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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 예술의 거장_

코코 샤넬

론다 개어릭 , 성소희

888쪽, 130*187, 32,000원

2020년 11월 10일

ISBN. 978-89-324-3145-1

이 도서의 판매처

“나는 전 세계에 옷을 입혔다”
전 세계 여성의 스타일을 바꾼 가브리엘 코코 샤넬의 초상

‘샤넬’을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 샤넬. 그러나 ‘샤넬’이 실존했던 인물의 이름이라는 사실을 알지 못하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다. 더더욱 현재 우리가 즐겨 입는 카디건 스웨터, 슬랙스, 플랫 슈즈, 리틀 블랙 드레스 등이 모두 샤넬의 손끝에서 탄생했음을 아는 이는 몇이나 될까.

샤넬은 몸매를 강조하지만 활동하기에 불편했던 과거의 옷들로부터, 또 타인의 도움 없이는 입기 힘들었던 코르셋으로부터 여성을 해방했다. 일을 하고 걷기에 편한 옷을 만든 그녀는 자신이 원하는 옷이 없으면 만들었고, 기존의 옷이 불편하면 잘라 냈다. 옷을 입는 신선하고 현대적인 방법을 여성에게 선사한 것이다. 그것이 가브리엘 코코 샤넬이 살아가는 방식이었다. 이로써 그녀는 세상의 시각적 미학에 깊은 영향을 끼치며, 전 세계 여성이 옷을 입는 방식을 영원히 변모시켰다. 샤넬이 창조한 세계는 스타일의 기본이 되었으며, 지금까지도 연령을 초월한 수많은 여성이 샤넬을 입는다.

문학 평론가이자 작가인 롤랑 바르트는 이렇게 말했다. “오늘날 우리 문학의 역사에 관한 책을 펼친다면, 새로운 고전 작가의 이름을 발견해야 할 것이다. 바로 코코 샤넬이다. 샤넬은 펜과 종이가 아니라 옷감과 형태와 색깔로 고전을 쓴다. 그녀는 라신, 파스칼, 라로슈푸코, 마담 드 세비녜 같은 ‘위대한 세기’의 작가다운 권위와 재능을 갖추었다. 샤넬은 고전이 지닌 미덕을 모두 패션에 부여했다.” 이처럼 샤넬은 아름답고 완벽하게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했다.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장엄하고 가장 오래된 문화적 기반에 맞서서 자신의 지위를 잃지 않았다. 그녀는 곧 고전이 됐다. 모두가 샤넬이 되기를 원했고 샤넬을 입길 원했다.


“내 손으로 직접 만든 세상의 중심이 되고 싶었어요”
모방하고 싶은 영웅적 여성상, 코코 샤넬이라는 정체성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일찍이 고아가 된 샤넬은 수녀원 부설 보육원과 기숙학교에서 성장했다. 그럼에도 샤넬이 세계적인 브랜드의 수장이 될 수 있었던 까닭은, 자신을 다른 사람으로 탈바꿈하여 높은 사회적 지위를 얻고자 했던 그녀의 포부와 맞닿아 있었다. 
샤넬은 첫 애인이었던 에티엔 발장의 아파트를 빌려 모자 디자인 사업을 시작했다. 그리고 연인인 보이 카펠에게 사업 지식과 삶의 태도에 대해 배우며 작은 가게를 의류 제국으로 도약시켰다. 샤넬은 늘 애인과 친구를 통해 예술·정치·역사적 견해와 지식, 육체적 우아함과 재능, 그리고 새로운 스타일을 자기 것으로 만들었다. 그렇게 그녀는 자신이 창조한 배역을 완벽하게 소화하며 마침내 자기 자신을 완전히 개조하는 데 성공했다. 

샤넬의 태도와 몸가짐은 그녀의 스타일만큼이나 파급력이 강했다. 샤넬의 동료들은 샤넬을 모방하곤 했다. 샤넬이 보기 드문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이유는 여성들의 마음속에 그녀를 모방하려는 욕망을 불러일으킨 힘 덕분이다. 샤넬은 패션이 곧 연극이라는 사실을 알았고, 의상과 머리 모양, 화장으로 ‘입을 수 있는 인격’을, 그녀만의 배역을 공들여 만들었다. 전 세계 여성이 간절하게 연기하고 싶어 했던 잊을 수 없는 캐릭터를 발명한 셈이다. 

그 욕망의 힘으로 말미암아 샤넬이 창립한 브랜드는 세계적인 고급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고, 그녀는 바람대로 부자가 됐다. 그러나 그녀가 얻은 것은 사업에서 일군 물질적인 성공이 전부가 아니었다. 사람들이 ‘샤넬’이라고 인식하는 것의 일부는 패션을 초월하고, 심지어 샤넬이라는 인물조차 초월하는 ‘정체성’이 되었다. 또한 샤넬이 제공한 것은 단지 패션에 지나지 않았다. 그녀는 남들이 좇을 수 있는 영웅적 여성상을 제시했다. 


