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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36

결혼 계약

오노레 드 발자크 , 송기정

416쪽, 128*188mm, 18,000원

2024년 09월 30일

ISBN. 978-89-324-0536-0

이 도서의 판매처

프랑스 혁명 이후 급변하는 격동기의 세태를 풍자하고
시대의 욕망을 날카롭게 포착한 대문호의 위대한 풍속 소설

프랑스의 대문호이자 90여 편에 이르는 장편 소설로 <인간극>이라는 거대한 세계를 구축한 발자크는 풍속의 역사가로 불릴 정도로 다양한 주제를 작품에 담았다. 특히 돈과 법은 발자크 소설의 주요 테마다. 국내 초역으로 소개되는 『결혼 계약』과 『금치산』은 이 주제를 정면으로 다루는 작품으로, 가족 간의 돈 문제에 법이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소르본 법대에서 공부하고 변호사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한 바 있는 발자크는 결혼과 지참금, 상속과 유언 등 계약서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 탐욕과 야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이 두 작품은 무엇보다도 돈의 이해관계로 얽힌 욕망이 꿈틀거리는 세상을 정밀하고 냉혹한 시선으로 분석하는 대문호 발자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걸작이다.

『결혼 계약』은 결혼이라는 일종의 민법상 계약에 관한 소설이다. 발자크는 두 가문을 대표하는 공증인들이 서로 유리한 조건으로 계약을 체결하려고 투쟁하는 과정을 그린다. 백작인 폴 드 마네르빌이 고용한 늙은 공증인 마티아스는 귀족적 가치를 중시하는 반면, 부르주아인 에방젤리스타가 고용한 젊은 공증인 솔로네는 오로지 개인의 이익을 중시한다. 발자크가 보기에 결혼이라는 소재는 19세기 당시 프랑스의 현실을 보여 주기에 가장 좋은 소재이기도 했다. 결혼을 결정하고 결혼 절차가 진행되는 순간, 결혼은 각자의 이권을 위해 싸워야 하는 전쟁이 된다. 이제 결혼은 “감정의 문제가 아니며”, 순전히 “금전적 사업”이다. 두 명의 공증인은 각각 구시대의 귀족과 신시대의 부르주아를 대표하며, 발자크는 이 두 세력의 대립 관계를 통해 프랑스 혁명 이후 발생한 사회적 갈등의 드라마를 펼쳐 보인다.

『금치산』에는 아내가 남편에 대해 금치산 선고를 청구한 사례가 담겨 있다. 유서 깊은 귀족인 에스파르 후작은 가문의 재산이 신교도 가족으로부터 부당하게 몰수한 토지에서 비롯된 것임을 발견하고는, 그 가족의 후손인 장 르노 모자에게 그들의 몫을 돌려 주고자 한다. 그러나 에스파르 후작부인은 그런 남편을 미친 사람으로 몰아 그의 재산을 빼앗고자 금치산 선고를 청구한다. 소설은 후작부인의 청원에 따른 소송 과정을 상세히 묘사한다. 그리고 공명정대한 판사 포피노의 재판 과정을 통해 당대의 뜨거운 논쟁거리였던 ‘망명 귀족 보상법’이라는 사회적 문제를 환기시킨다. 발자크는 몰수 재산 처리와 관련된 이 법안을 둘러싼 귀족과 부르주아의 갈등을 그림으로써 법의 공정성과 정의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 

오늘날 가장 진보적인 작가로 평가받는
발자크 리얼리즘의 정수 

이렇듯 『결혼 계약』과 『금치산』은 풍속 소설가로서 발자크의 강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돈과 법이 지배하는 새로운 사회에 대한 심도 깊은 통찰을 보여 준다. 프랑스 혁명 이후 혈통에 따른 기존의 가치는 무너졌고 자본주의와 함께 부르주아라는 새로운 계급이 형성되었다. 발자크는 그러한 사회적 변화를 누구보다 먼저 감지했다. 그런 점에서 그는 군주제를 옹호한 보수주의자이면서도 오늘날 가장 진보적인 작품을 쓴 작가로 평가받는다. 마르크스는 발자크를 19세기 최고의 작가라고 평했으며, 엥겔스는 그 어떤 역사가나 경제학자 그리고 통계학자의 책보다 발자크의 작품에서 경제를 더 많이 배울 수 있다고 주장했다. <인간극>에서 ‘사생활 장면'에 속하는 『결혼 계약』과 『금치산』은 오늘날에도 만날 법한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리하여 가치가 충돌하고 주류와 비주류가 교체하는 세태를 시대를 초월하여 묘사한다. 

