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책을 처음부터 끝까지 통째로 읽으십니까?”
책이란 자고로 처음부터 차근차근 읽어야 그 내용이 이해된다고 생각하는 약간의 강박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그러나 만약 아무 페이지나 펼쳐도, 첫 페이지와 내용의 연관성이 없어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는 책이 있다면 어떨까?
저자의 번뜩이는 상상력으로 유쾌한 발상의 흥미로운 이야기와 사실, 그리고 해박한 지식들을 오롯이 담아 부담 없이 찾아다니며 골라 읽을 수 있도록 한 이 책은, 굳이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지 않아도, 단 5분만 시간 내어 어떤 페이지를 펼쳐 읽어도 여러 가지의 지식을 얻게 되는 매력을 지니고 있다. 시간에 쫓겨 바쁜 일상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지적 만족, 생활 보탬, 유쾌한 대화의 소재를 제공하는 수백 가지의 풍부한 지식들은 누군가를 기다리면서 혹은 바쁜 출근길 버스나 지하철에서, 화장실이나 잠들기 전 잠깐 꺼내 읽기에 더할 나위 없이 좋다. 또한 관심사에 따라 찾아다니며 읽다보면 자신도 모르게 읽고 또 읽게 되는 묘한 중독성으로 손에서 쉽게 내려놓지 못할지도 모른다.
이 책을 펼치는 순간, 세상 모든 지식은 내 것이 된다
푸이는 3살이 되던 해에 중국의 황제가 되었고, 베토벤은 7살 때 처음으로 무대에 섰다. 미국의 아셀리 키는 63세에 인공 수정으로 출산에 성공했는가 하면, 장 칼몽 할머니는 120세에 건강을 위해 담배를 끊었다.
중세 서양의 귀족들은 글자를 읽는 하인과 쓰는 하인을 따로 두었는가 하면, 엘리자베스 테일러는 일곱 명의 남자와 여덟 번 결혼하여 남다른 이력을 남겼다.
과도한 로큰롤적 생활로 불의의 죽음을 맞이한 뮤지션이 있었는가 하면, 모자세의 인지를 위조하여 사형당한 사람도 있었으며, 키가 무려 272cm임에도 불구하고 성장이 멈추지 않아 죽음에 이르게 된 사람도 있었다.
다양한 민족, 다양한 문화가 공존하는 이 지구촌엔 우리가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일어나며, 웃지 못할 기묘한 일과 신기하고 놀라운 사실들로 우리들을 하루에도 몇 번씩 깜짝깜짝 놀라게 한다.
『나의 잡학사전』은 그 어느 책도 따라올 수 없는 기발한 이야기와 알고 있으면 유용한 정보들이 예측 불가능하게 수록되어 있어 한자리에 앉아 읽을 수 없을 만큼 다채롭고 개성이 묻어나는 잡학 모음집으로 우리에게 잔잔한 웃음과 재미를 안겨준다.
세상에 한 권뿐인 나만의 잡학사전
제목을 『나의 잡학사전』이라고 짓기는 했지만 사실 사전이란 말이 잘 어울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모름지기 사전에는 ‘가나다’가 되었건 ‘연대순’이 되었건 ‘주제순’이 되었건 항목들에는 일정한 배열순서가 있게 마련이니까. 그런데 이 책의 원서, 그리고 번역서 어디에도 그런 것은 없다.
이 책에는 모자세의 역사, 골프의 타수, 대한민국의 역대 대통령 등 전혀 관련이 없어 보이는 글들이 같은 쪽에 버젓이 실려 있다. 책장을 펼친 사람들 중에는 그것들 사이에서 뭔가의 연관성을 찾아내 저자의 숨은 의도를 읽어내려 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애초부터 그런 것은 없다. 만약 하나 있다면 해박한 상식들과 흥미로우면서도 재미난 이야기를 디자이너이자 사진가라는 경력에 걸맞게 멋지고 아름다운 모양의 책으로 만들어보자는 욕심이 있었을 것이다.
저자 벤 쇼트는 여유가 있을 때마다 도서관을 찾아 책과 함께 많은 시간을 보낸다. 예기치 않은 지식과의 만남이 자신에겐 더할 나위 없이 큰 즐거움이라는 그는, 자신의 관심사를 중심으로 이 책을 쓰기 시작했다. 백과사전에서 볼 수 있는 내용이라 하더라도 내용을 재구성함에 있어 그의 기발한 상상력은 누구도 따라올 수 없을 만큼 흥미롭다. 또한 디자이너인 그의 미적 감각은 본문 편집 디자인에서 두드러진다.
이 책은 영국에서 100만 부를 돌파하면서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독일, 일본, 프랑스, 이탈리아, 스페인 등 여러 나라에 번역되어 출간되었으며, 특이하게도 같은 표지, 같은 편집 디자인으로 출간되었다. 아마도 세계 각국으로 번역되어 출간된다 하더라도 자신의 유일한 잡학사전임을 알리고자 하는 저자의 의도가 숨어 있는 아니었을까.
무질서의 즐거움
이 책 내용의 상당 부분은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재구성되었다. 이 책의 성격을 어떻게 가져갈 것인가를 놓고 고민한 결과, 원서의 내용 중 지나치게 서양적이거나 우리나라 독자와 관련이 없다싶은 내용들은 과감하게 교체하였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저자 쇼트의 양해를 얻었기에 가능한 일이었으며, 저자의 의도에 반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내용을 선별하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
편역자 장석봉은 내용 선별을 위해 수없이 도서관을 오가면서 무척 재미있었다고 전한다. 그것은 사소한 것들이 주는 즐거움이었고, 무질서의 즐거움이기에 독자들도 이런 즐거움을 만끽하길 바라며, 책 뒤에 실린 찾아보기를 활용한 건너뛰며 읽기, 훑어 읽기를 통해 지적인 만족감을 얻기 바란다.
저자
벤 쇼트
사진가이자 디자이너이며 지식과 재미를 겸비한 잡학 수집에 한창 몰두하고 있는 그는, 케임브리지대학교에서 정치학을 전공한 후 한동안 광고업계에서 일한 경험이 있는 감각적인 저술가이다. 주요 저술로는 ‘Schott's Food & Drink Miscellany’, ‘Schott's Sporting, Gaming, & Idling Miscellany’ 등이 있다.
역자
장석봉
서강대학교 철학과 재학 시절 다양한 분야의 책을 섭렵하기 시작하면서 잡학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현재 단행본 기획과 번역을 하고 있다. 두산 베어스의 오래된 팬으로 프로야구를 좋아하며, 동물 중 곰과 개를 가장 좋아한다. 주로 재미와 알찬 정보가 가득한 <우주가 바뀌던 날>, <아름답고 슬픈 야생동물 이야기>,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수학공식>, <나사와 나사돌리개> 등을 우리말로 옮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