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가 과학적 상상력을 바탕으로 현재를 돌아보고 나아가 미래를 가늠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본다면, 이만한 안내서도 없을 듯싶다.”
- 이은희(하리하라, 과학 저술가, 갈다SCC 소장)
“내가 아는 한, SF를 통해 현실 속의 미래 과학과 사회, 문명을 예측하고 조망하는 작업에 있어서 그를 넘어서는 공력을 가진 이는 없다.”
- 원종우(『나는 슈뢰딩거의 고양이로소이다』 저자)
“SF가 그려 내는 세상, 미래 과학에 대한 흥미로운 이야기로 가득한 책이다. 한 장, 한 장 넘기다 문득 미래를 엿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 김민식(MBC 프로듀서)
독보적인 교양 과학 저술가
박상준의 흥미로운 미래 과학
이 책은 우주여행부터 냉동 인간과 사이보그, 외계인에 이르기까지 공상 과학 영화나 소설에서 자주 다루었던 설정을 소개하며 그 이면에 숨은 과학 원리나 과학계의 이슈 등을 흥미롭게 풀어내고 있다. 저자는 낯선 세계를 익숙하게 혹은 친숙했던 세계를 새로운 시각으로 바라보며 지금까지 잘 알려지지 않았던 놀라운 과학적 사실도 소개한다. 그중 하나가 액체 호흡이다. SF 영화 <어비스>를 보면 쥐가 완전히 물에 잠긴 상태에서도 숨을 쉬며 돌아다니는 장면이 등장한다. 이것은 컴퓨터 그래픽으로 합성한 것이 아니라 실제로 직접 촬영한 장면인데 이처럼 놀라운 일이 가능한 이유는 퍼플루오로데칼린이라는 물질 덕분이다. 이 물질은 포유류의 폐 속에 들어가면 기체인 공기와 마찬가지로 이산화탄소와 산소의 교환 작용이 이루어진다. 즉, 숨을 쉬는 것처럼 산소를 빨아들이고 이산화탄소를 내뿜는 호흡이 가능하다. 다만 아직 인체 실험 등을 통해 안전성이 완전히 입증되지는 않았다. 책에서는 이 같은 흥미로운 과학 지식뿐만 아니라 시공간을 비틀어 장거리 우주여행을 제안한 멕시코의 물리학자 미겔 알쿠비에레 같은 과학자들이 주장한 이론도 소개하고 있다.
저자가 이야기를 전개해 나가기 위해 사례로 들고 있는 여러 SF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같은 고전부터 떠오르는 신예 작가인 류츠신의 『삼체』까지 다양한데, 이들 작품 속에 담긴 상상력은 독자들이 상대적 시각으로 대상을 객관화시켜 볼 수 있게 도와준다. 할 클레멘트의 소설 『아이스 월드』에서는 마약의 밀반입 경로를 찾아 외계 행성을 방문하는 수사 요원이 등장한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행성은 너무도 추워서 체온 보존이 어려운 것은 물론이고 호흡하기 위해서는 특수 복장이 필요할 정도다. 그런데 소설에서 등장하는 이 외계 행성은 다름 아닌 지구다. 얼핏 보면 이해하기 힘든 이런 설정이 과학적일 수 있는 이유는 상대적인 관점에서 찾을 수 있다. 외계인 수사 요원이 사는 고향 행성은 대기 온도가 섭씨 수백 도가 넘는 곳이기에 그와 다른 지구는 공기가 얼어붙을 정도로 추운 ‘아이스 월드’인 셈이다.
이처럼 이 책은 우리의 시야를 넓혀 주고 색다른 관점을 제시할 뿐만 아니라 인간이란 어떤 존재인가, 과학 윤리와 연구의 자유는 어디까지일까 같은 철학적 질문도 함께 던진다.
한여름에 얼어 죽을 뻔한 외계인과
우주선 선장이 된 돌고래까지
엉뚱하고 흥미로운 상상과 과학의 향연
SF는 아서 클라크의 3법칙 가운데 하나인 “유명하고 나이가 지긋한 어떤 과학자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가능하다고 말한다면 아마도 옳을 것이다. 하지만 그가 무엇인가를 가리켜 불가능하다, 라고 말한다면 그것은 틀리기 십상이다”라는 논제를 증명하는 장르라 할 수 있다. 여기에 해당하는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우주선이다. 영국의 저명한 천문학자 리처드 울리는 우주선에 회의적이었다. 그는 공기보다 무거운 물체를 하늘로 쏘아 올린다는 것이 잠깐의 이벤트는 될 수 있을지언정 과학적으로나 사업적으로 유의미한 일이 될 수 없다고 믿었다. 1956년에 왕실 천문관에 임명될 때까지도 울리는 자신의 견해를 바꾸지 않았고, 로켓을 개발할 돈으로 차라리 좋은 천문 관측 장비를 장만하면 우주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뒤 세계 최초의 인공위성인 스푸트니크가 발사되었고, 12년 뒤에는 인간이 달에 이르렀다. 여러 공상 과학 소설이나 영화에서 심심치 않게 등장하는 항성 간 우주여행이 리처드 울리의 말대로 지금 당장은 ‘허튼소리’로 여겨질지 몰라도 무조건 불가능하다고 단정지을 수 없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이처럼 SF에서 마치 마법처럼 다루고 있는 장면들 중에는 이미 과학의 영역으로 들어온 경우가 많다.
과학 기술은 꾸준히 발전하지만 ‘특이점’이 도래해 급격한 변화를 이끌어 내기도 한다. 특이점은 ‘기술적 특이점’을 줄여서 부르는 말로, 과학 기술의 발전이 계속되다가 어느 순간 인류가 그것을 따라 잡을 수 없게 되는 시점을 일컫는다. 이러한 변화가 인류에게 오히려 큰 기회가 되리라 믿는 특이점주의자들 중에서도 급진적인 편인 레이 커즈와일은 미래에 인간과 기계인 컴퓨터가 결합해 영생을 얻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문제는 이후 등장할 포스트휴먼을 과연 ‘인간’이라 부를 수 있는가이다. 포스트휴먼은 지금의 기준으로 보자면 인간일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다. 그러나 핵전쟁으로 멸망하든, 기술 발달로 사이보그가 되어 영생을 얻든 미래에는 인류가 지금과는 다를 것이라는 사실은 변하지 않는다. 이러한 대변혁이 눈앞에 점점 다가오는 시점에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관점을 달리 하고, 선입견을 배제하는 과학적 사고방식이다. 이 책은 이러한 당위에 충실하면서도 다양한 상상을 꿈꾸게 해 준다.
저자
박상준
SF 및 교양 과학 전문 기획자이자 번역가, 칼럼니스트, 강사로 30여 년간 활동해 왔다. 장르 문학 전문지 『판타스틱』의 초대 편집장과 SF 전문 출판사 오멜라스의 대표를 지냈으며 지금은 서울SF아카이브 대표와 한국SF협회 회장을 맡고 있다. 공저서 『SF가 세계를 읽는 방법』, 『SF는 인류 종말에 반대합니다』, 『로빈슨 크루소 따라잡기』 등과 번역서로 레이 브래드버리의 『화씨 451』, 아서 클라크의 『라마와의 랑데부』 등이 있다. 한양대학교 지구해양과학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비교문학과를 수료했으며 세종대, 동덕여대에서 강사로 일하기도 했다. 또한 근현대 과학기술 문화사료를 수집, 연구하여 광주디자인비엔날레(2017), 국립과천과학관, 서울시립과학관 등에서 전시를 하고 기획 자문을 맡은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