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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29

하이네 여행기

하인리히 하이네 , 황승환

324쪽, 128*188mm, 15,000원

2023년 10월 30일

ISBN. 978-89-324-0522-3

이 도서의 판매처

낭만주의의 마지막 시인이자 현대 독일 시의 선구자 
하인리히 하이네의 대표작

오늘날에도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하인리히 하이네는 마지막 낭만주의 시인이자 현대 독일 시의 선구자로 불린다. 『하이네 여행기』는 저자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4권에 걸쳐 선보였던 『여행기』 중에서 「북해」 연작과 「이념―르그랑의 책」을 선별하여 실었다. 특히 본서에 실린 연작시 「북해」는 이전의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문학과 구분된다는 점에서 그의 문학 세계에서 특별하다. 「북해」에서는 또 다른 그의 대표작인 『노래의 책』 에서 보여 주었던 전통적인 민요 형식을 확장하여 찬가풍의 리듬 형식을 도입함으로써 자유시에 더 가까워진 모습을 보인다. 또한 「북해」2부에서는 처음으로 고대 신화 모티프가 대거 등장해 다채로운 세계관을 구성한다.   
  하이네의 연작시는 모자이크 작품과 같아서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를 두고 볼 때 작품 전체의 구도가 큰 그림으로 드러난다. 부분과 전체를 함께 보아야 시인의 의도가 파악되는 것이다. 일반적으로 연작시에 포함된 개별 시에는 제목이 없거나 일련번호를 붙이는 경우가 대부분인데 「북해」에서는 개별 시에 제목이 달려 있어 독립성이 강한 것이 특징이다. 1·2부 모두 바닷가에서 출발하여 폭풍우를 뚫고 거친 항해를 비로소 끝낸 뒤 평화로운 항구에 도착하는 구성인데, 제목의 나열만으로도 하나의 서사적 줄거리가 형성되기 때문에 독자는 시적 화자와 함께 배를 타고 여행하는 듯한 인상을 받는다.
  산문으로 이루어진 「북해」 3부는 1830년대부터 유행하기 시작한 저널리즘 문체, 즉 신문의 문예란과 유사한 문장을 보여 주고 있으며, 단편적 연상이 나열된 산문의 구성도 연작시와 유사하다. 소제목이나 장, 절의 구분 없이 일인칭 화자의 생각이 연이어 꼬리를 물고 드러나며 한 가지 주제에서 다른 주제로 이어진다. 이러한 연상 작용을 통해 단편적 사고가 나열되지만 그렇다고 어떤 결론이 제시되지도 않은 채 독자의 참여를 유도하는 독특한 형태의 산문이다.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 고전과 문학을 넘나들며
연결되는 산문 미학

