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세계를 본격적으로 다룬 과학서 국내 첫 소개
투명 인간이라는 오랜 상상은 실현될 수 있을까
실제로 해리 포터처럼 투명 망토를 두르고 사라질 수 있을까? 미래 기술을 다루는 소설이나 영화를 보며 우리는 한 번쯤 이런 상상을 한다. 아직은 이런 일이 상상에 머물고 있지만, 2006년에 투명 망토를 만드는 방법에 대한 획기적인 논문 두 편이 『사이언스』지에 발표되면서 이런 상상이 현실이 될 수 있는 가능성이 싹텄다. 그 이후 ‘보이지 않음’을 현실화하는 다양한 방법에 대한 집중적인 연구가 이어졌고, 오늘날 이러한 가능성을 다루는 과학은 우리의 머릿속 세계를 훌쩍 뛰어넘어 예기치 못한 모습으로 다가와 있다. 물리학자이자 광학 연구자인 그레고리 J. 그버가 이 분야의 최신 연구 성과를 바탕으로 쓴 이 책은 ‘보이지 않음’에 대한 탐구의 과거와 현재를 살펴보고, 과연 보이지 않는 세계가 도래할 수 있을지 그 가능성을 그려 본다. 그리고 이 여정에는 새로운 상상력으로 실제 과학에 영감을 불어넣은 다채로운 과학 소설(SF)들이 함께한다. 이 책은 보이지 않는 세계에 대한 이야기일 뿐만 아니라 빛의 본질에 대한 인류의 이해, 그리고 이 지식을 발전시킨 여러 흥미로운 인물들에 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정재승 교수의 말처럼 이 책은 “‘관찰 가능한 것만이 존재하는 것’이라고 믿어 온 물리학의 역사를 새롭게 쓰”며 과학에서 일어난 과감한 관점의 도약을 보여 준다. 이 거대한 전환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주어진 새로운 질문이 될 것이다.
빛과 물질 탐구의 역사와 최첨단 과학의 좌표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전투기, 자연재해 억제 기술, 정전기장 차단 망토…
과학적인 정의에 따르면, 특별한 방식으로 빛을 조작하여 자연적인 상태보다 물체를 보기 어렵게 만들 때 물체가 보이지 않는다고 간주하는데, 이 책은 이러한 ‘보이지 않음’의 가능성을 토대로 현재 우리가 서 있는 곳의 좌표를 가늠한다. 이 책은 페르세우스 신화에 나오는 투명 투구와 기게스의 반지(플라톤의 『국가』에 나오는 가공의 마법 반지로, 반지를 낀 사람은 다른 사람에게 보이지 않게 된다)부터 현대 과학에서 연구되는 투명 망토까지, SF와 진짜 과학의 역사를 들려준다. 무언가를 눈에 보이지 않게 하려면 빛과 물질의 성질을 알아야 하기에 빛의 파동설과 입자설, 원자론 성립의 역사, 엑스선 발견과 CT 스캔, 양자역학의 태동 등 빛에 관한 과학의 역사를 차곡차곡 쌓아 가며 보이지 않음의 원리를 구현하는 ‘변환광학’과 ‘메타 물질’로 대표되는 특수 물질 개발의 현주소에 이른다. 해리 포터가 사용할 만한 완벽한 은닉을 실현하는 투명 망토는 가까운 시일 내에 나오기 쉽지 않겠지만, 이 연구에서 파생되는 통찰은 무시하기 어렵다. 현대 과학은 레이더를 회피하는 스텔스 전투기, 지진 및 거대 파도 등의 자연재해 대비, 음파를 차단하는 음파 망토, 정전기장으로부터 MRI 장치를 보호하는 자기 망토 등 광범위한 영역에 ‘보이지 않음’의 원리를 도입하고 있다. 이 분야의 과학은 우리가 예상치 못한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한다. 이 책을 덮을 즈음에는 투명 망토를 두르고 누군가를 엿보는 상상은 새로운 가능성의 일부에 지나지 않음을 알게 될 것이다.
SF와 물리학의 매력적인 태피스트리
영감과 발견의 실마리를 탐색하는 흥미진진한 여정
투명 망토나 투명 인간 같은 새로운 세계를 창조해 낸 SF 이야기를 통해 상상의 세계와 실제 과학이 서로 영감을 주고받는 과정을 보여 주는 것도 이 책의 백미다. SF 작가들은 과학자들과 더불어 ‘우리가 과연 다른 사람들 눈에 보이지 않을 수 있을까’에 대해 연구하고 그 원리를 이해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150년 전 물리학의 발전으로 자연에 대한 지식이 점점 더 많아지면서 사람들은 자연법칙의 범위 내에서 보이지 않는 일이 가능한지 상상하기 시작했고, 이 질문을 처음 던진 사람은 과학자가 아니라 SF 작가였다. 바로 피츠 제임스 오브라이언이 1869년에 발표한 단편 소설 「무엇이었을까? 하나의 수수께끼」는 보이지 않음에 대해 최초로 과학적 설명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이전의 이야기들과 확실히 구별된다. 또 1897년에 출간된 허버트 조지 웰스의 『투명 인간』은 19세기에 이루어진 과학의 발견을 발판 삼아 ‘투명 인간’이라는 전설적인 캐릭터를 창조해 냈다. 이후로도 쥘 베른의 『빌헬름 스토리츠의 비밀』(1897), 잭 런던의 「그림자와 섬광」(1906), 필립 와일리의 『보이지 않는 살인자』(1931) 등의 수많은 소설에서 투명 인간과 보이지 않음이라는 테마가 다채롭게 변용되며 이어졌다. 이 책은 이를 소재로 한 작품들을 물리학의 인상적인 장면들과 함께 다루며, 본문에 담지 못한 소설들은 부록(‘보이지 않음에 관한 소설들’)으로 정리해 흥미로운 독서 리스트를 제공한다. 그리고 또 다른 부록인 ‘나만의 투명 장치 만드는 법’을 실어 실생활에서 투명 장치의 원리를 구현할 수 있는 방법도 제시한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은 과학의 역사와 함께 펼쳐지는 상상의 세계 속에서 신선한 영감과 새로운 발견의 실마리를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