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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16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니콜라이 고골 ,이경완

쪽, 128*188, 17,000원

2021년 11월 15일

ISBN. 978-89-324-0509-4

이 도서의 판매처

러시아 리얼리즘의 개척자
고골을 대표하는 작품집

이 책은 고골의 초기 걸작들만을 모은 선집으로 민속적 색채가 짙은 소재를 차용해 전래 문화의 해학성과 악마로 상징되는 인간의 어두운 본성에서 비롯된 염세주의적 관점, 낭만주의적 환상이 펼쳐지는 것이 특징이다. 본 작품집에는 푸시킨, 주콥스키 등 당시 최고의 문인들과 벨린스키 같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고 대중적인 인기까지 누린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에 수록된 작품들과 1835년에 발간된 『미르고로드』의 마지막 작품, 고골이 구상했던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일곱 편 중 한 작품이었으나 후일 빠지게 된 「마차」, 유일한 교양 소설이라 할 수 있는 「로마」 등이 함께 수록되어 있다.

러시아 사회를 지배하는 관료주의, 서구주의, 소비주의, 억압적인 러시아 민족주의에 대항했던 고골은 유년 시절부터 접한 우크라이나-러시아 정교 문화를 토대로 당시 지식인을 지배한 서구 신비주의 기독교 사상 등을 섭렵하면서 자신만의 복합적인 기독교적 예술관을 형성했다. 이를 통해 그는 문학 비평과 역사 비평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작가로서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졌다. 이 책은 이러한 고골의 문학론과 철학관이 성립되던 시기를 대표하는 작품들로 구성되어 작가의 문학 세계를 이해하기 위한 초석 같은 역할을 해 준다. 
특히 이 책의 표제작인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는 고골에게 문학적 명성을 최초로 안겨 준 작품이자 러시아 민중의 삶을 배경으로 한 낭만주의적인 창작 설화 양식이라는 점에서 고골의 문학사에서 중요하면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총 2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사실적이면서도 그로테스크하고 아이러니컬한 묘사가 돋보인다. 글의 스타일도 다양한데, 꿈이라는 환상적인 요소와 열린 결말이 합쳐지거나 화자가 청자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구연동화 형식을 취하기도 한다. 이를 통해 고골의 다채로운 문학적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아울러 이 작품은 본격적인 낭만주의 역사 소설이자 정교 중심적인 고골의 러시아 민족주의가 선명하게 드러나는 「타라스 불바」의 서곡처럼 느껴진다는 평도 받고 있다. 


현실과 환상을 절묘하게 조합한
대문호의 걸작 모음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가 러시아적인 글쓰기를 꿈꾸었던 고골의 문학적 지향점을 알 수 있게 해 주는 작품이라면 함께 수록되어 있는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싸운 이야기」와 「마차」, 「로마」는 고골이 보여 준 주제 의식과 형상화 방식이 좀 더 치밀해져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세 작품 중에서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싸운 이야기」는 『미르고로드』의 마지막 작품으로 감상적 목가를 패러디한 사실주의적 작품으로 평가받는다. 고골은 이 작품에서 자신의 염세주의적 시대 인식에 따라 시골 소지주의 목가적인 삶이 인간의 욕망에 의해 파괴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 준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두 이반의 언쟁은 미르고로드 주민 전체의 비속함을 드러내는 촉매제 역할을 한다. 특히 화자가 사건 전체를 반어적인 찬사에서 풍자의 방식으로 전환했다가 에필로그에서 진지한 주제 의식을 전면에 드러내면서 독자들의 시선을 잡아끄는 것이 특징이다. 

「마차」와 「로마」는 고골이 구상한 ‘페테르부르크 이야기’에 속해 있다가 나중에 빠진 작품들로 중요도에 비해 비교적 널리 알려져 있지 않다. 이 중에서 「마차」는 간결하면서도 함축적인 표현, 가벼우면서도 날카로운 풍자, 느슨한 듯하지만 극적인 긴장미가 넘치는 서술, 인간의 무의식에 관한 날카로운 묘사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푸시킨을 비롯한 동시대인은 물론이고 후대 작가인 체호프와 톨스토이로부터도 큰 호평을 받았다. 

