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쾌한 풍류와 소박한 일상에서 묻어나는 선인들의 삶의 지혜
설총, 최치원, 이규보, 이수광, 박지원, 정약용, 허균, 김시습, 이황, 이이 등 삼국시대부터 조선시대에 이르기까지 우리 문단을 빛낸 선인들의 주옥 같은 한문수필 64편을 담았다. 서정성에 가장 큰 기준을 두되, 풍자와 해학의 현실비판적 글 또한 빠트리지 않고 가장 빼어
난 작품들을 엄선한 것이다.
이 책은 주제별로 나누어 총 7장으로 구성했다. 한문 문체의 특성도 고려하였는데, 설류(說類)에 해당하는 작품들을 모은 제1장 ‘생활의 예지’를 시작으로, 제2장 ‘한가로움과 풍류’는 기류(記類), 제3장 ‘사랑과 고뇌 그리고 소망’은 제문(祭文), 제4장 ‘오는 정 가는 정’은 서류(書類)에 해당한다. 제5장 ‘ 사랑하는 사람들 정다운 이웃들’에서는 생활 주변의 일화를 모았고, 제6장 ‘인식과 비판의 칼’은 소(疏)와 논(論)을, 마지막 장 ‘ 옛 법을 다시 쓰니’에서는 각종 헌사(獻詞) 등을 모아 엮은 것이다.
글맛이 살아나는 자연스러운 문장은 이 책을 독자들에게 추천하는 가장 큰 이유이다. 한문 원전만의 독특한 맛 즉 주제의 통일성, 구성의 논리성, 간결한 표현미와 문장의 리듬감 등을 잃지 않으면서, 현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의 취향에 맞는 문장으로 표현해 내는 데 주력하였다. 원문의 얼개와 향기를 살리되 딱딱한 의고체를 피하고 경박하지 않으며, 원전의 독특한 맛과 리듬감을 살린 문체로 고전 수필의 진수를 맛볼 수 있게 하였다.
이 책은 일반인뿐 아니라 중∙고생이 읽기에도 부담이 없으며 고전 문학은 어렵고 딱딱하다는 선입견을 단번에 깨어줄 재미있는 구절로 가득하다. 예컨대, 다산 정약용이 교우들과의 친목과 학술을 도모하기 위해 모임을 만들면서, 그 모임의 이름과 규약을 기록하였는데, <죽란시사서첩>(竹蘭詩社書帖)이라고 하는 이 규약의 내용을 들여다 보면, 우리가 역사에서 만난 대학자 정약용의 근엄한 얼굴 위로 한가로이 풍류를 즐기며 장난기까지 묻어나는 선비의 얼굴이 겹치면서, 독자들은 은근한 웃음을 짓지 않을 수가 없다.
“ 살구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복숭아꽃이 처음 피면 한 번 모이고, 한여름
참외가 익으면 한 번 모이고, 서늘한 초가을 서지에 연꽃이 구경할 만하면 한 번
모이고, 국화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 겨울이 되어 큰 눈 내리는 날 한 번 모이고,
세모에 화분의 매화가 꽃을 피우면 한 번 모이기로 한다. 모일 때마다 술과 안주,
붓과 벼루를 준비해서 술을 마셔가며 시가를 읊조릴 수 있도록 해야한다. 나이 어린
사람부터 먼저 모임을 주선토록 하여 차례대로 나이 많은 사람까지 한 바퀴 돌고 나면,
다시 시작하여 반복하게 한다. 정기 모임 외에 아들을 낳은 사람이 있으면 한턱 내고,
고을 살이를 나가는 사람이 있으면 한턱 내고, 승진한 사람도 한턱 내고, 자제가 과거
에 합격한 사람도 한턱 내도록 한다.”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생활의 지혜
고전의 매력은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는 일반성에 있다. 인간 삶의 가장 기본이 되는 것은 시대가 변하고 공간이 바뀌어도 영원한 것이기에 <아름다운 우리 고전 수필>이 담고 있는 64편의 이야기 속에서 오늘날에도 유용한 선인들의 지혜와 삶의 가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1. 생활의 예지
.늙은 쥐의 꾀-고상안 ... 15
.아비 도둑과 아들 도둑 이야기-강희맹 ... 18
.세 형제의 등산-강희맹 ... 23
.꿩 사냥-강희맹 ... 27
.대나무-이인로 ... 32
...
.밤새 강을 아홉 번 건너다 ... 55
2. 한가로운과 풍류
.숨어사는 선비의 즐거움-신흠 ... 63
.구름 속의 정자-김수온 ... 75
.살구꽃이 피면 한 번 모이고-정약용 ... 79
...
.게으름도 때로는 이로움이 되나니-성현 ... 117
3. 사랑과 고뇌 그리고 소망
.의로운 거위 이야기-주세붕 ... 125
.아내의 영전에-김종직 ... 128
.형님 영전에 바칩니다-김일손 ... 132
...
.친구 박영기가 토계의 수신에게 제사 지내고 그 아우의 시신을 찾는 것을 돕기 위해 지은 글-김택영 ... 170
4. 오는 정 가는 정
.백영숙을 기립협으로 보내며-박지원 ... 179
.술 익자 살구꽃 피니-이규보 ... 181
.초의 선사께-김정희 ... 183
...
.남명 조식 선생께-이황 ... 208
5. 사랑하는 사람들, 정다운 이웃들
.닭의 여섯번째 미덕-이첨 ... 217
.나의 어머니 사임당의 생애-이이 ... 219
.어머님에 대한 그리움-이현보 ... 224
...
.고양이-서거정 ... 255
6. 인식과 비판의 칼
.이상한 관상쟁의 이야기-이규보 ... 261
.금남에 사는 어느 야인의 비판-정도전 ... 265
.파리를 조문하는 글-정약용 ... 268
...
.선비 정신-신흠 ... 289
7. 옛 법을 다시 쓰니
.꽃으로 왕을 깨우치다-설총 ... 295
.규정기-조위 ... 298
.<삼국사기>를 바치며-김부식 ... 302
...
.황소에게 보내는 격문-최치원 ... 318
저자
강희맹
역자
손광성
수필가, 동양화가인 손광성은 함경남도에서 태어나, 서울대학교 사범대학 국어교육과와 동국대학교 교육대학원 미술교육과를 졸업했다. 계성여고, 서울고등학교, 동남대학 등에서 학생들을 가르쳤으며, 현재 서울시립대학교 시민대학 문예창작 강사와 한국수필문학진흥회장을 겸하고 있다. 불교미술대전 현대화부 우수상과 현대수필문학상을 수상한 바 있다.
지은 책으로 <나도 꽃처럼 피어나고 싶다>, <한 송이 수련 위에 부는 바람처럼>, <작은 것들의 눈부신 이야기>가, 엮은 책으로 <한국의 명수필>, <세계의 명수필>, <아름다운 우리 고전수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