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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 , 강초롱

200쪽, 128x188mm, 15,000원

2024년 03월 08일

ISBN. 978-89-324-0529-2

이 도서의 판매처

2024년 세계 여성의 날(3/8)을 맞아 ‘을유세계문학전집’에서 선정한 여성 작가의 작품 5종을 리커버 에디션으로 선보인다. 브론테 자매의 소설, 에밀리 디킨슨의 시 선집,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전적 소설, 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소설까지,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며 한 인간으로 오롯이 서기 위해 분투하는 모습과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적 갈등이 탁월하게 묘사된 작품들이다. 본 세계문학전집이 지향해 온 ‘작가를 연구한 전문가의 원전에 충실한 번역’은 이번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에서도 빛을 발하고, 아티스트 홍지희가 각 문학 작품에서 받은 영감을 형상화한 표지 이미지는 본 에디션에 특별한 색을 부여한다.


을유세계문학전집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1.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소개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 작품은 『워더링 하이츠』, 『제인 에어』,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버너 자매』, 『아주 편안한 죽음』으로, 다섯 작품 속에는 역경 속에서도 당당히 자신의 뜻을 펼쳐 나가는 인물도 있고, 비극적인 결말을 맞는 인물도 있다. 그들 모두 어려움을 헤쳐 가며 성장하고, 자신의 정체성을 찾으려 애쓰며 한 인간으로 오롯이 서기 위해 분투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드러나는 내적 갈등이나 여성의 미묘한 심리가 탁월하게 묘사되어 있다.

이번 리커버 에디션은 표지만 바꾸는 데 그치지 않고, 개정판을 출간한다는 마음으로 작품 전면을 꼼꼼히 살피며 교정과 윤문, 역자의 검수로 완성도를 더욱 높였다. 번역의 엄밀함과 표현의 적확성, 원작의 개성을 살린 을유세계문학전집의 품격을 본 리커버 에디션에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여성과 문학’ 리커버 에디션의 표지는 깨진 유리와 금속, 자연물, 일회용품 등을 이용한 업사이클 작품을 주로 선보여 온 아티스트 홍지희의 작품으로 만들었다. 홍 화가가 다섯 작품을 읽고 받은 영감을 작품별로 형상화한 작업물을 표지에 담았는데, 깨진 유리의 반짝임과 한지 단(段)이 만들어 낸 그림자가 인생의 빛과 그늘을 표현한 듯한 느낌을 준다.

 
2. 작품 및 작가 소개
­ 워더링 하이츠: 서른 살의 나이로 요절한 에밀리 브론테가 남긴 단 한 편의 장편소설. 같은 지주지만 사회·경제적 배경이 미묘하게 다른 언쇼가와 린턴가의 이야기가 두 저택 ‘워더링 하이츠’와 ‘스러시크로스 그레인지’를 중심으로 펼쳐진다. 전형적인 괴기 소설처럼 시작하지만, 독자가 결국 목격하게 되는 것은 19세기 영국의 엄밀한 현실이다. 이 작품은 이런 탁월한 리얼리즘적 성취로 세계 10대 소설의 하나로 언급될 만큼 높이 평가받고 있다.

에밀리 브론테(Emily Brontë)
단 한 편의 장편소설을 남긴 채 서른 살의 나이로 요절했다. 어린 시절 아버지가 오빠에게 나무로 된 군인 인형 세트를 선물했는데, 이를 계기로 가상의 나라 이야기를 창작하기 시작했다.

­ 제인 에어: ‘최초로 개인의 의식을 그려 낸 역사가’로 불리는 샬럿 브론테의 대표작으로, 순응하고 인내하는 여성이 이상적으로 여겨지던 빅토리아 시대에 이와 동떨어진 인물인 제인의 성장을 통해 여성의 삶 전반, 즉 교육, 고용, 사랑, 결혼에 대해 의문을 던진다. 사랑과 사회적 지위 앞에 독립적이고, 억압에 반항하는 여성상을 그려 낸, 사회적 계급과 성평등 문제를 담은 최초의 여성 성장 소설이자 초자연적이고 환상적인 고딕 소설이다.

