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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유세계문학전집_103

천로 역정

THE PILGRIM’S PROGRESS

존 번연 , 정덕애

472쪽, 128*188, 15,000원

2020년 05월 30일

ISBN. 978-89-324-0491-2

이 도서의 판매처

기사도 형식의 재미난 모험담과

환상적인 꿈으로 풀어낸 구원에 관한 우화

 

1678년에 초판이 출간된 천로 역정은 존 번연이 1688년에 사망하기 전까지 11판을 찍은 베스트셀러였다. 이 작품이 독자들에게 인기를 끌 수 있었던 것은 종교적 감회와 전도라는 기본 목적에 충실하면서도 저자가 현명하게 대중적인 이야기 구조를 택했기 때문이다. 천로 역정은 인기 있던 기사도 이야기와 꿈 이야기가 합쳐진 알레고리 구조의 작품이다. 기사도 이야기는 기사의 모험을 여정 형태로 서술하면서 반복적으로 적과 싸운다. 이때 용이나 거인 같은 괴물 또는 초자연적인 악이 적으로 등장해서 독자의 흥미를 불러일으킨다. 주인공은 온갖 시련을 이겨 내고 결국 자신의 목적을 이루게 되는데, 이러한 영웅의 성장 과정은 현대에도 사랑받는 이야기 구조 가운데 하나다.

꿈을 이용한 알레고리는 기사도 이야기와 마찬가지로 중세 때 즐겨 사용한 형식으로 다양한 상징성을 내포하는 것이 특징이다. 이 기법 역시 고금을 막론하고 인기 있는 스토리텔링으로 천로 역정은 독자들에게 널리 알려진 이 두 가지 방식을 효과적으로 사용했다. 본서는 이러한 이야기 구조에 좀 더 집중해 기존에 번역되었던 천로 역정이 종교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춘 것과 달리, 작품이 지닌 문학성을 최대한 살리는 방향으로 번역하고 편집되었다. 이를 위해 원서에서 번연이 단 종교적 해설 가운데 불필요하게 반복되는 내용을 생략했다. 또한 인용한 성경 구절의 출처를 문장 끝마다 표기하는 대신 모두 미주로 처리해 독서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배려했다.

이외에도 역자는 의인화된 수백 개의 추상 명사가 지닌 의미를 한눈에 파악할 수 있도록 번역했다. 예를 들어 요리사로 Taste-that-which-is-good’이란 인물이 등장하는데, 역자는 이것을 좋은 요리 맛보기로 번역해 독자들이 캐릭터를 직관적으로 알 수 있도록 배려했다. 이때 가독성을 위해 하이픈은 제외했으며, 기존 역서에서 한자 이름으로 번역되었던 인명 역시 한글로 모두 풀었다. 이러한 주석 배치와 인명 표기 등은 천로 역정에서 인용된 성경 구절 하나하나에 초점을 맞추거나 해당 인물의 성격을 유추하는 데 시간을 허비하지 않고 곧장 주인공의 여정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해 준다.

 

 

알레고리 문학의 대표작이자

다양한 상징으로 충만한 작품

 

 

천로 역정크리스천이라는 이름의 주인공이 여러 시험을 거치며 구원으로 가는 과정을 단순하면서도 명확하게 반복한다. 하지만 이 작품이 흔한 종교서 또는 교리문답집이 아니라 문학으로 존재할 수 있는 이유는 주인공의 여정에서 한 인간이 겪는 내적·외적 어려움과 스스로 느끼는 의문, 공포, 유혹 같은 심리를 탁월하게 묘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인 존 번연은 자신이 겪었던 종교적 고뇌를 크리스천이라는 인물을 통해 투영했다. 주인공은 낙담의 수렁에 빠져 용기를 잃기도 하고, ‘절망이라는 이름의 거인이 다스리는 의심의 성에 갇히기도 한다. 여기서 등장하는 거인은 실제 거인일 수도 있지만 크리스천이라는 인물이 느끼는 죄의식과 두려움이 반영된 형태로 만들어진 것일 수도 있다.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이러한 심리적 깊이 때문에 천로 역정의 주인공은 알레고리적 인물임에도 때때로 자기 의지를 지닌 것처럼 보인다. 크리스천은 처음부터 자신의 구원에 확신을 갖지 못하고 매 순간마다 어떻게 행동해야 할지 고민하는데, 그때마다 약점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이처럼 다각적이면서도 지극히 인간적인 캐릭터 속에 천로 역정이 지닌 문학성이 존재한다.