“눈에 보이지 않지만 존재감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 되려고 노력했다”
광범위하지만 예리하게, 샤넬의 진가를 조명하는 아름다운 전기

전쟁과 패션, 열렬한 민족주의. 극적인 변화의 시대였던 20세기의 중심에 샤넬이 있었다. 샤넬의 야망과 업적을 조망하는 이 책은 샤넬의 매혹적인 인생을 조명할 뿐 아니라, 그녀가 유럽의 역사, 특히 스타의 반열에 올랐던 양차 세계 대전 사이의 시기와 맺은 정치적 관계와 함께 펼쳐져 더욱 흥미롭다. 온 세계가 샤넬에게 매혹되었지만, 누구도 그녀가 생전에 정치적 변화의 광범위한 흐름과 맺은 관계에 대해서는 본격적으로 다루지 않은 게 사실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샤넬은 민족주의를 지지하는 반反유대주의자였으며, 나치에 동조하고 협력하여 스파이로 활동했다. 전쟁을 기회로 삼아 사업을 확장했으며, 전후에도 순전히 직감을 따른 것처럼 가장 강력한 국가와 동맹을 맺고, 그곳의 문화에 녹아들고, 전 세계에 그 문화를 퍼뜨렸다. 전쟁 중 추축국을 도왔으면서도 승리를 거머쥔 연합국의 편에 서서 활동을 재개했다. 이처럼 양차 세계 대전 속 샤넬의 정치적 선택에서 엿보이는 기회주의적인 모습은 물론, 언제나 자신의 가난했던 과거를 부정하고 지우려 들었던 모습, 파업하는 직원들을 전부 해고해 버리는 등 자기만의 아집에 빠져 있던 모습을 이 책은 가감 없이 보여 준다. 

이처럼 저자는 객관적인 시선을 유지하기 위해 노력했다. 샤넬을 패션계의 아이콘으로만 신화화하지 않고, 또 그녀의 연애사만을 자극적으로 다루지 않음으로써, 역동하는 역사 속에서 살아남은 한 개인의 일생을 생생하게 그려 낸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이 갈무리될 때쯤 독자는 알아차리게 된다. 시대의 흐름 속 아주 세밀한 개인의 복잡한 감정과 선택을 통해 삶이 구성되어 있음을, 한 인간의 생애는 아주 현실적인 문제와 모순으로 가득 차 있음을 말이다. 그리하여 우리는 진짜 샤넬의 얼굴을 본다. 그녀의 진가를 알아차리고, 그녀를 미워하는 대신 안아 주고 싶어진다. 바로 여기, 영원히 현존하는 ‘마드무아젤 샤넬’이 있다. ‘샤넬 No.5’의 향기처럼, 그녀는 눈에 보이지 않지만 어디에나 존재하고 있다.


1 유년 시절
2 새로운 세계
3 함께 디자인하다: 코코 샤넬과 아서 에드워드 ‘보이’ 카펠
4 드미트리 대공
5 내 심장은 주머니 속에 있다: 코코와 피에르 르베르디
6 여성 친구들, 모방 전염병, 파리의 아방가르드
7 『보그』에 실린 안티고네: 샤넬이 모더니스트 무대 의상을 만들다
8 벤더: 유럽에서 가장 부유한 사내
9 럭셔리의 애국심: 샤넬과 폴 이리브
10 역사의 박동: 샤넬과 파시즘, 양차 세계대전 사이의 시절
11 사랑, 전쟁, 스파이 활동
12 세상에 보여 주다: 샤넬이 복귀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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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론다 개어릭

미국 파슨스더뉴스쿨의 예술디자인역사이론학부 학장을 맡고 있으며 패션연구학 교수를 겸하고 있다. 구겐하임 펠로십 수상자이자 뉴욕인문학연구소 연구원이다. 예일대학교에서 학사, 석사, 박사 학위를 받았다. 『뉴욕매거진』의 「더 컷The Cut」에 패션과 정치에 관한 칼럼 ‘사인 읽기Reading the Signs’를 연재하고 있다.

역자

성소희

서울대학교에서 미학과 서어서문학을 공부했다. 글밥아카데미 수료 후 바른번역 소속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알렉산더 맥퀸: 광기와 매혹』, 『여름날 바다에서』, 『키다리 아저씨』, 『베르토를 찾아서』, 『미래를 위한 지구 한 바퀴』 등이 있으며, 철학 잡지 『뉴 필로소퍼』 번역진에 참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