샬럿 브론테(Charlotte Brontë)
어린 시절부터 분방한 상상력을 지녔고, 다양한 책들을 섭렵하며 엄청난 양의 독서를 했다. 샬럿은 6년밖에 소설을 쓰지 않았지만, 당대에 그의 문학적 권위는 독보적이었다.

­ 에밀리 디킨슨 시 선집: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 가운데 한 명인 에밀리 디킨슨의 시 선집. 그는 평생 독신으로 지내며 시를 통해 인간의 내면을 깊숙이 파헤쳤다. 그의 시들은 매우 간결하면서 이미지즘적이며, 추상적인 사고와 구체적인 사물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시간에 갇힌 인간 의식의 한계에 대한 고통스러운 역설을 일깨우는 디킨슨의 시 세계는 오늘날에도 수많은 독자로부터 공감을 얻으며 향유되고 있다.

에밀리 디킨슨(Emily Dickinson)
은둔 생활을 하면서도 당대 지식인들과 서신으로 교류했다. 생전에는 그의 요구로 일곱 편의 시만 익명으로 소개됐지만, 사후에 시집과 서간집이 출간되었고 위대한 시인으로 자리매김했다.

­ 버너 자매: 재평가받으며 근현대 미국 문학을 대표하는 작가 반열에 오른 이디스 워튼의 중단편 선집. 어두운 그림자에 휘말려 쇠퇴해 가는 하층민 여인들의 삶을 담아낸 「버너 자매」, 상류층의 지적 허영을 신랄하게 보여 준 「징구」, 두 여인의 뒤틀린 질투를 그려 낸 「로마열」이 수록돼 있다. 세 작품 모두 현실적 비극이나 모순을 통해 삶의 부조화와 개인의 무력함, 허위의식 등을 탁월하게 담아냈으며, 복잡한 내면세계와 미묘한 심리 변화를 섬세하게 묘사했다.

이디스 워튼(Edith Wharton)
『순수의 시대』로 1921년 여성 최초로 퓰리처상을 수상했다. 소설, 시, 에세이, 여행기, 회고록 등 40여 권이 넘는 책을 출간했으며, 병상에서까지 글을 쓴 것으로 유명하다.

­ 아주 편안한 죽음: 시몬 드 보부아르의 최고작 중 하나로 꼽히는 자전적 소설로, 작가가 천착해 온 실존주의라는 주제를 문학의 영역으로 끌어온 작품이다. 작가는 어머니의 마지막 날들을 함께하면서 그간 자신이 멀리했던 어머니의 삶을 돌아보고 죽어 가는 모습을 지켜본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자신이 한때 냉대하며 외면했던 세계를 새롭게 인식하고 자기 정체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며 구별 짓기로 가득했던 내면의 경계를 허문다.

시몬 드 보부아르(Simone de Beauvoir)
『초대받은 여자』, 『레 망다랭』, 『제2의 성』 등 다양한 책을 출간했고, 사르트르와 함께 잡지를 창간하기도 했다. 수많은 시위에 참여하며 행동하는 지성인으로서의 면모를 보여 줬다.


3. 표지 작품에 대하여
을유세계문학전집 리커버 작업으로 맡게 된 다섯 권의 책. 고전을 회화 작가의 관점으로 풀어내는 것이 어떠한 연결고리로 나에게 온 건지 궁금했다. 여성이 책의 주인공이자 저자였고, 자아에 대한 태도는 내가 쌓아 온 이야기와 닮아 있었다. 또한 과거와 현재가 맞닿으며 변주할 듯 맴도는 우리의 모습 같았다. 그래서 형태와 물성이 주는 특성만으로 일체의 설명 없이 교집합을 이루는 모습을 떠올렸다. 그래픽처럼 단순하지만 회화처럼 내밀하고 궁금하길 원했다. 열린 결말 같은 이미지는 되려 질문을 던질 수 있는 구실이기도 하다. 자극 없이 상상을 펼칠 수 있던 시대의 문학은 은근한 빛이 깃들어 있다. 누군가는 유리 조각에서 예리함을 보고, 어떤 이는 투명한 빛을 본다. 부드럽지만 질긴 생명력을 가진 것과 섬세하지만, 쉽게 꺾이지 않는 물성은 고요한 듯 치열하게 어우러진다. 켜켜이 쌓인 한지는 텍스트 속 관계처럼 한 붓으로 연결되며 순수를 간직한 유물처럼 고유한 다섯 목소리를 전한다. - 홍지희(화가)

