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오노레 드 발자크
19세기 프랑스 사실주의 문학의 선구자이자 ‘현대 소설의 창시자’로 평가받는 프랑스의 대문호. 1799년 투르에서 자수성가한 부르주아의 아들로 태어났다. 아버지와 나이 차이가 많이 나는 젊은 어머니는 자식에게 무관심하여, 그는 가정의 사랑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자랐다. 발자크는 어린 시절 과도한 독서로 인한 건강 악화로 집에서 1년간 요양한 후 중학교를 거쳐 소르본 법대에 입학했다. 이후 여러 변호사 사무실에서 비서로 일했는데 이때의 경험은 뒷날 그의 소설에 활용되었다. 공증인이 되기를 희망하던 부모의 뜻과 달리 독립하여 파리의 한 다락방에서 글을 쓰기 시작한 발자크는 1819년 집필한 희곡 「크롬웰」을 선보였으나 이를 읽은 콜레주 드 프랑스 교수인 앙드리외로부터 작가의 꿈을 접으라는 충고를 받기도 했다. 10년 뒤인 1829년 발자크는 첫 작품인 『마지막 올빼미당원』을 출간했으며, 20여 년간 초인적인 집필 능력으로 방대한 전집 <인간극(La Comédie Humaine)>을 창조해 나갔다. 제목이 보여 주듯 단테의 『신곡』에 필적하면서 동시에 프랑스와 호적부와 경쟁한다고 호언할 정도로 당대 사회를 총체적으로 보여 주려는 계획이었다. 1850년 발자크는 오랜 연인이었던 한스카 부인과 고대하던 결혼식을 올린 지 두 달 뒤 서거했다. 그의 죽음으로 애초에 의도한 130여 편이 아닌 90여 편의 장편소설로 마감된 <인간극>은 미완에 그쳤으나 누구도 범접할 수 없는 거대한 업적으로 남았다.
<인간극>에서 ‘사생활 장면’에 속하는 『결혼 계약』(1835)과 『금치산』(1839)은 풍속 소설가로서 발자크의 강점을 유감없이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국내 초역이다. 발자크 소설의 주요 테마인 돈과 민법을 다루는 두 작품은 가족 간의 돈 문제에 법이 어떻게 개입하는지를 잘 보여 준다. 소송대리인 사무실과 공증인 사무실에서 서기로 일한 바 있는 발자크는 결혼과 지참금, 상속과 유언 등에 관한 계약서 뒤에 숨어 있는 인간의 고통과 절망, 탐욕과 야심을 예리하게 포착해 낸다. 이 두 작품은 무엇보다도 돈의 이해관계로 얽힌 욕망이 꿈틀거리는 세상을 정밀하고 냉혹한 시선으로 분석하는 대문호 발자크의 면모를 확인할 수 있는 걸작이다.
역자
이동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프랑스 몽펠리에대학교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를 역임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저서로 『스탕달 소설 연구』, 『문학과 사회 묘사』, 『프루스트와 현대 프랑스 소설』, 『빛의 세기, 이성의 문학』 등이 있고 역서로 『고리오 영감』, 『적과 흑』, 『좁은 문·전원 교향곡』, 『여자의 일생』, 『어둠 속의 사건』, 『소설과 사회』, 『말도로르의 노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