하이네는 아이러니를 잘 활용한 풍자의 대가로 불리기도 하는데, 본서에도 신조어나 다의어를 이용한 언어유희가 두드러진다. 아울러 동서양의 신화와 전설, 고전, 학술서와 문학 작품 들을 적재적소에 언급하거나 인용해 풍부한 읽을거리를 제공하며 동시에 독자가 현실을 되돌아보고 성찰하는 기회를 부여한다. 이처럼 다양한 소재와 상호 연상을 통한 내용 확장은 이 책에 실린 「이념―르그랑의 책」에서도 두드러진다.
  하이네의 작품 중에서 가장 복잡하면서도 난해하지만 깊이 있는 산문으로 간주되는 「이념―르그랑의 책」은 일반적인 의미의 여행기와 다르다. 다만 베네치아, 독일 등 다양한 장소와 3천 년 전의 인도나 뒤셀도르프의 유년 시절 그리고 현재 등 여러 시간대를 오간다는 점에서 일종의 탐방 기록이라고 할 수는 있다. 얼핏 보기에 다양한 테마와 모티프들이 20장에 걸쳐 매우 무질서하게 얽히고설켜 있는 듯 보이지만 이는 하이네가 치밀하게 의도한 것이다. 
  「이념-르그랑의 책」에서는 과거와 현재 그리고 회상과 성찰 등이 연상을 통해 종횡무진으로 연결된다. 일인칭 화자가 회상하는 과거는 성찰을 통해 현재화되고, 현재에 대한 성찰은 과거사를 구조화한다. 과거의 회상은 현재의 성찰로 인해 단절되고, 현재의 성찰은 과거 사건에 대한 회상으로 지속적으로 끊기기 때문이다. 하이네에게 사실 자체로서의 과거는 아무 의미가 없다. 과거는 현재와 연관성을 가질 때 비로소 의미가 있다. 이 작품에서 하이네는 고전주의나 낭만주의 등 현재의 가치를 등한시하는 모든 성향에 반대하며 현실주의자로서의 면모를 보여 준다. 이런 측면에서 유년 시절의 화자가 군인이자 북재비인 르그랑에게서 북소리를 통해 프랑스 혁명과 같은 역사적 사건이나 자유와 평등의 이념을 배우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오늘날 하이네의 여행기는 괴테가 집필한 여행기와 곧잘 비교되기도 한다. 괴테가 여행기에서 고대 예술 작품 감상에 초점을 맞추었다면, 하이네는 나폴레옹의 신화화로 대변되는 프랑스 혁명정신, 나아가 모든 질곡에서 벗어나는 해방을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에서 특별하다.
북해
제1부
1 황혼 | 2 해넘이 | 3 해변의 밤 | 4 포세이돈 | 5 헌사 | 6 선언 | 7 선실의 밤
8 폭풍 | 9 잔잔한 바다 | 10 바다의 환영 | 11 정화 | 12 평화
제2부
1 바다를 반기며 | 2 뇌우 | 3 난파당한 사람 | 4 해넘이 | 5 오케아니데스의 노래
6 그리스의 신들 | 7 질문 | 8 불사조 | 9 메아리 | 10 뱃멀미 | 11 항구에서
12 에필로그
여행기 2권 2판 서문
제3부
이념 — 르그랑의 책
제1장 | 제2장 | 제3장 | 제4장 | 제5장 | 제6장 | 제7장 | 제8장 | 제9장
제10장 | 제11장 | 제12장 | 제13장 | 제14장 | 제15장 | 제16장 | 제17장
제18장 | 제19장 | 제20장
해설: 여행 문학의 새로운 지평
판본 소개
하인리히 하이네 연보

저자

하인리히 하이네

본명은 하리 하이네로 1797년 뒤셀도르프에서 가난한 유대인 상인 잠존 하이네와 엘리자베트 판 겔더른의 장남으로 태어났다. 부호인 삼촌의 도움을 받아 본대학, 괴팅엔대학 등에서 법학을 전공하였으나 법학 공부보다는 낭만주의 이론가인 슐레겔, 아른트, 휠만 등의 문학 강의를 좋아했다. 베를린대학에서도 헤겔의 철학 강의를 듣고 라헬 파른하겐의 살롱을 드나들며 간스, 샤미소, 호프만 폰 팔러스레벤 등과 교제했다. 1825년에는 개신교로 개종하면서 이름을 ‘하리’에서 ‘하인리히’로 바꾸었으며 법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이후 하이네는 변호사나 교수 자리를 구하려 애썼지만 유대인 출신이라는 신분과 정치적 급진성 때문에 좌절되었다.
뤼네부르크 본가에 머물던 하이네는 함부르크와 노르더나이섬을 여행하고, 『여행기』와 시집 『노래의 책』, 『로만체로』 등을 펴내면서 명성을 얻었다. 파리로 이주해 『알게마이네 차이퉁』의 통신원으로 일하면서 프랑스의 정치와 문화계 동향을 소개하는 한편, 저명인사들과 교류하며 공상적 사회주의를 주창한 생시몽주의 그룹에도 참여했다. 이후 독일을 오가며 지내다가 지병이 악화되어 1856년에 타계했다.
하이네는 있는 그대로의 현실을 반영하는 시가 아니라 오히려 문제가 많은 현실을 미화하는 시, 척박한 현실과 동떨어진 미의 제국에 안주하여 고상한 운율과 형식만을 고집하는 시에 거부감을 드러냈다. 그래서 1830년대에는 시작(詩作)에 완전히 등을 돌려 에세이, 르포, 연대기 등 다양한 산문 형식을 이용해 당대 현실에 영향력을 행사하고자 했다. 특히 『하이네 여행기』는 일반적인 기행문과 달리 탁월한 묘사로 대상을 형상화했으며, 1830년대와 1840년대 자유주의 작가들의 본보기가 되었다.

역자

황승환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논문 「지식인으로서의 하이네와 그의 작품에 나타난 지식인상」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강릉원주대학교 독어독문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공저로 『독일 명작의 이해』, 『독일, 민족, 그리고 신화』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 『슈톨츠』, 『릴케의 베네치아 여행』, 『클링조어의 마지막 여름』, 『매체이론의 지형도 I』(공역)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