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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의 거장_

프랭크 게리

폴 골드버거 , 강경아

892쪽, 130*187mm, 32,000원

2022년 12월 30일

ISBN. 978-89-324-3153-6

이 도서의 판매처

‘빌바오 효과’를 탄생시킨 독보적 건축가
퓰리처상 수상 작가의 글로 만나는 프랭크 게리의 생애와 업적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은 마릴린 먼로의 환생이다. 그 스타일은 관능적이고, 감정적이고, 직관적이며, 표현주의적이다.” 20세기 인류가 만든 세계 최고의 건축물로 꼽히는 빌바오 구겐하임을 두고 건축평론가 허버트 무샴프가 남긴 말이다. 생명이 없는 건축물에 마치 영혼을 불어넣는 듯한 이 표현은, 미술관을 눈으로 본 사람이라면 동의하지 않을 수 없는 말이다. 마릴린 먼로의 나부끼는 치마를 연상시키기도 하고, 때로는 일렁이는 파도나 꿈틀대는 물고기를 떠올리게 만드는 이 건축물은 건축을 예술의 경지로 끌어올린 대표적인 사례로 언급된다. 프랭크 게리가 설계한 구겐하임 미술관이 있는 스페인 빌바오는 이 건축물 하나로 쇠퇴해 가던 공업 도시에서 연간 100만 명이 찾는 관광 도시이자 디자인 도시로 탈바꿈했다. 여기서 ‘빌바오 효과’라는 사회 현상학적 용어가 탄생하기도 했다.    
저자 폴 골드버거는 이렇듯 주류 건축과는 다른 자신만의 독보적인 건축 세계를 구축해 나간 아웃사이더이자 예술가에 가까운 건축가 프랭크 게리를 동료로서, 가까운 친구로서 오랜 시간 지켜봤다. 『뉴욕 타임스』 등 유수 매체에 게리의 작업을 초기작부터 기록해 온 그는 뛰어난 건축 비평으로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책에는 빌바오 구겐하임을 비롯해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파리 루이뷔통 재단 건물 등 프랭크 게리를 대표하는 건축물이 컬러 도판으로 실려 있어 보는 재미를 더한다.     


“실패보다 성공에 대처하기가 훨씬 더 어렵습니다.”
자기 복제와 브랜드를 뛰어넘는 길을 걷다

1969년, 하루짜리 심포지엄을 위한 스튜디오를 개조하던 프랭크 게리는 빠듯한 예산에 맞춰 골판지를 사용한 의자를 만들어 냈다. 나무만큼 단단하면서도 유연성이 높은, 동시에 아름다운 종이 가구가 탄생한 순간이었다. 이후 ‘이지 에지Easy Edges’라 이름 붙은 이 판지 가구는 대중의 호의를 얻으며 흥행 조짐을 보였다. 그러나 프랭크 게리는 자신이 건축가가 아닌 가구 디자이너로 기억되는 일을 염려해 손해를 감수하고 모든 사업을 철수해 버렸다.
큰 경제적 이익을 얻을 만한 기회 앞에서 번번이 등을 돌려 버리는 게리의 본능은 건축가로서의 자아를 지키려는 갈망에서 기인했다. 게리는 자신이 창의적인 인물이 아니라 하나의 브랜드로 소비되어 버리는 운명을 늘 두려워했다. 특히 빌바오 구겐하임 미술관이 대중적으로 성공한 후로 더욱더 그러했다. 게리는 분명 브랜드였지만 건축가로서 작업을 이어 가길 원했다. 단순히 건물 설계를 해 나간다는 뜻이 아니라 이전처럼 창의적 작업을 계속하고, 자신의 유명한 작품을 공식처럼 활용해 여기저기 복사하려는 수많은 유혹에 저항한다는 의미였다. 반복하는 대신 완전히 새로운 건축 형태를 구상하는 용기로, 게리는 성공 가도 앞에서 등을 돌리며 오로지 자신만의 길을 걸었다.