두 소설이 가진 또 하나의 공통점은 여성의 재산권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에 대한 작가의 문제 제기다. 『결혼 계약』에서 나탈리는 당시 관습에 따라 지참금을 가져가지만, 그 지참금을 관리할 권한은 남편에게만 있다. 게다가 지참금의 대부분은 남편 본가의 재산 형성에 기여하도록 되어 있다. 『금치산』에서도 데스파르 후작부인은 본인의 재산을 처분하거나 투자할 수 없다. 여성은 남편이 금치산 선고를 받을 경우 후견인이 될 수 없으며, 다른 남자를 후견인으로 내세워야 한다. 막대한 지참금을 가지고 결혼했음에도 늘 빚에 쪼들리는 고리오 영감의 두 딸을 비롯하여 <인간극>에는 유사한 사례가 수없이 많다. “민법은 여성에게 피후견인의 지위를 부여했네. 여성을 미성년자나 어린이 취급을 했단 말일세”라는 마르세의 말을 통해 발자크는 여성이 재산권을 갖지 못하는 당시 현실을 비판하고 있다.
결혼 계약
금치산


해설
판본 소개
오노레 드 발자크 연보

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현대 소설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대문호. 1799년 투르에서 자수성가한 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어머니는 자식에게 무관심하여, 그는 가정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발자크는 어린 시절 과도한 독서로 인한 건강 악화로 집에서 1년간 요양한 후 중학교를 거쳐 소르본 법대에 입학했다. 이후 여러 변호사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은 뒷날 그의 소설에 활용되었다. 공증인이 되기를 희망하던 부모의 뜻과 달리 독립하여 파리의 한 다락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발자크는 1819년 집필한 희곡 「크롬웰」을 선보였으나 이를 읽은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인 앙드리외로부터 작가의 꿈을 접으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 10년 뒤인 1829년 발자크는 첫 작품인 『마지막 올빼미당원』을 출간했으며, 20여 년간 초인적인 집필 능력으로 방대한 전집 <인간극(La Comédie Humaine)>을 창조해 나갔다. 제목이 보여 주듯 단테의 『신곡』에 필적하면서 동시에 프랑스와 호적부와 경쟁한다고 호언할 정도로 당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려는 계획이었다. 1850년 발자크는 오랜 연인이었던 한스카 부인과 고대하던 결혼식을 올린 지 두 달 뒤 서거했다. 그의 죽음으로 애초에 의도한 130여 편이 아닌 90여 편의 장편소설로 마감된 <인간극>은 미완에 그쳤으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으로 남았다.
<인간극>에서 ‘사생활 장면’에 속하는 『결혼 계약』(1835)과 『금치산』(1839)은 풍속 소설가로서 발자크의 강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 초역이다. 발자크 소설의 주요 테마인 돈과 민법을 다루는 두 작품은 가족 간의 돈 문제에 법이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소송대리인 사무실과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한 바 있는 발자크는 결혼과 지참금, 상속과 유언 등에 관한 계약서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 탐욕과 야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이 두 작품은 무엇보다도 돈의 이해관계로 얽힌 욕망이 꿈틀거리는 세상을 정밀하고 냉혹한 시선으로 분석하는 대문호 발자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걸작이다.

역자

송기정

이화여자대학교 명예교수. 이화여자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프랑스 파리3대학교에서 문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지은 책으로 『오노레 드 발자크, 세기의 창조자』, 『광기, 본성인가 마성인가』, 『스크린 위의 소설들』, 『신화적 상상력과 문화』(공저), 『자본주의와 인간 욕망』(공저), 『역사의 글쓰기』(공저)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루이 랑베르』, 『13인당 이야기』, 『여명』, 『폭풍우』, 『빛나』, 『브르타뉴의 노래·아이와 전쟁』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