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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28

격정과 신비

르네 샤르 ,심재중

320쪽, 128*188mm, 15,000원

2023년 07월 25일

ISBN. 978-89-324-0521-6

이 도서의 판매처

알베르 카뮈, 파블로 피카소와 교류하며
시의 힘으로 시대의 폭력에 대항한 시인 

『격정과 신비』를 이루는 한 축인 ‘격정’은 시로 쓴 저항과 연대의 기록을 시사한다. 르네 샤르는 스페인 내전과 제2차 세계 대전이라는 역사의 소용돌이 속에서 참상을 목격하고 몸소 겪어 냈다. 제2차 세계 대전 중 독일에 포위당한 프랑스에서 레지스탕스에 적극적으로 가담했던 시인은 어두운 현실을 마주하되 절망감에 매몰되지 않았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그는 분노하고 고발하고, 자연과 인간을 보면서 삶의 희망과 경탄을 느꼈다.
샤르가 레지스탕스 활동을 이끌던 시기에 쓴 『히프노스 단장』은 이 시집을 프랑스 대표 출판사 갈리마르의 ‘희망’ 총서에 포함시킨 편집자이자 소설가 알베르 카뮈에게 헌정되었다. 또한 스페인 내전을 다룬 시편 「1939 쏙독새의 입으로」는 피카소가 그려 준 삽화와 함께 문예지에 처음 발표되었다. 샤르는 카뮈와 시대정신을 공유했고, 「게르니카」를 그려 스페인 내전을 고발한 피카소의 문제의식에 공감했다. 
한편으로 샤르는 일상 속의 평범한 사람들 속에서 인간에 대한 믿음을 되찾고 계속해서 싸울 용기를 얻었다. 프로방스 지방은 시집의 주요 배경으로 등장하는데 그중에는 샤르가 태어난 고향 마을 일쉬르소르그와 그가 레지스탕스로 활동한 거점 지역 세레스트가 있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내밀한 유년기 기억 속에서 평범하고도 위대한 사람들의 모습을 되살려 내고 레지스탕스 동료들의 목소리와 투쟁 현장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전한다.


시에 대한 사랑, 사랑에 대한 시
강렬한 에너지를 품은 단어와 문장

샤르에게 레지스탕스 활동이 시대의 어둠을 밝히는 등불이라면, 시는 또 다른 등불로써 시적인 저항을 가능하게 하는 수단이었다. 그는 시를 통해 아름다움을 찾고자 애쓰며 그 아름다움을 표상하는 연인들을 소환했다. 그리고 아포리즘 같은 문장들로 시란 무엇인지, 시인이란 무엇인지 정의하면서 시와 시인에 대해 끊임없이 고찰했다. 샤르의 작품에서 시에 대한 사랑과 사랑에 대한 시가 만날 때 이 만남은 오늘날의 우리로 하여금 과거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시의 신비를 다시금 체험하게 만든다.
글쓰기의 측면에서 르네 샤르의 시는 격렬하고도 신비롭다. 『히프노스 단장』에서 ‘단장(斷章)’은 시인의 독특한 글쓰기 방식 중 하나를 시사한다. 단장이란 ‘한 체계로 묶지 아니하고 몇 줄씩의 산문체로 토막을 지어 적은 글’을 가리킨다. 샤르의 시에서는 파괴와 상실을 겪고 남은 잔해들, 생략과 여백으로 가득한 파편들이 주를 이룬다. 간결한 문장에 심원한 사유가 응축되어 있기에, 낱낱의 단어는 큰 무게감을 지닌다. 샤르의 시편들을 마주한 독자는 난해함을 느낄 수도 있으나 명상적 효과를 체험할 수도 있다. 간결성과 압축성이 야기하는 수수께끼는 일상에 균열을 내며 사유에 잠기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러한 시인의 글쓰기 방식은 시에 속도감과 운동성을 부여한다. 샤르 특유의 문체는 그의 인생관과 세계관을 반영한다. 현실의 온갖 제약이 시인을 주저앉히더라도 그는 다시 일어서서 나아가고자 한다. 그리하여 샤르의 시에서는 수직과 운동의 이미지가 두드러지고 특히 샘, 강물, 물레방아 등 물의 이미지가 빈번하게 나타난다. 독자는 샤르의 역동적인 문장들에 자신을 내맡긴 채, 문장에 깃든 그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다.
1967년판 서문
유일하게 남은 것들
전세(前世)
혼례의 얼굴
엄격한 분할
히프노스 단장
당당한 맞수들
가루가 된 시
이야기하는 샘


해설: 르네 샤르, 아포리아에 대한 명석성
판본 소개
르네 샤르 연보

저자

르네 샤르

1907년 프랑스 남부의 보클뤼즈도(渡)에 위치한 일쉬르소르그에서 태어났다. 아비뇽고등학교에서 공부했고 그 후 마르세유의 상업 학교에서 학업을 지속하면서 마르세유의 항구 지역 술집들을 대상으로 위스키를 방문 판매해 생활비를 벌었다. 그 무렵 비용, 비니, 네르발, 보들레르 같은 프랑스 시인들의 작품을 탐독했다. 1927년부터 18개월간의 군 복무 중에 문단의 여러 인물과 교유했고 1928년에 시집 『내 마음의 종』을 엮었으나 수록한 시편 대부분을 폐기했다. 이듬해에 문예지 『메리디앙』을 창간하고 시집 『병기창』을 비매품으로 출간했다. 이 시기 파리에서 브르통과 아라공 등을 만나 초현실주의 운동에 가담하며 적극적으로 사회 참여 활동을 했다. 1930년대 중반부터는 초현실주의와 거리를 두고 시집 『주인 없는 망치』, 『첫 번째 방앗간』, 『학동들의 에움길을 위한 격문』을 출간하며 작품 활동을 활발히 이어갔다. 제2차 세계 대전 발발 후 프로방스 지방을 거점으로 독일에 저항하는 지하 운동에 참여해 레지스탕스 부대를 지휘했다. 당시에도 시를 계속 썼으나 아무것도 발표하지 않았다. 프랑스 해방 이후 시집 『유일하게 남은 것들』, 『히프노스 단장』, 『가루가 된 시』, 『아침 일찍 일어나는 사람들』, 『말의 군도』 등을 펴냈다. 1988년 작고한 후 유고 시집 『그저 짐작만 할 수 있을 뿐인 존재에 대한 찬가』가 출간되었다. 그의 대표작 중 하나인 『격정과 신비』는 1938년에서 1947년 사이에 출간한 여러 시집을 엮은 것으로, 파편 속에 깊은 사유를 응축함으로써 강력하면서도 명쾌한 메시지를 전달하는 르네 샤르 시학의 정수를 보여 준다. 휴머니즘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저항한 르네 샤르는 20세기 프랑스 현대 시를 대표하는 시인으로 여전히 널리 읽히고 있다.

역자

심재중

서울대학교 불어불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르네 샤르, 역설의 시학」(학위 논문)을 비롯하여 르네 샤르 및 프랑스 시인들의 시에 대한 논문을 여러 편 발표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