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명의 마케팅 전문가가 전 세계에 전파한
획기적인 커뮤니케이션 전략 ‘포지셔닝’
현대는 커뮤니케이션 과잉 사회다. 다양한 미디어에서 수많은 정보가 쏟아져 나오고, 대중은 여러 정보를 취사선택한다. 이익 추구에 몰두하는 기업은 자신의 상품이 선택받도록 효과적인 커뮤니케이션을 고민한다. ‘나의 상품이 고객의 선택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이러한 기초적인 질문에 과거의 기업들은 한동안 ‘좋은 상품’이나 ‘색다른 상품’만이 해결책이라는 단순한 사고에 빠져 있었다. 본격적인 변화는 ‘포지셔닝(Positioning)’이라는 개념이 대두한 20세기 후반에 찾아왔다.
‘포지셔닝’이란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포지션’을 확립한다는 커뮤니케이션 전략이다. 최상의 상품이나 서비스보다 소비자의 마인드에 적절한 메시지를 주입하고 유지하는 데 중점을 둔다. 다만 고객의 마인드에 단순히 새로운 정보를 넣고 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의 머릿속에 있는 갖가지 내용을 조종해서 원하는 효과를 얻어 내는 것을 중요시한다. 이러한 포지셔닝은 ‘정보 과잉 시대에 어떠한 상품 판매 전략을 세워야 하는가’라는 문제와 맞물려 현대에 더욱 중요해진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이 개념을 그 누구보다 앞장서서 강조한 주인공이 바로 잭 트라우트와 앨 리스라는 두 명의 마케팅 전략가다. 1981년 이들은 풍부한 실무 경험과 치밀한 분석 능력을 바탕으로 포지셔닝의 개념을 동명의 책으로 정리했다. 이후 나날이 정보량이 폭증하고 커뮤니케이션의 가치가 높아짐에 따라, 『포지셔닝』은 모든 현대인을 위한 필독서로 자리매김했다.
‘포지셔닝에서 이미 승패가 결정된다’
기업부터 개인까지 모두에게 필요한 ‘필승’ 노하우
이 책에서 두 저자는 포지셔닝의 가치와 실효성을 수많은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상품, 브랜드, 기업, 혹은 개인을 둘러싼 실제 예시가 거의 모든 페이지를 장식한다. 렌터카업계의 2등임을 인정하고 흑자로 돌아선 에이비스, 복사기 시장에 도전했다가 실패를 맛본 IBM, 무명이 갖는 홍보의 이점을 증명한 정치인 존 매케인 등 주인공과 사연은 각양각색이다. 이러한 풍부한 사례야말로 이 책이 갖는 가장 큰 장점이자 매력 포인트다.
저자들에 따르면, 기업은 자사는 물론 경쟁사의 강점과 약점까지 모두 고려하여 포지션을 고민해야 한다. 그리고 잠재 고객의 마인드에 가장 먼저 들어가서 해당 분야의 리더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한다. 후발 주자들에게 밀리지 않는 전략을 세우고 실행에 옮겨야 하는 것은 당연지사다. 다만 등외로 밀렸을 경우, 선두와는 다른 전략을 세워야 한다. 소비자의 마인드에서 불모지로 남은 영역을 찾거나, 경쟁 상대를 재포지셔닝 하여 틈새를 만들어야 하는 것이다.
이러한 포지셔닝 과정에서는 이른바 ‘의미 없는 이름’, ‘무임승차’, ‘라인 확장’의 함정에 빠지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저자들은 복잡하고 긴 명칭을 줄이기 위해 이니셜을 써서 의미 없는 이름을 짓거나, 리더 상품의 광고 효과를 등에 업으면 또 한 번 성공할 것이라고 기대하거나, 기존의 상품명을 신제품에도 섣불리 사용하는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주의할 것을 당부한다. 두 저자가 행간에 심심치 않게 드러내는 위트와 센스는 이러한 경고의 설득력을 더욱 높인다.
책 후반에서 저자들은 기업, 국가, 제품, 서비스 등 여러 카테고리에서 포지셔닝이 주효할 수 있다는 사실을 챕터별로 설명한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우리 개개인에게도 포지셔닝을 적용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자신이 누구인지 정의하고,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알맞은 이름을 선택하고, 라인 확장의 함정을 피하며, 회사‧상사‧친구는 물론 자신의 아이디어와 신념, 더 나아가 자기 자신을 제대로 활용하라는 것이 그들의 전언이다.
감각적인 판형과 저자의 특별 서문이 함께한
4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
『포지셔닝』은 지난 40년 동안 세계적으로 널리 읽히면서 시대를 불문한 마케팅의 바이블로 자리했다. 2001년 출간 20주년을 기념한 개정판 역시 큰 호응을 얻었는데, 특히 저자들이 도판과 함께 각주처럼 추가한 코멘트 기록이 젊은 독자들에게 어필했다. 여기서 두 저자는 1981년과 2001년 사이에 시장 상황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자신들의 판단이 옳았는지 틀렸는지, 앞으로 어떤 전망을 갖고 있는지를 서슴없이 털어놓았다.
이번에 나오는 40주년 기념 스페셜 에디션은 한국에서만 진행되는 특별 프로젝트다. 과거에 원서를 그대로 존중해 거의 정사각형에 가까웠던 판형을 조절해 휴대성을 높였고, 개정판의 추가 코멘트 부분을 기존의 본문과 자연스럽게 어우러지도록 디자인을 바꿨다. 지금의 출판계 흐름에 맞춰 더 젊은 세대에 어필하기 위한 하나의 ‘포지셔닝’이라 할 수 있다.
무엇보다 저자 앨 리스가 이번 한국어판을 위해 쓴 특별 서문은 이번 특별판의 가치를 더욱 높였다. 그는 서문에서 “『포지셔닝』이 처음 출간되고 40년이 흘렀지만, 그 원칙은 여전히 유효하다”며 변치 않는 자신감을 드러낸다. 그 자신감의 근거가 설득력과 재미를 두루 갖춘 내용 자체에 있는 만큼, 이 책이 ‘광고·마케팅의 정전’으로서 갖는 파급력은 앞으로도 계속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