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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10

한눈팔기

나쓰메 소세키 ,서은혜

336쪽, 128*188, 13,000원

2021년 02월 25일

ISBN. 78-89-324-0503-2

이 도서의 판매처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의 유일한 자전적 소설

  나쓰메 소세키가 타계하기 1년 전인 1915년에 발표한 『한눈팔기』는 그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유일무이한 자전적 소설이다. 근대 일본인의 정식적 좌표 설정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는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작품을 통해 돈의 논리에 휘둘리는 인간관계의 민낯을 담담한 어조로 냉철하게 서술하고 있다. 근대 자본주의 이후 사람들은 거의 모든 것을 돈으로 살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사랑과 우정, 가족애 같은 인간관계는 돈과 무관하다고 믿고 싶어 한다. 그러나 작가는 어린 시절의 입양과 파양으로 인간관계는 때로 돈으로 거래될 수 있다는 것을 일찌감치 체험한 바 있다. 금전 관계에 포박되어 버린 인간관계와 그에 따른 온갖 말썽, 그것의 수습이 주인공에게 고역인 것은 일상의 경제 활동과 동떨어진, 어쩌면 거의 대척점에 있는 ‘위대함’에 대한 지향 때문이다. 작품 속에는 이런 주인공의 내적 갈등이 생생히 묘사되고 있다.
  『한눈팔기』는 소세키의 또 다른 대표작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와 여러모로 비교될 수 있다는 점에서 흥미롭다. 두 작품 모두 같은 시기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분위기는 정반대다. 『나는 고양이로소이다』가 명랑하고 풍자적인 느낌이라면 『한눈팔기』는 진지하고 다소 차분한 분위기다. 또한 종전 작품이 고양이의 시각이라는 한계에 갇혀 인간관계를 다소 피상적으로 그릴 수밖에 없었던 반면, 이 소설은 보다 본격적으로 내밀하고 깊이 있게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또 다른 특징은 사소설이자 자연주의 소설의 두 가지 측면을 모두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당시 일본 문단은 사소설이라 불리는 장르가 주류를 이루고 있었다. 사소설은 관찰을 통해 객관적인 묘사를 중요하게 여기는 서구의 자연주의와 달리, 사실 그대로를 숨김없이 드러내야 한다는 폭로성이 우선시되었다. 그러다 보니 일본의 사소설 작품에는 사생활의 적나라한 묘사도 자주 등장했다. 소세키는 이러한 풍조로부터 늘 일정한 거리를 두고 있었다. 다만 『한눈팔기』만큼은 다소 예외적이라 할 수 있는데, 기존에 저자가 발표했던 작품들과는 다르게 특별한 플롯이 존재하지 않으면서도 사소설적인 개인사가 고스란히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물론 주위 사람에 관한 냉정하고 객관적인 묘사, 모든 인물과 균등하게 거리를 유지하는 작가의 시선은 ‘나’를 유일한 시점으로 설정하는 사소설과는 다른 점을 보여 준다. 이런 면에서 『한눈팔기』는 나쓰메 소세키의 문학 세계에서 여러모로 독보적이면서도 독특한 위치를 차지한 작품이라 할 수 있다.



