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실존주의를 대표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는 알베르 카뮈의 『이방인』이 을유세계문학전집 105번째 순서를 장식했다. 저자 특유의 건조하면서도 감각적인 문체, 주인공의 파격적이면서도 심오한 인생관을 심도 있게 고민해 번역의 신뢰성을 높였다. 카뮈가 1942년에 발표한 이 소설은 작가 특유의 부조리 철학, 개성 있는 등장인물, 대담한 구성과 하드보일드한 문체 등 여러 특징을 통해 당대의 문제작이자 현대의 고전으로 자리했다. 자신의 살인을 두고 궁색한 변명을 내놓을 수밖에 없는 주인공 뫼르소는 합리성을 가장한 억압적인 문명 속에서 자신의 운명에 힘겹게 대응하는 현대인을 그린 것으로 평가받는다. 사회적 관례를 추종하면서 사는 삶이 아닌 한 개인으로서 인생의 참된 가치를 추구하며 자신의 생각을 진솔하게 나타내는 것, 이것이 카뮈가 『이방인』과 뫼르소를 통해 우리에게 전하고자 했던 반항적 삶의 메시지다.
저자
알베르 카뮈
1913년 프랑스 식민 치하의 알제리에서 가난한 노동자의 둘째 아들로 태어나, 이듬해 부친이 제1차 세계 대전에서 전사함에 따라 편모슬하에서 성장한다. 바칼로레아 준비반에서 철학 교수이자 에세이스트인 장 그르니에를 만나 큰 영향을 받고, 이후 평생 그와 교류를 이어 나간다. 1933년 알제대학교에 입학해 철학을 전공하는 동시에 정치 활동과 연극 활동에 집중한다. 1937년 첫 산문집 『안과 겉』을 발표하고, 이듬해부터 「알제 레퓌블리켕」의 기자로 활동하다가 1940년에 파리로 활동 무대를 옮겨 「파리수아르」의 기자가 된다. 독일에 점령당한 파리에서 검열을 피해 지방으로 옮긴 「파리수아르」를 따라 이동하는 동안에도 집필 활동에 매진하고, 1942년에는 자신의 첫 소설이자 대표작이 되는 『이방인』을 출간한다. 이 작품의 주인공 뫼르소가 엄마, 무명인, 그리고 나의 ‘죽음’을 연달아 맞닥뜨리며 삶의 부조리를 고뇌하는 모습은 이후 오랫동안 수많은 독자를 실존주의의 세계로 이끈다. 이즈음 레지스탕스에 가담하여 프랑스 해방 운동에 참여한 카뮈는 철학 에세이 『시시포스 신화』(1943), 희곡 작품 「오해」(1944) 등 다양한 작품 세계를 선보인다. 1943년부터 레지스탕스 신문 「콩바」의 편집부에 몸을 담기 시작해 1945년 해방 후에도 활동을 계속하고, 1947년에는 자신의 또 다른 대표 소설이 되는 『페스트』를 발표한다. 1951년 전체주의를 비판한 『반항하는 인간』을 발표하여 지성계에 큰 논쟁을 촉발한 후에도 『여름』(1954) 『타락』(1956) 『유배지와 왕국』(1957) 등 다수의 저서를 발표하며 왕성한 창작욕을 과시한다. 이처럼 괄목할 만한 행보를 통해, 실존주의 문학을 주도한 장폴 사르트르와 더불어 부조리의 철학을 제시한 작가이자 지식인으로 인정받은 카뮈는 1957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하며 대문호의 반열에 오른다. 이후 알제리 독립을 둘러싼 논쟁에 참여하며 활동을 이어 가지만, 1960년 출판인 미셸 갈리마르의 자동차를 타고 파리로 오던 중에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는다. 이때 사고 차량에 있던 가방에서 초고 형태로 발견된 『최초의 인간』은 1994년에야 빛을 보게 된다.
역자
김진하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불문학과에서 폴 발레리의 시학에 대한 연구로 문학박사 학위를 받았다. 프랑스 소르본누벨(파리3대학)에 박사 후 과정으로 유학했고, 현재 서울대학교 불어교육과 교수로 있다. 폴 발레리, 알베르 카뮈, 르네 데카르트 등에 대한 논문을 발표했으며, 옮긴 책으로는 『말라르메를 만나다』. 『과수원/장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