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펜하우어를 세상에 알린 가장 대중적인 대표작
독일 교양 시민의 필독서에서 전 세계인의 필독서가 된 책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은 쇼펜하우어에게 세속적인 성공을 안겨 준 『소품과 부록Parerga und Paralipomena』을 우리말로 옮긴 것으로, ‘소품’에서 삶의 지혜를 위한 아포리즘을, ‘부록’에서 인생과 관련된 여러 유익한 글들을 추려서 실었다. 두 부분은 알기 쉽게 ‘행복론’과 ‘인생론’으로 칭했다. 원래는 그의 주저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1819)에 나중에 덧붙여 실으려고 했으나, 주저의 새 판을 찍을 기회가 없어 보여 1851년에 따로 출간한 것이다. 이 책이 당시 독일 교양 시민들의 폭넓은 사랑을 받으면서 이보다 앞서 30여 년 전에 출간됐던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가 뒤늦게 재조명되기 시작했다. 이에 따라 사람들은 더욱 그에게 열광하였고, 마침내 그는 무명의 철학자에서 세계적인 철학자로 명성을 떨치게 되었다.
어떻게 세상을 바라보고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 쇼펜하우어만의 생활 철학을 담은 행복의 기술과 인생 조언
제1부 행복론에서 쇼펜하우어는 행복한 생활을 위한 기술을 가르치는 지침을 ‘행복론’이라고 정의하면서, 형이상학적이고 윤리적인 논의에서 탈피하여 일상적이고 현실적인 경험을 중심으로 자신의 견해를 피력한다.
그가 제시하는 행복의 조건은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 인간을 이루는 것, 즉 가장 넓은 의미에서의 인격을 말하는 것으로 여기에는 건강, 힘, 아름다움, 기질, 도덕성, 예지가 포함된다. 둘째, 인간이 지니고 있는 것, 즉 재산과 소유물을 의미한다. 셋째, 인간이 남에게 드러내 보이는 것, 즉 타인의 견해를 말하는 것으로, 그것은 명예, 지위, 명성으로 나누어진다. 특히 ‘훈화와 격언’라는 별도의 장에서는 우리 자신에 관한 우리의 태도, 타인에 대한 우리의 태도, 세상 돌아가는 형편과 그 운명 등이 어떻게 행복과 연관되는지 설명한다.
제2부 인생론에서 사람의 참된 본질, 생존의 허망함, 세상의 고뇌, 자살, 삶에의 의지, 종교, 박식함과 학자, 독자적 사고, 독서와 책, 여성, 교육 등 인생의 다양한 주제를 폭넓게 다룬다. 특히 이번 판에서 새롭게 추가된 챕터에서는 사물 자체와 현상의 대립, 범신론, 저술과 문체, 변증술, 심리학, 신화, 관상론, 소음과 잡음 등에 관해 논하며 촌철살인의 진단과 까칠한 풍자를 이어 간다. 국내에서 최초로 번역되어 소개하는 ‘색채론’은 괴테와 뉴턴의 색채론을 논박하는 글로서 그간 잘 알려지지 않았던 자연 과학자로서의 쇼펜하우어의 면모를 엿보게 한다.
톨스토이, 보르헤스, 아인슈타인의 정신적 스승, 쇼펜하우어
『쇼펜하우어의 행복론과 인생론』은 1853년에 영국의 번역가 옥센포드가 「웨스트민스터 리뷰」에 실은 ‘독일 철학에서의 우상 파괴’라는 소개 글 덕분에 세상에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 쇼펜하우어의 책을 읽고 마음을 송두리째 빼앗겼던 덴마크의 키르케고르는 1854년에 “문학 잡담꾼이나 기자와 작가들이 쇼펜하우어 때문에 바빠졌다”라고 썼다. 이 책으로 쇼펜하우어 철학이 마침내 19세기 중반부터 유럽을 석권하게 되었고, 니체와 프로이트, 채플린에게까지 큰 영향을 주었다. 일찍부터 쇼펜하우어 철학을 정확히 이해한 아인슈타인은 그의 책에서 영감을 얻어 상대성 이론을 구상했다고 한다. 또한 쇼펜하우어의 정신과 유사한 점이 많은 푸시킨을 계승한 톨스토이의 서재에는 쇼펜하우어의 초상화만 걸려 있었다고 한다. 니체는 장차 쇼펜하우어가 헤겔보다 더 유명해질 것이라고 말했으며, 쇼펜하우어의 시 「피날레」에 대해서 다음과 같은 답시로 그에 대한 존경을 표하기도 했다.
“그가 가르친 것은 지나갔으나,/그가 살았던 것은 남으리라.
이 사람을 보라!/그는 누구에게도 굴복하지 않았노라!” (니체의 응답 시, 1888)
독설, 재치, 유머 가득한 쇼펜하우어의 명언을 되살린
『소품과 부록』 번역서의 결정판
이번 판은 을유사상고전 시리즈 개정의 일환으로 출간하는 것으로, 기존 판보다 가볍고 핸디한 사이즈, 펼침성이 좋은 PUR 제본, 가독성을 높인 본문 디자인, 30여 점의 도판 수록으로 독자들에게 더욱 가까이 다가간다. 초판에 이어 독문학자 홍성광 박사가 번역문을 보완‧수정하고, 해설을 대폭 보강하였다. 또한 『소품과 부록』에서 8개의 챕터를 추가 번역하여 한층 더 원전에 가깝고 충실한 내용을 선보인다.
쇼펜하우어는 “인간은 자연에서 하나의 오점에 지나지 않으며”, “인간의 인생행로는 대체로 희망에 우롱당하며 죽음을 껴안고 춤추게 되어 있다”라고 염세적으로 말하면서도 인간이 지닌 “지성의 힘이 의지의 등불이자 안내자가 될 수 있다”라고 말하며 생의 공허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을 제시한다. 이러한 명문들을 쇼펜하우어 전문가 홍성광 박사의 세심하고 꼼꼼한 번역으로 읽는 맛을 더한다,
“쇼펜하우어의 글에서 우리는 재기 있고 때로는 신랄하며 심지어는 노기 띤 유머, 밉지 않은 오만함을 볼 수 있다. 우리가 미소를 짓게 만드는 그의 말은 수없이 많다. 정곡을 찌르는 익살, 이따금 나타나는 조소적인 비유와 노골적인 풍자, 이 모든 것은 세간에서 말하는 염세주의자와는 전혀 다른 그의 면모다.” (홍성광, 「해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