저자

시몬 드 보부아르

프랑스의 가톨릭 부르주아 가정에서 태어난 시몬 드 보부아르는 파리 고등사범학교와 소르본대학에서 철학사 학위와 철학 교수 자격시험을 준비하던 중에 장 폴 사르트르를 만난다. 이후 그들이 결혼하지 않고 50여 년간 ‘계약 결혼’ 형태로 함께한 사실은 유명하다. 그녀는 여러 고등학교에서 12년간 철학을 가르쳤으나 학부모의 허위 고발로 1942년에 해고당한다. 1943년 소설 『초대받은 여자』와 1944년 철학서 『피뤼스와 시네아스』 등을 발표하면서 집필에 전념하기 위해 1945년 복권된 교직을 완전히 떠난다. 그리고 사르트르와 함께 잡지 『현대』를 창간하고 소설·희곡·철학서·기행문·회고록 등 다양한 장르의 작품을 선보인다.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1940년대 후반은 실존주의가 세계적으로 풍미하던 시대였다. 당시 실존주의 작가이자 철학자로 명성이 높았던 사르트르와 보부아르는 각국으로부터 강연 초청을 의뢰받았고, 그중 처음 방문한 미국에서 그녀는 소설가 넬슨 올그런을 만나 대서양을 넘나드는 사랑에 빠진다. 그리고 17년 동안 연애편지를 주고받는다. 1949년에는 보부아르에게 세계적 명성을 안겨 준 『제2의 성』이 출간된다. 이 책은 실존주의 철학의 관점에서 여성 문제를 고찰하여 당시 프랑스 사회에 격렬한 논쟁을 불러일으켰고, 출간 1주일 만에 프랑스에서 2만부 이상 판매된다. 이후 30여 개국에 번역 소개되어 전 세계 여성 독자층의 열렬한 지지를 받는다. 1954년에는 『레 망다랭』으로 공쿠르상을 수상하면서 실존주의 철학자이자 페미니즘 사상가로서만이 아니라 소설가로서도 확고히 자리매김한다. 그리고 넬슨 올그런과 주고받던 연서는 서서히 뜸해지다가 1964년에 완전히 끊기고 만다. 1970년대부터는 여성해방운동(MLF)에 합류해 본격적으로 여성운동에 앞장서고, 1986년 타계할 때까지 페미니스트로서 적극적인 활동을 펼친다.
그밖에 주요 저서로는 회고록 5부작인 『얌전한 처녀의 회상』, 『나이의 힘』, 『상황의 힘』, 『결국』, 『작별의 의식』과 소설 『타인의 피』, 『모든 인간은 죽는다』, 『위기의 여자』, 『아주 편안한 죽음』 그리고 철학서 『애매성의 윤리를 위하여』와 『노년』, 희곡 『군식구』, 기행문 『미국 여행기』 등이 있다.

역자

강초롱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2010년 파리 7대학에서 「시몬 드 보부아르의 자서전 담론」으로 불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고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는 「진실‘들’을 드러내는 은밀한 목소리: 『초대받은 여자』의 주변인물 연구」, 「어머니를 위한 애도의 두 가지 전략: 보부아르의 『아주 편안한 죽음』과 에르노의 『한 여자』 비교」, 「자유와 상황의 충돌의 재현: 『레 망다랭』의 다성화 전략」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