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자
드리스 슈라이비
1926년 7월 15일 프랑스의 보호령이었던 모로코의 마자간에서 태어났다. 1932년 민족주의자들이 라바트에 설립한 사립학교에 입학해 1년간 기숙 생활을 하다가 프랑스 학교에 다니며 초등교육을 마친 슈라이비는 카사블랑카에 있는 프랑스 학교인 리요테 고등학교에서 중등교육까지 수료했다. 이후 프랑스로 건너가 화학을 전공했으며 1950년 엔지니어 자격증을 획득했지만, 이런저런 일을 전전하며 문학에 몰두하기 시작했다. 이후 라디오 프랑스 방송 프로그램 제작에도 참여하며 은퇴할 때까지 30여 년간 문학 집필과 언론 활동을 병행했으며, 캐나다 퀘벡의 라발대학에서 마그레브 문학을 가르치기도 했다. 베르베르 삼부작으로 불리는 『고향에서의 수사Une enquête au pays』, 『봄의 어머니La Mère du printemps』, 『새벽에 태어나다Naissance à l'aube』를 비롯해 여러 작품을 선보인 슈라이비는 2007년 81세의 나이로 타계했다.
1954년에 출간한 『단순한 과거』는 슈라이비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다. 당시 이 작품이 모로코 사회에 끼친 영향은 후배 작가였던 타하르 벤 젤룬이 ‘폭탄’이라고 표현할 정도로 엄청났다. 프랑스의 지배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모로코인들은 식민 지배로 황폐해진 상황을 사실주의적인 방식으로 고발하고, 정치적인 관점에서 프랑스의 통치를 비판하는 작품을 선호했다. 하지만 슈라이비는 세간의 기대를 저버리고 『단순한 과거』에서 몽환적이고 사변적이며 아버지로 대표되는 모로코 부르주아지를 신랄하게 비판했다. 그 결과 희망의 암살자이자 반역자로 낙인찍히며 기나긴 유배를 떠나야만 했다. 하지만 오늘날 이 작품은 모든 억압과 위선을 향한 청년의 반항을 깊이 있게 다룬 걸작으로 카뮈의 『이방인』에 버금가는 충격을 준 소설로 재평가되고 있다.
그 밖의 주요 작품으로 『숫염소들Les Boucs』, 『당나귀L’Âne』, 『모든 지평선에서De tous les horizons』, 『군중La Foule』, 『열린 계승Succession ouverte』, 『친구가 당신을 보러 올 것이다Un ami viendra vous voir』, 『캐나다에서 죽다Mort au Canada』, 『쿠란의 남자L'Homme du Livre』 등이 있다.
역자
정지용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에서 학사와 석사를 졸업하고, 파리 3대학(Sorbonne Nouvelle)에서 플로베르의 청년기 작품에 관한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성균관대학교 프랑스어 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논문으로 「마그레브의 프랑스어 추리소설연구: 드리스 슈라이비의 알리 시리즈에 나타난 횡단과 전복의 글쓰기」, 「청년 플로베르와 낭만주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