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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39

목련구모권선희문(하)

정지진(鄭之珍) , 이정재

580쪽, 128*188mm, 18,000원

2025년 01월 30일

ISBN. 978-89-324-0539-1

이 도서의 판매처

단테의 『신곡』을 연상시키는
중국 설화의 대표 걸작

『목련구모권선희문(目連救母勸善戲文)』은 동아시아 세계관을 대표적으로 보여 주는 목련구모 설화의 핵심 서사를 계승하면서도 세속, 서천, 천상, 지옥이라는 다층적인 무대를 구성하고 있는 대작이다. 생전에 벌인 악행으로 인해 지옥에서 고통받는 어머니를 구하려고 아들인 목련이 불법을 닦아 모두를 구하게 된다는 목련구모 설화는 여러 판본이 존재한다. 『불설우란분경(佛說盂蘭盆經)』에서 짧게 목련구모 설화가 묘사된 이후 당송(唐宋) 시대에 크게 보강되어 「대목건련명간구모변문(大目犍連冥間救母變文)」, 『불설대목련경(佛說大目連經)』, 「목련구모잡극(目連救母雜劇)」 등을 비롯한 텍스트들이 창작되었고, 원명 시대에는 여러 편의 보권(寶卷)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고 변이되면서 중요한 문화 현상을 형성했다. 정지진이 지은 『목련구모권선희문』은 이러한 여러 판본을 집대성했다고 할 만한 작품으로 해당 설화의 완성판이자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또한 노래와 대사가 모두 섞여 있는 중국 고전 희곡의 특징을 잘 보여 주면서도 분량 면에서도 명대 희곡 중에서 가장 긴 작품에 해당한다. 
기존의 설화를 충실히 따르면서도 새로운 인물을 추가해 여러 세부 서사가 다채롭게 펼쳐진다는 점도 이색적이다. 많은 인물이 등장하지만, 극의 전개 과정에서 각자에게 부여된 역할을 적절히 수행하면서 유기적이고 완성도 높은 작품 세계를 형성하고 있다. 이승과 천상을 막론하고 대거 추가된 인물들은 명대 사회의 생활상과 전통적 통치 집단의 위계질서가 직간접적으로 반영되어 있고, 유·불·도 삼교 합일의 가치 체계가 선명하게 드러나 동아시아 문학을 대표하는 고전으로 평가받는다. 서구인과는 다른 동양인만의 독특한 내세관이 잘 드러난 작품으로 동아시아판 단테의 『신곡』이라 불러도 손색이 없다.


이승과 저승, 서천과 천상을 넘나드는 
환상 문학의 정수 

『목련구모권선희문』에는 당대의 욕망을 긍정하는 가치관이 반영되어 있으며 오늘날의 세태에 비추어 보아도 통용될 만큼 선구적인 관점을 보인다는 점도 이채롭다. 이러한 성격은 당시 은자(돈)를 추구하는 풍조에 대한 묘사에서도 잘 드러난다. 저승에서 귀사가 죄를 지은 나복의 어머니 유씨를 데려가며 돈 ‘전(錢)’ 자는 앞 ‘전(前)’이라는 뜻으로 돈이 있으면 남들 앞에 있을 수 있고 없으면 뒤에 떨어져 있게 된다고 묘사하는 부분은 현대적 관점에서 보더라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아울러 귀사는 ‘전’이라는 글자가 쇠 금(金) 하나에 창 과(戈) 두 개로 만들어져 있는데, 이는 이롭다는 뜻의 황금과 해친다는 뜻의 창이 합쳐져 있는 것이라고 말하며 돈이 지닌 양면성을 설명한다.  이처럼 종교를 바탕으로 한 여느 작품들이 물질을 추구하는 욕망에 비판적인 데 반해, 『목련구모권선희문』은 단순히 도덕론을 설파하는 것에서 벗어나 좀 더 다각적으로 사색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주인공이 세속에 있을 때는 돈에 대한 사람들의 지나친 열망을 비판하지만, 정작 저승으로 무대가 바뀐 뒤에는 선행을 많이 한 사람은 금이 쌓여 있는 금전산을, 착한 일을 조금 한 사람은 은전산을 지나가지만, 악행을 저지른 사람은 돈을 쓸 수 없는 파전산을 지나간다는 이야기로 바뀐다. 이처럼 재물을 추구하는 것을 무조건 죄로 추정하지 않는 모순적 의식은 당시 사회에서 부와 상업 윤리가 갖는 의미가 커졌음을 반영한다. 
작품에 다채로운 지옥이 등장하는 장면도 흥미롭다. 단테가 『신곡』에서 여러 지옥을 돌아다닌 것처럼 『목련구모권선희문』에서는 화염산이나 범이 위협하는 호표관 같은 장소가 등장한다. 또한 단테가 위험에 빠질 때마다 베르길리우스와 베아트리체가 도움을 준 것처럼 이 작품에서도 관음이 등장해 주인공의 여정을 돕는다. 
효를 강조하는 유교적 사상을 이야기하면서도 주인공이 불교에 귀의해서 자신과 어머니를 구하고 나중에는 도교를 대표하는 신선이 된다는 설정은 이 작품이 지닌 작품의 복합적인 요소를 상징적으로 드러낸다고 할 수 있다. 동시에 효와 불효, 선업과 악업의 단순한 이분적 구성에서 벗어나 당대 관념을 대표하는 여러 등장인물이 등장해 이야기를 펼쳐 나간다는 점에서 『목련구모권선희문』은 당시 주류와 비주류의 사상을 모두 아우르는 일종의 백과사전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오늘날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만의 복합적인 관념 세계를 잘 직조해 하나의 대서사시로 만든 이 작품은 고전이 왜 시대를 뛰어넘어 여전히 유효한지를 잘 보여 준다.
목련구모권선희문(하)