「로마」는 고골이 자신의 문화 및 역사 비평을 소설 방식으로 개진한 작품으로, 특정 도시를 배경으로 여러 시대의 역사와 예술이 어우러져 하나의 조화로운 전체를 이루는 ‘통일성 속의 다양성’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이 작품은 발표 시기와 내용 면에서 『죽은 혼』 제1권을 연상시킨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이 작품들은 모두 고골의 초기 문학 세계를 대표하는 소설들이자 대문호의 출발점을 상징적으로 보여 준다는 점에서 러시아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천재 작가라 불리는 블라디미르 나보코프는 『니콜라이 고골』에서 당시 러시아 문학은 마치 시각 장애인처럼 미로를 헤매는 수준이었지만 고골의 등장으로 비로소 인상주의 화가의 미묘한 묘사처럼 러시아 독자들에게 큰 충격을 주는 문학이 탄생했다고 단언했다. 아울러 고골의 작품에는 “진정한 플롯이 텍스트 이면에 분명히 내재되어 있다”라고 극찬했다. 이 책에 실린 걸작들은 나보코프가 왜 고골의 문학적 위상을 높이 평가했는지를 알려 주는 최고의 사례라 할 수 있다.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
제1부
제2부
『미르고로드』 및 페테르부르크 이야기
이반 이바노비치와 이반 니키포로비치가 싸운 이야기
마차
로마

해설: 우리가 몰랐던 고골―풀리지 않는 수수께끼 풀기
판본 소개
니콜라이 고골 연보

저자

니콜라이 고골

체호프, 푸시킨과 더불어 러시아의 대문호로 일컬어지는 니콜라이 고골은 1809년 우크라이나 폴타바의 소지주 집안에서 장남으로 태어나 친러시아적인 우크라이나-러시아 정교 문화를 접하며 성장했다. 10대에 러시아 낭만주의 문화를 접하기도 했던 그는 상트페테르부르크로 상경해 하급 관리로 생활하면서 낭만주의적인 우크라이나 창작 설화집 『디칸카 근교 마을의 야회(Vechera na khutore bliz Dikan’ki)』를 발표한다. 이 설화집은 푸시킨, 주콥스키 등 당시 최고 문인들과 벨린스키 같은 비평가들로부터 찬사를 받으며 대중적인 인기를 누렸고, 고골은 이내 러시아 문단의 총아로 떠오른다. 그는 문학 비평과 역사 비평을 수행하며 페테르부르크에서 역사 교사와 역사학 교수를 지내다가 키예프대학교의 역사학 교수에 지원하는데, 그 자리를 얻지 못하자 ‘작가로서도 사회에 봉사할 수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전업 작가의 길을 걷는다. 1835년 초 우크라이나를 배경으로 한 소설집 『미르고로드(Mirgorod)』와 문화-역사 비평 에세이들로 구성된 『아라베스크(Arabesques)』를 출간하고, 1836년에는 희곡 「감찰관(Revizor)」과 단편 소설 「코(Nos)」를 발표하면서 푸시킨과 함께 러시아 최고 작가의 반열에 올라섰다. 그러나 독자와 관객들이 「감찰관」을 사회 풍자 혹은 가벼운 소극(笑劇)으로만 인식하고, 일부 관객은 이를 러시아에 대한 모독이라고 분개하는 데 상처를 받고 1836년 말 유럽으로 떠나 1848년까지 로마에 거주하면서 창작 활동에 전념한다. 1842년에 장편 소설인 『죽은 혼』 1부를 발표했으며 이후 예루살렘으로 성지 순례를 다녀온 직후 모스크바에 정착하여 종교적인 정진에 힘쓰면서 『죽은 혼』 2부에 전념하여 1851년 완성본을 탈고한다. 고골은 자신의 영적 지도자였던 정교 수도사에게 『죽은 혼』 2부의 평을 부탁했으나 몇몇 부분이 미약하다는 비판을 받고 낙담해 원고를 불태웠다. 이후 생의 의미를 잃어버린 고골은 정교의 대정진 기간에 금식을 극단적으로 수행하다가 눈을 감았다.

역자

이경완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에서 「고골 문학의 아라베스크 시학 연구 : 『아라베스끼』 문집을 중심으로」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역서로 고골의 『죽은 혼』 등이 있으며, 대표 논문으로 「성서 해석학의 관점에서 고골의 종교성 고찰」, 「고골, 우크라이나인 그리고/혹은 러시아인? : 성서적 기독교의 관점에서 고골의 민족적 정체성의 양가성에 대한 고찰」, 「로트만과 고골의 대화 : 기호와 현실의 관계에 대한 신화적 인식을 중심으로」, 「체홉의 ‘소삼부작’에 나타나는 상자성의 중첩 구조」, 「근대 자유주의와 푸시킨의 오리엔탈리즘의 모호성」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