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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공가의 치부

La Fortune des Rougon

에밀 졸라 , 조성애

552쪽, 128*188mm, 18,000원

2025년 03월 30일

ISBN. 978-89-324-0541-4

이 도서의 판매처

발자크의 인간극에 비견되는
에밀 졸라의 루공·마카르총서 첫 번째 이야기

오늘날 자연주의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로 평가받는 에밀 졸라는 발자크의 인간극에 비견되는 루공·마카르총서로 잘 알려져 있다. 루공가의 치부는 에밀 졸라가 23년간 총 20권의 연작 소설로 그려낸 루공·마카르총서의 시발점이 되는 작품으로 5대에 걸친 루공가와 마카르가 사람들의 배경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중요한 소설이다. 2제정하의 한 가문의 자연사와 사회사라는 총서의 부제가 알려주듯 이 작품은 19세기 프랑스 사회를 생동감 있게 표현했을 뿐만 아니라, 가문에 속한 여러 개성적인 인간이 펼치는 욕망을 사실적으로 묘사해 오늘날에도 에밀 졸라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에밀 졸라는 이 작품에서 루공가와 마카르가의 기원을 다루는 한편, 루이 나폴레옹 보나파르트의 친위 쿠데타와 이에 맞선 공화파의 봉기로 혼란스러웠던 프랑스 제2제정기에 피에르 루공이 어떻게 기회를 잡아 성공했는지를 적나라하게 보여 주고 있다.
루공가의 치부19세기 프랑스 파리의 축소판이라 할 수 있는 플라상이라는 가상 도시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1851년 루이 나폴레옹의 쿠데타가 일어났을 때 프랑스 대부분 지역이 무관심하고 수동적으로 반응하는 데 비해 18482월 혁명 이후 민주화 정신이 자리 잡은 남부 지역에서는 항거 운동이 일어났다. 이 소설은 이런 역사적 소재를 다루면서 쿠데타를 틈타 무고한 이들을 제물로 삼아 권력과 부를 얻는 루공 부부와 이들의 탐욕으로 희생되는 젊은이들의 이야기가 맞물리며 생생하게 묘사되는 것이 특징이다. 이를 통해 자신들의 안위와 출세만 생각하는 어른들의 세계는 우스꽝스럽고 비열하며 잔혹하게 그려지는 반면, 젊은이들의 희생은 처연하게 다가온다.

루공가의 치부는 공화정을 향한 대중의 민주적 열망을 짓밟은 제2제정의 폭력성과 사기극을 고발하고 역사적 퇴행을 경계하는 정치 소설로 읽히기도 한다. 동시에 억압과 항거, 지와 위반 그리고 벌과 정화라는 인류사에서 늘 반복되는 이야기도 다루고 있다. 이를 통해 작가는 새로운 권력의 탄생과 그에 따른 가난하고 소외된 이들의 고통을 생생히 묘사하고 있다. 루공가가 이룩한 치부는 타자와 약자를 희생시키고 강탈한, 피로 얼룩진 강도들의 출세기를 연상시킨다. 이처럼 배제된 약자들의 무고한 죽음을 기리는 한편, 사회적 모순을 적나라하게 밝혀내는 이 소설은 자연주의 문학의 대표작으로 손색이 없다.

 

19세기 프랑스 자연주의 소설의 창시자
에밀 졸라 문학의 정수

작가는 서문에서 이 소설을 기원이라고 밝히고 있다. 에밀 졸라의 말처럼 반동파의 쿠데타를 배경으로 하는 루공가의 치부19세기 근대 사회의 역사적·사회적 기원을 다루고 있지만, 소설 속에 넘쳐 나는 신화적 상징과 이미지는 우리는 어디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는가?’에 대한 존재론적 질문을 던지며, 인류의 심리적 기원에 대해 질문하고 탐구한다.
루공·마카르 가계의 시조인 디드 아줌마는 이 가계의 생리학적 시조를 넘어 양육과 보호, 무한한 사랑, 그리고 정화의 성스러운 모성에 관한 인류의 근원적 환상을 보여 준다. 두 눈만 살아 있는 디드 아줌마는 목격자로서 이들의 폭력을 증명하는 증인이자 망자들을 대표하며, 정복이나 지배의 욕망과 평행선을 달리면서 영원히 이어져 내려오는 인류의 또 다른 욕망인 사랑과 연대를 상징한다. 그녀가 사랑한 실베르는 방랑하는 구도자처럼 숭고하고 고결한 열정을 가지고 만인이 행복한 공동체를 꿈꾸는 인물이고, 미에트는 인류의 강하고 아름다운 생명력을 나타낸다. 두 젊은이가 유랑하는 공간들에서 보이는 행복과 보금자리에 대한 원초적 욕망은 인류의 생존과 발전을 이끄는 근원적이며 본능적인 욕구인 보편적 행복의 추구와 이상적 공동체에 관한 질문이라고 할 수 있다.
에밀 졸라는 사회적 약자이기도 한 이들의 삶과 죽음을 통해 한 체제가 세워질 때 이뤄지는 폭력성과 희생제의 논리를 뛰어나게 보여 준다. 동시에 이들이 사랑했던 옛 묘지인 생미트르 공터가 삶과 죽음의 영원한 회귀의 장소임을 보여 주듯이 그들의 죽음은 끝이 아니라, 언제나 돌아오는 봄처럼 인간의 행복에 대한 염원, 공정한 사회에 대한 희망이 인류의 또 다른 숙명처럼 영원히 되살아날 것이라고 역설한다

