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음은 어떻게 삶을 의미 있게 만드는가
알고리즘의 늪에 빠져 유튜브를 몇 시간씩 보고, OTT나 웹툰 정주행으로 주말을 탕진하는 우리는 시간을 낭비하면서도 시간적 제약이 인간의 여러 가능성을 없애 버린다고 생각한다. 만약 인간에게 시간이 무제한으로 주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정말 우리가 원하는 삶을 살 수 있을까? 불사의 존재가 수많은 작품 속에서 불행하게 묘사되는 것만 봐도 시간의 무한함이 우리의 부족함을 채울 정답은 아닌 듯하다. 물론 시간 제약이 없다면 일과 취미라는 두 마리 토끼를 손에 쥔 채 질 높은 생활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적은 시간을 갖고도 탕진하던 우리가 무한의 시간이 주어졌다고 보람차게 살 수 있을까?
이 책의 저자 딘 리클스는 역설적이게도 제한은 자유를 낳는다면서 “죽음은 가장 필요한 제한”이라고 말하며, 시간적 제약이 없다면 우리가 계획하고 추진하는 모든 일의 가치가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죽음은 우리에게 진정으로 살라고 명하면서 자신이 바라는 삶이 무엇인지 그리고 자신이 누구인지 생각하게 한다. 또한 죽음은 우리 자신을 알고 그에 따라 세상에서 행동하며, 미래를 어떻게 만들어 갈지 숙고하게 한”다고 말한다.
인생은 그 유한함이 본질이다
우리는 이 숙고 과정에서 자신을 제대로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자신의 행동을 이끄는 동인을 모르면 결국 미래의 자신을 위해 하는 일이 아무 소용없게 된다. 리클스는 자기 의지가 정말로 자기 의지인지 잘 살펴야 한다고 말하며 개인의 신념과 행동의 숨은 동인을 밝혀내는 ‘개성화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한다. 그리고 사람들이 종종 선택하게 되는 인생의 함정과 실수를 피할 수 있도록 조언해 준다.
이 책은 우리의 가장 귀중한 자원인 시간을 현명하고 효과적으로 사용하는 문제를 주로 다루지만, 좋은 삶만을 강조하는 스토아 철학서는 아니다. 그보다는 죽음을 정면으로 마주한 인간이 실존적으로 느끼는 불안을 들여다보고, 선택의 기로에서 의미 있는 선택을 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리클스의 말대로 “인생이 짧지 않다면 우리는 애초에 그런 선택의 문제와 가능성의 가지치기라는 문제에 직면하지 않는다.” 인생의 여러 시기를 살아가는 동안 자기 생각과 믿음에 주의를 기울이는 법, 온전한 사람이 되는 법, 무의식과 의식을 일치시키는 법, 이리저리 밀려다니는 대신 진정한 삶을 살아가는 법이 궁금할 때 이 책이 도움이 될 것이다.
수천 년에 걸친 위대한 인물들이 전하는 하나의 조언
철학과 현대 물리학 역사를 가르치는 교수이자 시간 센터 소장인 딘 리클스는 죽음이 삶에 가치를 불어넣는다는 역설을 쉽게 설명하기 위해 철학(세네카, 헤겔, 루소, 플라톤, 하이데거, 쇼펜하우어), 과학(펜로즈, 와인버그, 휠러), 심리학(융, 베인즈, 폰 프란츠), 문학(프루스트, 토마스 만, 카뮈, 몽테뉴) 등 다채로운 이론과 주장을 소개한다. 수천 년에 걸친 이 위대한 인물들의 조언은 하나의 메시지를 관통한다. 그리고 그들 모두가 유한한 삶을 산 인간이기에 의미를 만들어 낼 수 있었다.
인간은 죽음을 두려워한다. ‘죽음 불안’은 매우 일반적이며, 리클스는 그 불안감이 아주 많은 편이었다. 그런 불안감이 죽음과 시간에 관한 연구의 촉발이 되었고, 그는 그간의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 책을 집필했다. 그는 총 8장에 걸쳐 시간 제약이 어떻게 세상에 의미를 부여하는지 말하며, 우리에게 ‘주어진 시간’이 있다는 사실이 얼마나 특별한 일인지 깨우쳐 주고, 그 소중한 시간을 현명하게 활용할 수 있는 삶의 지혜를 전한다. 이 책은 세네카의 고전 『인생의 짧음에 관하여De Brevitate Vitae』에서 더 나아가 오늘날 의미 있는 삶을 살고 싶은 독자에게 좋은 안내서가 되어 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