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있고, 격렬하며, 때로는 진정으로 감동을 주는 이 책은
초현실주의 운동의 횃불을 들었던 예술가들에 대해 경의를 표한다.”
- 퍼블리셔스 위클리
초현실주의의 빛나는 전성기를 구가하던 예술가들의 영광과 부침
『털 없는 원숭이』의 세계적인 석학 데즈먼드 모리스의 신간이 출간되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권위 있는 과학자로서의 데즈먼드 모리스가 아닌, 예술가로서의 데즈먼드 모리스가 쓴 책이다. 그는 1948년에 첫 개인전을 연 이래로 1950년에 호안 미로와 함께 전시를 열었고 그 이후로 70여 년 동안 3,300점 이상의 그림을 그리며 오랜 시간 초현실주의 화가로 활동해 왔다. 초현실주의 예술가 중 현재까지 살아남은 유일한 생존자이기도 한 그는 당시 직접 만나거나 전해들은 예술가들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마치 어제의 일처럼 생생하게 들려준다. 여기에 저자 특유의 재치 있는 입담 또한 읽는 재미를 더한다. 그와 함께 1920~1930년대를 관통했던 예술가들의 내밀한 이야기를 듣다 보면 20세 모더니즘 미술의 한 축이었던 초현실주의를 보다 흥미롭게 이해할 수 있는 비밀 통로를 발견하게 될 것이다.
“초현실주의는 탐험… 그리고 투쟁에 더 가깝다…”
전통과 관습에 맞섰던 자유롭고 도발적인 예술가들
초현실주의는 본디 제1차 세계대전으로 유럽을 끔찍한 학살로 내몬 세계에 대한 대결 의식으로 시작한 문예철학 운동이었다. 앙드레 브르통은 이 모호한 예술 운동을 좀 더 진지하고 강력한 것으로 발전시키고자 1924년 「제1차 초현실주의 선언문」을 발표했다. 이 선언문에서 그는 초현실주의를 가리켜 “순수한 상태의 정신적 자동기술법. 이성이 가하는 그 어떤 통제도 없이, 그 어떤 미학적이거나 도덕적인 고려도 없이, 사고의 실제 기능을 표현하는 것”이라고 정의한다. 이렇게 해서 그를 중심으로 한 초현실주의 운동은 기존의 다다 운동을 대체할 만한 선명한 흐름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초현실주의자들의 은밀한 매력』은 바로 이러한 시기에 참여했던 예술가들을 다루는데, 이들은 하나의 유행으로 그칠 뻔한 예술 운동을 20세기 미술사에 뚜렷한 족적을 남긴 시각 예술운동으로 자리매김하게 해 준 탁월한 예술가들이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살바도르 달리, 마그리트, 피카소, 프랜시스 베이컨, 마르셀 뒤샹, 호안 미로, 막스 에른스트를 비롯한 32명의 예술가들은 때로는 공식 초현실주의 집단에 기꺼이 동참하기도 하고 때로는 집단을 거부하거나 집단에서 축출되어 독자적으로 움직이기도 했다. 앙드레 브르통은 평생에 걸쳐 초현실주의의 본질을 추구했지만, 그의 집단에 참여했던 이들 중에는 초현실주의를 거쳐 또 다른 단계로 나아갔던 예술가들도 있었다. 피카소, 호안 미로, 자코메티가 그 대표적인 사례로, 엄격한 규칙으로 통제되었던 공식 초현실주의 집단을 거부하고 독자적인 미술 세계로 나아갔던 인물들이다.
때로는 대담하게, 때로는 기이하게 살아간
초현실주의 예술가들의 지극히 인간적이고 내밀한 이야기
이 책은 미술 작품을 분석하지 않는 대신 인물 자체의 삶에 초점을 맞추며 각 예술가들의 개인사를 요약하여 들려주는 형식을 취한다. 어린 시절은 어떠했는지, 성격은 어떠했는지, 어떻게 미술을 시작하게 됐고, 어떤 연애를 했는지, 어떠한 기쁨과 상처가 있었는지 등등 인간으로서 온전히 누려야 할 삶의 순간순간을 짧고도 담백하게 묘사한다. 그러면서 그들이 얼마나 놀랍고 비범한 재능을 지닌 예술가였는지를 들려주는 한편, 작품만으로는 드러나지 않은 개인사를 통해 그들이 얼마나 우리와 닮아 있는 보통 인간인지를 이해하게 된다.
“마그리트가 어렸을 때, 어머니는 점점 우울증에 빠졌고 집의 물탱크에 들어가서 자살하려고 시도했다. 그 일이 실패로 돌아간 뒤, 그녀는 안전을 위해 침실에 갇혀 지내야 했다. 어느 날 밤 그녀는 몰래 빠져나가는 데 성공했고, 근처 강에 몸을 던졌다. 시신은 며칠 뒤 하류에서 발견되었다. 발견되었을 때, 잠옷이 끌어올려져서 마스크처럼 얼굴을 뒤덮고 있었다. 당시 마그리트는 열네 살이었고, 훗날 그의 그림에 나타나곤 하는 가려진 얼굴이 죽은 어머니의 이 모습이 그의 마음에 계속 남아 있음을 보여 준다는 주장이 있었다. 마그리트는 이를 부정했지만, 사람들이 자신의 그림을 해석하려고 시도하는 것을 그가 싫어했기 때문일 수도 있다.”(본문 252쪽)
풍부한 도판과 사진, 일화와 가십으로 유쾌하게 다가가는 초현실주의
본서는 미술 도판 및 각 예술가의 초상 사진을 70여 장을 수록하고, 데즈먼도 모리스가 직접 그린 일러스트로 표지를 디자인하여 책을 감상하는 재미와 즐거움을 더해 준다. 2020년 10월, 94세의 데즈먼드 모리스는 런던 보자르 갤러리에서 또 한 번의 초현실주의 전시회를 개최한 바 있다. 그는 이 책의 서문에서 “초현실주의는 그 주문에 걸린 우리 모두에게 지워지지 않을 각인을 남겼다”라고 밝힌 바 있듯이, 지금까지도 계속해서 하나의 운동, 삶의 태도로서 그 가치를 추구하고 있다. 이 책은 초현실주의의 마지막 증인이 자신의 세대에게 바치는 경이로운 헌사이자, 오늘날의 불합리한 세계에 맞서는 자유와 해방의 가치를 다시금 일깨워 주는 계기가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