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메뉴바로가기 컨텐츠바로가기 하단메뉴바로가기
1646892765504.png

영롱보다 몽롱

허은실, 백세희, 한은형, 문정희, 이다혜, 황인숙, 나희덕, 신미나, 박소란, 이원하, 우다영, 강혜빈

280쪽, 120*200, 15,000원

2021년 12월 10일

ISBN. 978-89-324-7458-8

이 도서의 판매처

“시원한데 가볍지 않고, 청량한데 깊은 글들이 
 ‘콸콸’ 쏟아지는 술병 같은 책”
  - 박연준 시인 추천

지극히 사적이면서 사적이지 않은 ‘술’에 관한 그들의 이야기

『영롱보다 몽롱』은 여성의 ‘술 마시는 마음’에 관한 열두 가지 풍경을 수록했다. 마음 상태에 따라 달라지는 술의 맛과 빛깔, 그에 따른 미묘한 변화를 작가들의 다채로운 언어로 포착해 냈다. 술에 관한 에피소드나 무용담을 나열하는 식이 아닌, 여자의 인생에서 술이 함께하는 순간들을 섬세하게 헤아린다. 취기 어린 봄밤의 슬프고 간지러운 기분을 얘기하는가 하면, 알코올이 빈 위장을 핥으며 내려갈 때의 실존 감각에 대해 이야기한다. 날카로운 첫 술의 기억을 얘기하는가 하면(허은실), 술자리의 어지러운 인간관계(이다혜, 박소란)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술에 관한 한 모든 것을 다해 본 바보 같고 쓸쓸한 다자이 오사무처럼 마실 것을 권하는가 하면(한은형), 술을 달게 마시기 위해서 누군가를 그리워하거나 미워해야 한다는 이야기(이원하)도 있다. 지금 이곳을 살아가는 다양한 세대의 여성을 대변하는 작가들의 이야기는 지극히 사적이고 솔직한 자신의 이야기를 하면서도, 결국 우리의 이야기일 수 있는 “다름 아닌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술과 함께했던 따뜻하고 애틋했던 나날들
“고통을 덜고 흥을 돋우며 술로 인생을 탕진하던 복된 순간들”

술은 인생의 어느 순간에 다다랐던 행복감, 애틋함, 그리움 등의 감정을 더욱 선연하고 생생하게 느끼도록 해 준다. 이를테면 허은실 시인은 국수 한 그릇에 막걸리 한 병을 마시고 딸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던 어느 봄밤의 순간을 이렇게 말한다. “은근한 취기가 은은한 달빛에 섞이고 봄밤의 수더분한 공기 속에 달콤한 귤꽃 향기가 번지면 ‘지금 어째 좀 행복한 것 같네’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것인데, 그런 순간의 그 머쓱한 행복감을 사랑한다.”(「언니와 함께 술을」) 한편 이원하 시인은 제주 세화해변에서 길을 잃은 사람처럼 거닐다가 그 순간을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술은 누군가를 그리워하는 상태나 괴로운 상태에서 마시기 시작해야 그 맛이 끝까지 달아요. (…) 착해진 마음에 깨끗한 한라산을 마시면 제주에서 평생 살고 싶은 기분에 휩싸일 것 같았어요. 곁에 있는 사람을 더 사랑하게도 될 것 같았고요.”(「두 음절의 단어는 연인이 서 있는 것 같죠」) 우다영 작가는 친구들과 모여 끊임없이 먹고 마시면서 그 왁자지껄하고 취흥 돋는 순간에 대해 유쾌하게 묘사하면서 그렇게 떠드는 사이에 일상의 슬픔이 잦아들고 괜찮아졌던 경험에 대해 얘기한다. “연남동에서 크림새우에 칭다오를 먹고 망원까지 걸었다. 망원에서 부드러운 육전과 파김치에 카스를 먹었다. 너무 맛있어서 우리가 그 집에서 한 이야기라곤 이 육전이 정말 맛있다는 말뿐이었다. 그 뒤로 양꼬치 집에 가서 양꼬치는 시키지 않고 옥수수 온면과 고수볶음과 꿔바로우를 시켰다. 배가 불러서 이과두주를 먹었는데 3차에 와서야 한 친구가 지나가는 말처럼 ‘아 괜찮아졌다. 이제 좀 괜찮다’ 하고 말했다.”(「우리는 왜 함께 마시고 싶었을까」)


술과 함께했던 불안하고 위태로웠던 나날들
“슬프고, 불행하고, 후회하던 마음의 심연에 대하여”

사회생활을 하면서 술자리에 대한 경험치가 쌓인 여성이라면 결코 유쾌하지만은 않은 불편한 기억을 여럿 품게 된다. 이 경험이 금주를 하거나 혼술을 하는 계기가 된다고 작가들은 고백하기도 한다. “매번 자책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어떤 일이 일어나도 잘못의 무게를 결국 ‘술을 마시는 나’로 두는 경우가 많아졌다. (…) ‘너’에게 끝없이 분노하면서도 그 분노의 몇 십 배 이상을 나를 혐오하면서 보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술을 끊지 못하는 나를 또 혐오하며 내게 가장 안전한 공간인 집에서 혼자 마시는 시간이 늘어 갔다.”(백세희, 「왜 혼자 마셔요?」), “열심히 취했던 스무 살 무렵의 시큼한 공기가 철 모를 과실의 풋내처럼 밀려들었다. 누군가를 향해 울며 소리칠 만큼의 무모한 열기나 열의는 없었지만, 그때의 나는 충분히 위태로웠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때의 나를 조금도 좋아하지 않는다. 가능하다면 깡그리 지워 버리고 싶을 뿐. 나는 후회하고 있다. 미워하고 있다. 그 시간들을, 불안하고 불행했던 마음들을.”(박소란, 「취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신이 안녕하기를