개화기 새로운 인간 군상을 
사실적으로 그려 낸 수작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이자 국민 작가로 불리는 이유는 그가 이룬 예술적 성취와 더불어 근대 일본인이 전통적 삶과의 단절과 불화를 통해 겪었던 사회적, 정신적 모순을 해결하기 위한 노력 때문이다. 그는 일본의 토착 문명과 서구 외래 문명 사이의 좁혀질 수 없는 거리를 인식하고 거기에서 일어나는 갈등과 알력 속에서 어떤 삶의 방식을 정립해야 할 것인가를 고민했다. 그 결과 자기의 본질에 맞춰 개성을 발휘하는 것만이 행복을 약속한다는 ‘자기 본위’를 주장하게 된다. 이는 내가 갈 길을 가고, 남이 갈 길을 막지 않는다는 타자 존중을 전제로 하고 있다. 이러한 그의 철학에 비춰 볼 때, 『한눈팔기』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모두 주인공의 자기 본위를 거스르거나 억압하는 존재들이다. 이미 파양으로 인해 주인공과 아무런 사이도 아니면서 몇 번이나 찾아와 돈을 요구하는 양부나 사업에 실패한 이후 은행의 보증을 부탁하는 장인에 이르기까지 주인공의 주변 인물들은 하나같이 타자 존중이라는 개념과는 거리가 먼 사람들이다. 주인공과 가장 가까운 관계라 할 수 있는 아내도 마찬가지다. 아내는 남편을 돈벌이가 시원찮은 괴짜 정도로만 취급하고 그의 인생관을 깊이 있게 알려 들지 않는다. 다만 남편인 주인공 역시 아내를 제대로 존중하고 이해하려는 노력이 부재하기에 소설 내에서 저자가 말하는 자기 본위의 행복을 찾는 방법은 요원해 보인다. 
  이러한 상황을 더욱 비극적으로 만드는 요소는 끊기 어려운 인간관계다. 작품 말미에 주인공이 세상에 정리되는 일이란 좀처럼 없다며 넋두리처럼 내뱉는 대사는 이러한 억압적이고 폭력적이라 할 수 있는 인간관계의 단면을 극명하게 보여 준다. 존중받지 못하고 자기 본위의 생활이 불가능함에도 원인이 되는 인간관계는 유지될 뿐만 아니라 오히려 더 존중하도록 사회나 관습이 요구하기 때문이다. 과거 전통 사회였다면 주인공은 개인의 인식보다는 공동체의 규범에 그저 따라가며 갈등을 겪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개화기에 들어서 개인이란 관념에 눈을 뜨고 자신 위주로 세상을 보는 근대인들이 늘어나면서 전통적인 인간관계는 부조리하고 모순적인 체계가 되고 말았다. 『한눈팔기』는 이처럼 변화한 사회와 인간관계의 부조화를 깊이 있게 다루고 있는 근대 문학의 걸작 가운데 하나다. 
한눈팔기

해설-나쓰메 소세키와 그의 자전적 소설 『한눈팔기』
판본 소개
나쓰메 소세키 연보

저자

나쓰메 소세키

일본 국민 작가이자 근대 문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는 1867년 도쿄에서 5남 3녀 가운데 막내로 태어났다. 소세키의 집안은 유서 깊은 지역의 명가였고 경제적인 여유도 있었지만 너무 늦은 나이에 낳은 아이를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생후 얼마 되지 않은 소세키를 다른 집에 양자로 보냈다. 양부모는 그를 애지중지 길렀으나 그 이유가 두 사람의 노후 부양을 위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아챌 만큼 조숙했던 소세키는 이후 양부의 외도로 인해 1875년에 다시 본가로 돌아오게 된다. 이 과정에서 겪었던 마음의 상처와 환멸은 훗날 그의 마지막 완성작이자 유일한 자전적 소설인 『한눈팔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다.
1884년 도쿄제국대학(현 도쿄대학)에 입학했으나 위장병으로 학년 말 시험을 치르지 못해 낙제하지만 다시 학업에 매진해 동 대학 영문학과에 입학한다. 대학을 졸업한 후에 중학교 영어 교사로 교직 생활을 하다가 1900년에 문부성으로부터 2년간 영국 유학을 명령받고 런던으로 떠나게 됐고, 그곳에서 ‘런던 소식’을 일본 국내 잡지에 게재하면서 자신만의 문학론 저술에 몰두했다. 1902년에 다시 일본으로 돌아와 메이지대학 고등예과 강사로 활동하며 하이쿠를 쓰기도 했다.
1905년 그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선보였으며, 『도련님』, 『풀 베개』 등의 작품을 발표했다. 1907년에 「아사히신문」에 입사하면서 ‘아사히 문예란’을 창설하고 만주와 조선으로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양귀비꽃』, 『갱부(坑夫)』, 『문조(文鳥)』, 『꿈 열흘 밤』, 『산시로』, 『그러고 나서』 등을 연이어 선보인 소세키는 『문(門)』을 연재하던 중 위궤양으로 입원했다가 퇴원 후 요양 중이던 슈젠지 온천에서 다량의 각혈로 인해 ‘슈젠지의 변고’라 불리는 위독한 상태에 잠시 빠졌다가 겨우 살아났다. 이후 『히간 지나까지』, 『행인(行人)』, 『유리문 안』 등을 집필했으나 건강은 점점 악화되었고, 결국 1916년 위궤양 재발로 와병했다가 12월 9일 타계했다.

역자

서은혜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일본 도쿄도리츠대학 대학원에서 일본 문학을 공부하였다. 현재 전주대학교 인문대학 일본언어문화학과 교수다. 옮긴 책으로 『그리운 시절로 띄우는 편지』, 『체인지링』, 『우울한 얼굴의 아이』, 『책이여, 안녕!』, 『회복하는 인간』, 『오에 겐자부로론』, 『사죄와 망언 사이에서』, 『세키가하라 전투』, 『선생님의 가방』, 『개인적인 체험』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