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감독이자 사진가 박찬욱이
<헤어질 결심>을 통해 남기고 싶은 것들
영화 <헤어질 결심>은 박해일과 탕웨이를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은 물론, 인상적인 대사와 꼼꼼한 디테일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각본에 이어 스토리보드북과 포토북까지 여러 권의 공식 도서가 출간된 이후, 드디어 가장 사적인 이야기가 공개된다.
박찬욱은 <헤어질 결심>을 만들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배우들과 미팅하고 영화를 만들어 가는 여러 순간을 사진의 형태로 기록했다. 사진집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은 제목 그대로의 내용, 즉 영화 감독 박찬욱이 어떤 과정을 거쳐 <헤어질 결심>을 만들게 되었는지를 알려 준다. 그래서 이 책에는 영화 제작 현장 사진은 물론, 영화 바깥에서 사진가 박찬욱이 홀로 발견한 사물들이 함께 자리하고 있다.
그가 포착한 사진 중에는 영화에 직접적인 영감을 준 장면도 있고, 언뜻 관계를 발견하기 어려운 장면도 있다. 다시 말해 『어떻게 헤어질 결심을』은 영화 <헤어질 결심>에 종속된 책이 아니라 이 영화를 만들어 가던 인간 박찬욱에 관한 책이다. 그가 그 영화를 만드는 시기에 마주쳤던 소중한 순간들을 기록한 포토 에세이인 셈이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영화 감독 박찬욱과 홀로 거리를 걷는 사진가 박찬욱을 동시에 만나게 된다.
진중한 사진과 유쾌한 코멘터리
단독 사진집 『너의 표정』에서 그러했듯, 박찬욱의 사진 세계는 발견하고자 하는 열망으로 가득하다. 영화가 ‘만드는’ 일이라면 사진은 ‘발견하는’ 일인 셈이다. 어떤 사물들은 쉽게 지나쳐 버릴 수 있는 평범한 풍경 속에 있다가 특별한 시간과 빛 속에서 불현듯 시선을 사로잡게 된다. 그 사물이 아름다워 보이는 순간 그것은 하나의 의미를, ‘표정’을 얻게 된다. 이렇게 박찬욱의 사진은 문득 번뜩이는 시선으로 채워져 있다.
재미있는 점은 그 진지한 번뜩임을 글로 설명할 때는 진중함이 아닌 유머가 가득하다는 점이다. 자신이 찍은 사진을 진지하게 설명하는 게 어색하다고 고백하는 그는 사진을 찍은 순간들을 복기할 때면 즐거운 유머와 재치를 사용한다. 유쾌하면서도 무게감을 잃지 않는 그 문장들은 사진을 보고 읽는 즐거움을 배가한다. 창작자 박찬욱의 팬이라면 세상을 포착하고 기록하는 그의 사진과 글을 접하면서 커다란 기쁨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헤어질 결심>이라는 하나의 세계
이번 사진집이 출간되면서 영화 <헤어질 결심>을 둘러싼 세계는 더욱 확장되었다. 전례 없는 열풍을 일으켰던 각본에 이어 그 각본을 최초로 시각화한 스토리보드북이 출간되었고, 이후 공식 스틸 사진들을 모아 새로운 방식으로 재배열한 포토북이 나왔다. 이러한 공식 콘텐츠들이 연이어 출간된 후, 이번에는 이 영화를 연출한 감독의 사적인 반영을 모은 ‘박찬욱-헤어질 결심-사진집’이 출간되면서 그 대미를 장식하게 되었다. 마치 영화 블루레이의 코멘터리 서플리먼트처럼, <헤어질 결심>에 가장 큰 영향을 끼친 인물의 내적인 소회를 담고 있는 이 사진집은 한 편의 영화를 더욱 깊이 있게 느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최고의 길잡이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