제57척 혼담 거절(議婚辭婚)
제58척 나복과 익리의 이별(主僕分別)
제59척 흰 원숭이의 항복(遣將擒猿)
제60척 길을 트는 흰 원숭이(白猿開路)
제61척 불경과 모친(挑經挑母)
제62척 내하교를 건너는 유씨(過耐河橋)
제63척 흑송림의 시험(過黑松林)
제64척 승천문과 귀문관(過升天門)
제65척 선인들의 승천(善人升天)
제66척 한빙지의 고난(過寒冰池)
제67척 화염산의 요괴(過火燄山)
제68척 난사하의 싸움(過爛沙河)
제69척 사화상의 합류와 나복의 탈화(擒沙和尙)
제70척 부처님 참배(見佛團圓)
제71척 개장(開場)
제72척 세존의 가르침(師友講道)
제73척 조씨 댁의 원소절(曹258府元宵)
제74척 유씨와 금노의 재회 (主婢相逢)
제75척 목련의 좌선(目連坐禪)
제76척 첫 번째 보전(一殿尋母)
제77척 두 번째 보전(二殿尋母)
제78척 청명절 성묘(曹氏淸明)
제79척 단 공자의 소원(公子回家)
제80척 새영을 탐하는 단 공자(見女託媒)
제81척 세 번째 보전(三殿尋母)
제82척 계모의 핍박(求婚逼嫁)
제83척 새영의 삭발과 도피(曹氏剪髮)
제84척 네 번째 보전(四殿尋母)
제85척 새영의 암자행(曹氏逃難)
제86척 다섯 번째 보전(五殿尋母)
제87척 부처님을 다시 뵙다(二度見佛)
제88척 암자에 도착한 새영(曹氏到庵)
제89척 새영과 부친의 상봉(曹公見女)
제90척 목련과 모친의 상봉(六殿見母)
제91척 부상의 상소(傅相救妻)
제92척 일곱 번째 보전(七殿見佛)
제93척 예물 거절(曹氏却餽)
제94척 괘등 의례(目連掛燈)
제95척 여덟 번째 보전(八殿尋母)
제96척 열 번째 보전(十殿尋母)
제97척 나귀로 변한 유가(益利見驢)
제98척 관음의 가르침(目連尋犬)
제99척 모친과의 재회(打獵見犬)
제100척 새영과의 상봉(犬入庵門)
제101척 목련의 귀가(目連到家)
제102척 우란대회에 가는 새영(曹氏赴會)
제103척 우란대회에 가는 십우(十友赴會)
제104척 우란대회(盂蘭大會)

해설: 목련의 모친 구조 이야기와 정지진의 『목련구모권선희문』
판본소개
정지진 연보

저자

정지진(鄭之珍)

유교와 불교, 도교의 철학을 집대성한 동아시아 최고의 고전 희곡인 『목련구모권선희문』의 저자 정지진은 자가 여석(汝席), 호는 고석(高石)으로 1518년 기문(祁門) 청계(淸溪)에서 태어났다. 약관의 나이에 현학(縣學) 입학생인 읍상생(邑庠生)이 되었지만, 눈병을 앓아 과거 시험의 답안을 작성하는 데 어려움이 있어 향시에는 급제하지 못하고 평생을 고향에서 살았다. 그러나 눈이 불편한 가운데에도 『춘추』와 『예기』 등을 비롯한 유가 경전을 공부하며 학문을 닦았고, 노년에는 향리에서 존경받아 현령으로부터 ‘성세기유(盛世耆儒, 성세의 유학 원로)’라는 편액을 하사받았다. 대표작인 『목련구모권선희문』 이외에도 희곡 『오복기(五福記)』 등을 남겼고 정씨 족보 편수에도 참여했다. 그의 일생은 입신양명의 관점에서는 그리 성공적이지 못했지만, 고향에서 친구들과 널리 사귀며 효도와 공경으로 덕을 쌓았고 가문에 공을 세우며 선비로서 충실한 삶을 살다가 1595년 타계했다.
『불설우란분경』에서 짧게 묘사된 ‘목련구모’ 설화는 석가의 수제자 목련이 지옥에 빠진 모친을 구해 내는 인도의 이야기인데, 중국으로 건너와 당송(唐宋) 시대에 크게 보강되어 「대목건련명간구모변문(大目犍連冥間救母變文)」, 『불설대목련경(佛說大目連經)』, 「목련구모잡극(目連救母雜劇)」 등의 여러 텍스트가 지어졌고, 원명(元明) 시대에는 많은 보권(寶卷) 작품들이 쏟아져 나와 더욱 다양하게 확장되고 변이되면서 중요한 문화 현상을 형성하였다. 『목련구모권선희문』은 이때까지 전승된 목련구모 설화의 주요 내용을 집대성하고 당시의 새로운 사상적 조류를 반영해 새로운 차원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 고전이다.

역자

이정재

서울대학교 중어중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중국 구비연행에 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중국문화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는 『근세 중국 공연문화의 현장을 찾아서』, 『중국 구비연행의 전통과 변화』, 『중국공연예술』(공저), 역서로는 『도화선』, 『모란정』(공역), 『희곡 서유기』, 『근대 중국의 언어와 역사』, 『만유수록 역주 1, 2』(공역), 『구미환유기(재술기) 역주』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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