서문
1장
2장
3장
4장
5장
6장
7장


해설: ‘기원’의 의미에 대해
판본 소개
에밀 졸라 연보

저자

에밀 졸라

1840년 파리에서 태어난 에밀 졸라는 19세기 후반 자연주의를 대표하는 작가로서 ‘현실의 충실한 서기(書記)’로 불렸다. 대학 입학 자격시험에서 두 번이나 떨어진 그는 1862년부터 아셰트 출판사에서 일하면서 문학과 예술에 관한 글을 신문에 기고했다. 그 후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출판사를 떠난 그는 1867년에 첫 번째 걸작이라 할 수 있는 『테레즈 라캥』을 내놓았다. 이 무렵 그는 유전과 생리학에 관한 글을 읽으며 많은 영향을 받았다. 졸라는 과학적 결정론의 토대 위에 19세기 후반 프랑스 사회에 대한 방대한 문학적 벽화를 그려 나갔다. 그것이 『루공-마카르 가』 시리즈다. “제2제정 시대 하 한 가족의 자연적 사회적 역사”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 시대의 온갖 문제가 총망라되어 있다.
한편 졸라를 말할 때면 단연 드레퓌스 사건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대통령에게 보내는 공개 서한인 「나는 고발한다」에서 이 사건의 추악한 이면을 폭로함으로써 프랑스 전역을 들끓게 했다. 이로 인해 그는 군부에 대한 명예 훼손 혐의로 끝내 정치적 망명길에 올라야 했다. 그러나 끈질긴 투쟁 끝에 1898년 드레퓌스가 무혐의로 풀려나고 졸라 역시 파리로 돌아옴으로써 사건은 막을 내렸다. 정의와 양심의 승리를 확인시켜 준 이 사건은 1902년 졸라의 손에 의해 『진실』이라는 작품으로 다시 태어났다. 그러나 그는 이 작품 집필을 마친 뒤 얼마 되지 않아 의문의 가스 질식사로 눈을 감았다.
대표작으로 『테레즈 라캥』을 비롯해 『목로주점』, 『제르미날』, 『작품』, 『나나』 등을 포함한 『루공-마카르 가』 시리즈, 그리고 세기말 종교적·철학적·사회적 결산을 담은 『세 도시』 시리즈와 새로운 사회 구축의 뜻을 담은 『네 복음서』 시리즈 등이 있다. 또한 그는 미술 비평에서도 뛰어났으며, 특히 인상파 화가들을 열렬히 지지했다.

역자

조성애

연세대학교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파리 소르본 누벨 대학에서 에밀 졸라에 대한 연구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전 연세대 강사로, 현 연세대 인문학연구원 전문 연구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연구 분야는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와 자연주의 문학, 대중문화 연구, 축제 문화 연구 등이며 저서로는 『자연주의 미학과 시학』, 『사회 비평과 이데올로기 분석』, 『목로주점: 불안의 시대 파리를 살아간 군상의 기록』, 『공간, 어떻게 읽을 것인가』, 『도박하는 인간』(공저), 『프랑스 작가, 그리고 그들의 편지』(공저), 『축제 문화의 제현상』(공저), 『축제와 문화적 본질』(공저) 등이 있으며 역서로는 『쟁탈전』, 『로마에서 중국까지』, 『사실주의 문학의 이해: 비평, 역사, 시학에 대해』, 『상투어: 언어, 담론, 사회』, 『유토피아』, 『소설 분석. 현대적 방법론과 기법』, 『중세 미술』, 『잘못된 길-1990년대 이후의 급진적 여성 운동에 대한 비판적 성찰』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