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등학교 때까지 국어 시간에 배우는 시들은 참고서 안에 갇혀 있었다. 시의 소재, 주제에 대한 참고서의 해석을 외워 시험 문제를 풀기에 급급했다. 저자는 독자들이 시 앞에서 경직된 태도를 가지고 도식적인 시 분석을 따라가는 시 '감상'을 지양하고, 시가 독자를 흔들어 주는 만큼 흔들리면서 시를 맛보라고 권한다."독자가 시를 읽고 받아들이는 것을 '맛보기' 하는 것으로 치면 시를 맛보는 것은 혀에 전달된 미각을 직감적으로 느끼는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러니까 '시읽기'가 쉽고 간단해진다.
[시 읽기의 행복]에 전반적으로 깔려 있는 저자의 이러한 의도는 그가 자신이 풀어 놓은 시에 대한 생각들을 맛보기의 자료로만 제시하고 있는 것에서 잘 드러난다.
이 책에는 시 읽기의 행복을 독자 스스로 즐기고 누리게 하기 위한 배려가 있다. 아무리 훌륭하고 좋은 것이라고 할지라도 그 이유만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강요해서는 안 된다. 말하자면 이 책은 '시 읽기의 행복 맛배기'라고 할 수 있다. "이렇게 좋은데, 어때? 너도 한 번 맛볼래?"라고 하면서 독자를 유혹하고 있는 것이다.
기존의 시론집들이나 한 작가가 개인의 취향에 맞게 시평을 곁들여 엮은 책들과 다른 점이 바로 이것이다. 시 읽기를 방해하는 요인을 '시의 오적(五賊)'이라 하여 이를 지적하면서 한편으로는 '맛보기의 방법'을 제시하고 있다. 그리고 시를 직접 인용하여 독자들이 맛보기의 단계를 따라가면서 직접 시를 어떻게 맛보고 있는지를 알 수 있게 하였다. 특히 부록으로 '명시 다섯 편 맛보기'를 따로 실어서 본문에서 다 못한 단계별 맛보기의 아쉬움을 달래 주고 있다.
001. 시를 읽고 행복해 할 독자에게...5
002. [음식 맛보듯이 시를 맛본다]
003. 감상보다는 맛보기...13
004. 시는 살아 있는 유기체다...17
005. 교사는 학생들을 느긋이 지켜 보아야...20
006. 시를 시험 문제로내면 시가 상한다...26
007. 맛보기 전에 할 일이 있다...31
008. 맛보기에도 단계가 있다...42
009. [시는 생활에서 나온다]
010. 시는 말에서 나온다...48
011. 시는 삶에서 나온다...54
012. 말에 실천이 붙어야 감동한다...62
013. 시는 가락을 숨결처럼 지니고...65
014. [별난 제목과 소재에 눈길이 간다]
015. 제목에 <마릴린 몬로>가 있다...75
016. 잔잔한 미소를 머금게 하는 제목이 있다...88
017. 상식을 뒤집는 제목이 있다...97
018. 시인이 즐겨 다루는 소재가 있다...104
019. 소재는 시인을 '바로 그 시인'으로 만든다...112
020. 장자가 띄운 몇천리 '붕'의 등에 상상을 싣고...124
021. [향기가 나는 자리에 머물러 선다]
022. 입에 붙는 시 낭송...140
023. 역사가 시에 들어올 때...146
024. 사랑의 시는 마른 세상에 피를 돌린다...153
025. 난파하다가 미끄러지다가 칡맛을 내는 시...163
026. 종교가 시에 들어올 때...169
027. 나는 나는 갈테야 꽃밭으로 갈테야...209
028. 여행에 묻어 있는 시인들의 이야기와 시...231
029. 가요에 시가 밀물처럼 밀려들어 갔으면...245
030. 앓는 도시에 포스트모더니즘의 깃발 펄럭이고...259
031. 시와 시조는 서로가 서로에게 스며들어야...272
032. [흔들어 주는 만큼 흔들리면 된다]
033. 물맛 같은 시가 드물다...280
034. 가슴 밑바닥을 흔드는 시를 찾아라...286
035. 머리를 피해 가볍게 스쳐 지나가는 시...293
036. 시를 어깨 위에 얹어 놓고...301
037. [제한이 풀리니 가슴이 시원하다]
038. 시의 속성은 금기를 푸는 데 있다...306
039. 자기 몸 내려치기의 시...325
040. '현대시' '신춘시' 두 동인지와 작품들...331
041. 시의 오적이 독자와 시를 시나브로 떼어 놓고...347
042. 부록 명시 다섯 편 맛보기
043. 김소월의 접동새...353
044. 한용운의 복종...358
045. 주요한의 빗소리...361
046. 김안서의 오다 가다...365
047. 이상화의 달아...370
저자
강희근
진주고, 동국대 국문과 졸업· 동아대 대학원을 수료하고, 1965년 '서울신문' 신춘 문예 시부에 당선하여 등단하였다. 공보부 신인예술상(1966), 경남도문화상(1974), 조연현문학상(1995)을 수상하였고, 현재는 경상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경남일보' 논설위원, 경남가톨릭문인협회 회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