“친애하는 나의 자매들, 
 누구도 알아주지 않고 아무도 안아 주지 않을지라도 
 술은 그대들을 안아 주기를. 이 밤 안전하게 취해 있기를. 
 내내 안녕히, 안녕하기를.” 
                          - 허은실, 「언니와 함께 술을」

『영롱보다 몽롱』에 수록된 열두 편의 글에는 애주가의 관점이든 비애주가의 관점이든 개인의 기억 속에 술이 함께였던 인생의 어느 순간이 담겨 있다. 술에 대한 관점과 입장은 다양할지언정, 그들이 우리에게 던지는 메시지는 바로 당신이 ‘자유롭고 안녕하기를 바라는 마음’이다. “누구나 자유롭게 혼술을 즐겼으면 좋겠다. 나를 포함한 많은 여성이 그저 술을 좋아하고 즐길 뿐 어떤 의도가 있어서 취하는 게 아니라는 당연한 사실이, 정말 당연해졌으면 좋겠다. 집이 내 안식처이자 감옥이 되지 않기를 바란다.”(백세희, 「왜 혼자 마셔요?」)
술을 마시는 것만으로 살아간다는 것의 무게를 이겨내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럼에도 이 책은 당신의 만만치 않은 인생에 깊고 청량한 술 한잔의 위로를 전하면서 당신이 담담하게 다음 행보로 나아가기를 바라는 응원의 메시지를 전해 줄 것이다. “‘마시자’는 결코 ‘살아가자’를 이기지 못한다. ‘힘차게 마시자’는 역시 별로 멋이 없다. ‘힘차게 살아가자’를 이기지 못한다. 마시는 것보다 사는 게 우선이라는 걸 확실히 알겠다. 그래서 다시 써 보겠습니다. 독자여 안녕! 살아 있으면 또 훗날. / 힘차게 살아가자. 힘차지 않더라도 살자. / 그리고 마시자. / 그럼, 이만 실례.”(한은형, 「다자이 오사무처럼 마시기」)


허은실 • 언니와 함께 술을
백세희 • 왜 혼자 마셔요?
한은형 • 다자이 오사무처럼 마시기
문정희 • 나는 시를 마신다
이다혜 • 금주의 조용한 지지자
황인숙 • 내 기억 속에서 찰랑거리는 술
나희덕 • 병 속의 어둠에서 익어 가는 것들
신미나 • OB 맥주와 솜사탕
박소란 • 취하지 않는다
이원하 • 두 음절의 단어는 연인이 서 있는 것 같죠
우다영 • 우리는 왜 함께 마시고 싶었을까
강혜빈 • 시 쓰는 마음, 술 마시는 마음

저자

허은실

시인. 『나는 잠깐 설웁다』, 『내일 쓰는 일기』 등을 썼다.

저자

백세희

에세이스트. 『죽고 싶지만 떡볶이는 먹고 싶어』(1, 2), 『다름 아닌 사랑과 자유』(공저) 등을 썼다.

저자

한은형

소설가. 2012년 문학동네신인상으로 등단해 2015년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했다. 장편소설 『레이디 맥도날드』, 『거짓말』, 소설집 『어느 긴 여름의 너구리』, 경장편소설 『서핑하는 정신』과 산문집 『당신은 빙하 같지만 그래서 좋다고 말하는 사람이 있어』, 『우리는 가끔 외롭지만 따뜻한 수프로도 행복해지니까』, 『오늘도 초록』, 『베를린에 없던 사람에게도』, 『영롱보다 몽롱』(공저) 등이 있다.

저자

문정희

시인. 『지금 장미를 따라』, 『나는 문이다』 등을 썼다.

저자

이다혜

작가. 『출근길의 주문』, 『내일을 위한 내 일』 등을 썼다.

저자

황인숙

시인. 『못다 한 사랑이 너무 많아서』, 『리스본行 야간열차』 등을 썼다.

저자

나희덕

시인. 『가능주의자』, 『예술의 주름들』 등을 썼다.

저자

신미나

시인. 『당신은 나의 높이를 가지세요』, 『싱고, 라고 불렀다』 등을 썼다.

저자

박소란

시인. 『있다』, 『한 사람의 닫힌 문』 등을 썼다.

저자

이원하

시인. 『제주에서 혼자 살고 술은 약해요』, 『내가 아니라 그가 나의 꽃』을 썼다.

저자

우다영

소설가. 『밤의 징조와 연인들』, 『앨리스 앨리스 하고 부르면』 등을 썼다.

저자

강혜빈

시인. 『밤의 팔레트』, 『시 보다 2021』(공저) 등을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