건축을 넘어 예술로 

화가 빌리 알 벵스턴은 “게리는 현대 세계에서 가장 선구적인 예술가”라 평했다. 예술가 기질을 타고난 프랭크 게리는 젊은 시절 건축가 동료들보다 로스앤젤레스의 예술가들과 더 편하게 어울렸다. 건축계의 아웃사이더로 예술가 공동체 주변을 맴돌던 그는 늘 배우고자 하는 열망과 호기심으로 가득 차 있었다. 게리는 직관적인 태도의 예술가들에게 흥미를 느꼈고 아트 신에서 큰 에너지를 얻었다. 그는 예술의 기술을 사용하여 건축적 목적을 수행하는 식으로, 주류 건축과는 다른 자신만의 세계관을 완성해 나갔다. 그의 건축물은 모더니즘과 포스트모더니즘, 그 어디에도 속하지 않았다.
극적이고 재기발랄한 게리의 작품에는 그가 진지한 설계자가 아니며 그의 건물은 비이성적인 창작물이라는 비난과 편견이 따라다녔지만, 게리는 이를 정면으로 인지하고 스스로의 가치를 증명하기 위해 고군분투했다. 다른 누구보다 한 발 앞서 건축에 디지털 테크놀로지를 도입했고,  직관에서 비롯한 그의 상상력이 테크놀로지에 더해질 때면 전에 없던 새로운 방법과 공간이 탄생했다. 이는 건축을 넘어서는 건축, 곧 예술을 짓는 과정이었다. “건축은 인생이라는 드라마에 아름다운 배경이 되어 준다.” 프랭크 게리에게 있어 건축은 그저 예뻐 보이고 과시만 하는 건물을 지어 올리는 일이 아닌, 삶이라는 드라마에 어울리는 아름답고도 이로운 배경을 더하는 일이다. 그리하여 “인류와 건축 환경에 일관적이고 중요한 기여”를 한 건축가에게 주어지는 프리츠커상 수상은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귀결로 보인다. 시장에서 사온 잉어를 관찰하기 좋아했던 소년이 마침내 한 분야의 거장이 되기까지 그 생생한 이야기가 지금 펼쳐진다. 
서문
1. 슈퍼문이 뜨던 밤
2. 캐나다 시절
3. 햇볕 내리쬐는 삶을 향해
4. 건축가 되기
5. 권위와 씨름하기
6. 유럽의 발견
7. 로스앤젤레스에서 다시 시작하기
8. 홀로서기
9. 모서리 깎아 내기
10. 샌타모니카 주택
11. 물고기 모양, 다양한 모양
12. 세계 무대로
13.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첫 번째 시도
14. 구겐하임과 빌바오
15. 월트 디즈니 콘서트홀: 두 번째 시도
16. 뉴욕: 시련과 승리
17. 80대에 접어든 게리
18. 테크놀로지가 남긴 것
19. 드와이트 아이젠하워에서 루이뷔통까지
20. 기록물과 유산
21. 파리에서 과거를 살피고 미래를 내다보기

감사의 말
주석
도판 출처
참고 문헌
찾아보기

저자

폴 골드버거

『배니티 페어』의 객원 편집자이자 15년간 『뉴요커』의 건축 비평가로 활동했다. 『뉴욕 타임스』에서 커리어를 시작해 재직 당시 탁월한 비평으로 퓰리처상을 받았다. 『건축은 왜 중요한가Why Architecture Matters』, 『건축과 해체: 건축의 시대에 대한 고찰Building Up and Tearing Down: Reflections on the Age of Architecture』, 『제로로부터: 정치, 건축, 그리고 뉴욕의 재건Up from Zero: Politics, Architecture, and the Rebuilding of New York』 등 여러 책을 썼다. 현재 뉴욕에 거주하며 뉴스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미국 전역에서 건축, 디자인, 역사 보존, 도시에 대한 주제로 강의하고 있다.

역자

강경아

미국에서 인문학과 미술사학을, 한국에서 영문학과 문화 연구를 공부했다. 영화, 게임, 문학같이
상상력이 담긴 콘텐츠를 사회학적 시선으로 들여다보는 일을 좋아한다. 약한 것들, 낯선 것들의
목소리를 전하는 번역가가 되고자 한다. 현재 바른번역 회원으로 활동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