정도이다(<노자>에 대한 자세한 출간 현황은 이 책의 p.13 참조). 때문에 일반인을 넘어서 전문가들이 <노자>의 현존 최고(最古)본인 초간본 <노자>를 실제적으로 연구ㆍ활용하는 데는 부족한 점이 있었다. 따라서 문자고증을 포함한 상세한 주해와 해설을 실은 이번 완역서의 출간은 학술사적, 문화사적으로 큰 의미를 지닌다. 고전의 현대적 접근을 표방하여 기획된 <<을유세계사상고전시리즈>> 중 한 권으로 출간된 이 책에는 초간본 <노자>의 원형을 보여주는 도판과 그 원문이 실려 있고, 노자와 <노자>에 대한 종래의 연구 성과가 집적ㆍ비교 정리되어 있다. 또한 각 경문에 대한 음독과 해석, 그리고 각 장의 해설뿐만 아니라 초나라 시대 한자와 현대의 상용한자를 함께 수록하고 그 형성 과정과 의미 등을 1,000개가 넘는 주석을 통해 풀이하고 있어 노자 연구의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다. 오랜 과거에 만들어진 ‘낡은 책’이지만 한없이 ‘새로운 책’인 <노자>. 그 도법자연(道法自然)의 소박하지만 큰 뜻을 이해하는 데 이 책은 중요한 길잡이가 될 것이다.
노자, <노자>, 그리고 초간본 <노자>에 대하여 성(姓)은 이(李), 이름은 이(耳), 자(字)는 담(聃)이다. 노담(老聃)이라고도 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노자(老子)는 ‘노(老)스승’ 즉 늙은 스승(Old Master)을 의미한다. 도교(道敎)의 신으로 존숭되고 신격화되기도 했던 노자는 그 생존 연대와 저서의 완성에 대한 정확한 기록은 전해지지 않으나, 사마천의 <사기(史記)> 등의 기록에 따르면 기원전 571년 이전에 하남성 녹읍현에서 출생하였으며 춘추시대(春秋時代) 말기 주(周)나라의 수장실사(守藏室史:장서실 관리인)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은 책으로는 <노자>가 있으며 <도덕경(道德經)>이라고도 한다. 그러나 그 문장의 전후가 모순되는 곳이 있고, 장과 장이 연결되지 않는 곳이 있어서 <노자>는 한 사람이 쓴 것이 아니고 오랜 세월에 걸쳐 여러 사람이 쓴 것으로 추측된다. <노자>는 만물을 생성하는 근원적 존재와 원리를 도와 덕으로 설파한 도가사상의 성전(聖典)으로 중국의 철학ㆍ정치ㆍ종교ㆍ문화 등 다방면에 큰 영향을 끼쳐 왔다. 백서본 <노자>가 출토되고 20년 뒤인 1993년 8월 중국 호북성(湖北省) 곽점촌(郭店村)의 초(楚)나라 무덤에서 죽간(竹簡)으로 된 <노자>가 출토되었다. 이것은 백서본 <노자>보다 2세기 가까이 연대를 소급할 수 있는 것으로 학계에 대단한 충격을 주었다. 초간본 <노자>는 통행본 <노자>와 비교할 때 저자 및 저작 시기가 다를 뿐 아니라 사상 내용 또한 큰 차이를 보여주었다. 물론 부분적으로는 같은 구절도 있지만 분량과 장(章)ㆍ절(節)의 순서 면에서도 크게 다르다. 초간본 <노자>의 출토는 “그(초간본 <노자>) 파괴력은 노자라는 인물과 <노자>라는 책에 대해 다시 써야한다는 주장이 나올 정도로 큰 것”(김충렬, <김충렬 교수의 노자강의>, 22쪽 중에서)이라는 학계의 반응처럼 중국 선진(先秦) 철학사의 문제들을 보다 선명하게 풀어주는 매우 귀중한 자료라고 할 수 있다. 초묘에서 출토된 죽간은 모두 804매이며, 이 가운데 <노자>의 분량은 71매이며 글자수는 대략 2,046자이다. 이는 통행본 5천여 자의 약 ‘5분의 2’에 해당한다. 출토 죽간은 길이가 일정하지 않으며, 세 묶음으로 분류되어 있다. 그래서 연구자들은 갑(甲), 을(乙), 병(丙)이라 이름 붙여 세 편으로 나누어 연구하였다. 초간본 <노자>는 현재 우리가 보는 완성된 <노자>의 ‘원본(즉 조본, 진본)’이라고 보기에는 아직 조심스런 부분이 있으나, 통행본 <노자>의 ‘성립 과정’에 있는 것으로 노담, 그 사람의 사상이 기록된(또는 그의 직계나 그의 뜻에 동조하는 사람들에 의해 만들어진) 책으로 논의되고 있다.
저자
노자
역자
최재목
경북 상주에서 태어나, 영남대학교 철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수학하던 중 일본에 건너가 츠쿠바(筑波)대학교에서 석사 및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동경대학교 객원연구원 및 하버드대학교 연구교수를 지냈으며, 현재 영남대학교 철학과 교수로 있다.
주요 전공은 동양철학 가운데 ‘양명학', ‘동아시아 근세 - 근대사상문화비교'이며, 수년간 도가철학 및 불교철학 강좌를 담당하면서 이 두 분야에서도 적지 않은 연구 업적을 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동아시아의 양명학>, <나의 유교 읽기>, <양명학과 공생, 동심, 교육의 이념>, <시인이 된 철학자>, <토론과 논술을 위한 동양의 지혜>, <크로스오버 인문학>, <유교와 현대의 대화>, <멀고도 낯선 동양>, <왕양명의 삶과 사상: 내 마음이 등불이다>, <쉽게 읽는 퇴계의 성학십도>, <글쓰기와 상상력의 유비쿼터스 네트워크: 늪>, <東アジア陽明の展開>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진고응이 풀이한 노자>,<미의 법문: 야나기 무네요시의 불교미학> 등이 있다.1987년 매일신문 신춘문예로 등단하여 시인으로도 활동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