이 작품은 흔히 알려진 것처럼 종교적 의미뿐만 아니라 사회 풍자적 성격도 지니고 있다. 천로 역정에는 당시 가난한 사람들이 느꼈던 고충이 생생히 담겨 있다. 크리스천이 순례자가 되어 누더기 옷을 입고 떠나는 장면은 죄를 상징하는 성서적 표현이면서 동시에 실제로 가난한 사람을 대변한다. 속세의 현자가 자신이 권하는 도시에 가면 빈집이 많아 임대료가 싸다고 주인공을 유혹하는 장면은 당시 집 없는 빈민층의 고충과 땅 주인에 대한 반감을 사실적으로 보여 준다. 이 작품에서 바람직하지 못한 인물들이 거의 대부분 경(), 귀부인, 신사 같은 칭호를 갖고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이처럼 천로 역정은 단순히 기독교를 배경으로 한 종교 소설이 아니라 심리 소설이자 일종의 사회 소설로도 볼 수 있다.


줄거리

 

멸망의 도시에서 살던 크리스천은 어느 날 성서를 통해 하늘에서 불이 내려와 도시가 멸망할 것이라는 사실을 알고 괴로워한다. 이때 복음 전도사가 다가와 좁은 문으로 가면 살길이 있다고 알려 준다. 복음 전도사의 조언에 따라 좁은 문으로 향한 크리스천은 낙담의 수렁에 빠지기도 하고 속세의 현자에게 속기도 하며 사망의 음침한 골짜기, 의심의 성, 허영의 시장에서 시련을 겪으며 마침내 천상의 도시에 도착한다. 2부에서는 크리스천을 혼자 떠나게 한 크리스티애나가 마음을 돌이켜 남편을 따라 네 명의 아들과 함께 순례 길을 떠나는데…….


작품에 대한 작가의 변론
꿈의 비유로 보여 주는, 이 세상에서 앞으로 올 세상으로 가는 순례자의 여정 제1부
맺는 시
작가가 『천로 역정』 제2부를 내보내는 방식
꿈의 비유로 보여 주는, 이 세상에서 앞으로 올 세상으로 가는 순례자의 여정 제2부

해설: 『천로 역정』의 문학성: 모험담과 꿈 이야기로 보여 주는 구원의 과정
판본 소개
존 번연 연보

저자

존 번연

1628년 영국 베드퍼드의 엘스토 마을에서 토머스 번연과 그의 두 번째 부인인 마가렛 벤틀리 사이에서 장남으로 태어났다. 동네 학교에 다니면서 기본적인 교육을 받았으며, 1644년인 열여섯 살 때 의회파 군대에 보병으로 참전했다. 1647년 제대하여 엘스토로 돌아온 뒤 가업을 물려받아 땜장이 일을 하면서 결혼했는데, 눈이 먼 채 태어난 첫딸 때문에 자신에게 내린 벌이 아닌가 고민하며 극도의 영적 위기를 겪었다. 어린 시절부터 악마가 자신을 지옥으로 끌고 들어가는 악몽에 시달렸고, 청년기에는 자신이 사악한 무리의 우두머리 노릇을 했다고 생각하며 자신의 삶에 희망이 없다고 여기던 중 하나님이 그들 영혼을 방문했다는 가난한 여인들의 종교 체험을 듣고 계시의 순간을 맞는다. 1653년 존 기퍼드의 독립 교회에 합류한 번연은 몇 년 후 공개적으로 설교를 시작했다. 1660년 불법적으로 설교했다는 죄목으로 체포되어 3개월 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설교를 그만두라는 권고를 거부하고 이후 12년간 베드퍼드 교도소에서 옥살이를 했다. 교도소 생활을 하며 동료 죄수들에게 설교하면서 설교문과 교리 문답서, 그리스도 교인의 행실에 관한 책자들과 영적 자서전인 『죄인의 우두머리에게 넘치는 은총(Grace Abounding to the Chief of Sinners)』을 출판했다. 1672년 교도소에서 나와 설교할 수 있는 허가를 받고 베드퍼드의 회중들이 마련한 헛간에서 설교하지만 1677년 두 번째로 투옥되었다가 풀려났다. 이후 1688년 8월, 런던으로 가는 길에 폭우를 만나 열병으로 사망했다.
존 번연의 대표작인 『천로 역정(The Pilgrim’s Progress)』은 제1부가 1678년에, 제2부가 1684년에 출판되었는데 간결하고 소박한 문체로 그의 종교심을 구상화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11판이나 제작될 정도로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특히 영국 근대 소설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역자

정덕애

이화여자대학교에서 학사 및 석사 학위를, 미국 뉴욕주립대학교(올바니)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이화여자대학교 영어영문학과 명예교수다. 16~17세기 영국 시인들에 대한 논문을 다수 발표했으며, 역서로는 제시 웨스턴의 『제식으로부터 로망스로』, 버지니아 울프의 『끔찍하게 민감한 마음』, 도리스 레싱의 『다섯째 아이』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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