줄거리
맥티그는 샌프란시스코의 후미진 골목에 병원을 개업하고 무면허 치과 의사 생활을 시작한다. 그러던 중 친구인 마커스의 소개로 트리나라는 여인의 이를 치료하면서 급격히 그녀와 가까워진다. 하지만 마커스 역시 트리나를 사랑하고 있기에 괴로워만 할 뿐이다. 결국 맥티그는 마커스에게 자신의 감정을 털어놓는다. 마커스는 선뜻 친구를 위해 양보하고 자신 대신 맥티그와 트리나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기꺼이 돕는다. 결국 두 사람은 결혼하게 되는데 트리나가 거액의 복권에 당첨되는 행운까지 얻는다. 하지만 얼마 안 가 맥티크의 불법 의료 행위를 누군가 고발해 더 이상 병원을 운영할 수 없게 된다.
헤밍웨이와 피츠제럴드로 이어지는
작가들의 계보를 이끈 선구적 작품
『맥티그』는 ‘미국의 에밀 졸라’라 불리는 프랭크 노리스의 대표작 가운데 하나로 문학비평가인 앨프리드 케이진이 “미국의 상상력이 빚어낸 가장 위대한 작품”이라고 칭할 만큼 미국 문학사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는 소설이다. 20세기를 대표하는 작가인 어니스트 헤밍웨이와 F. 스콧 피츠제럴드로 이어지는 계보의 출발점 중 하나라는 평가를 받는 프랭크 노리스는 미국 문학에 자연주의를 도입한 선구자다.
이 작품이 지닌 의의는 프랭크 노리스의 자연주의 문학관이 가장 잘 형상화되어 있을 뿐만 아니라 예술적으로도 성공을 거뒀다는 데서 찾을 수 있다. 특히 이 작품은 자연주의를 사실주의의 극단이 아닌, 낭만주의의 연장선상으로 본 그의 작품 세계를 뚜렷이 보여 준다. 프랭크 노리스는 「낭만주의 작가로서의 졸라」라는 글에서 “자연주의란 사실주의의 내접원이 아니라 낭만주의의 한 갈래다”라고 말한 바 있다. 그는 이러한 문학적 신념을 바탕으로 다소 극단적이고 충격적인 사건을 작품의 소재로 주로 사용했다. 『맥티그』에서 주인공 맥티그의 소소한 행복과 몰락으로 이어지는 일련의 사건은 자연주의자이자 낭만주의자로서의 프랭크 노리스를 잘 보여 준다. 이처럼 일상을 뛰어넘는 비범하고 충격적인 경험을 선사하는 프랭크 노리스의 작품은 독자들을 흡입력 있게 끌어들인다.
이 소설이 지닌 또 다른 특징은 황금만능주의를 비꼬고 있다는 점이다. 대공황을 앞두고 미국의 자본주의가 급성장하던 시대적 상황과 맞물려 등장인물들은 하나같이 맹목적으로 돈을 좇는다. 소설 속에서 맥티그의 아내인 트리나가 꼭꼭 모아 뒀던 금화를 침대 시트 위에 전부 펼쳐 놓고 발가벗은 채 온몸으로 동전의 감촉을 느끼는 모습은 물질 숭배를 적나라하게 형상화한 대표적 장면 가운데 하나다. 맥티그가 범죄를 저지르고 도피하는 와중에도 항상 들고 다니는 황금 새장에 갇힌 카나리아 역시 돈의 굴레에 사로잡힌 자신의 분신이나 다름없다. 등장인물들 대부분이 보이는 돈을 향한 집착은 결국 파국의 가장 큰 원인이 된다.
이처럼 『맥티그』가 지닌 극적인 요소와 사회적 풍자, 힘 있는 이야기는 비평가와 여러 독자의 주목을 받았으며,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감독에 의해 영화 <탐욕(Greed)>으로 재탄생하기도 했다.
미국 자연주의 문학의 금자탑
프랭크 노리스는 『맥티그』를 비롯한 그의 여러 작품들을 통해 미국 자연주의 문학을 본 궤도에 올려놓는 데 크게 이바지했다. 그 결과 미국 문학에서 자연주의 전통은 꽤 긴 역사를 자랑하며 20세기 중엽에 들어서도 여전히 큰 힘을 떨쳤다. 존 스타인벡을 비롯해 윌리엄 포크너, 리처드 라이트의 작품에서도 자연주의의 영향을 쉽게 찾을 수 있다.
프랭크 노리스의 작품은 자연주의의 특성상 현실을 냉정하게 바라보기 때문에 비극적인 면을 지니는 경우가 많다. 그는 글에서 “헤아릴 수 없이 깊은 인간의 마음과 섹스의 미스터리 그리고 이제까지 누구도 탐색하지 않은 인간 영혼의 어둡고 깊숙한 내면”을 묘사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맥티그』는 이런 그의 예술관을 극적으로 보여 주는 작품 가운데 하나다. 동시에 이 작품은 비루한 현실을 보여 주면서도 소소한 일화를 곁들여 독자들을 미소 짓게 만든다. 소설 속에서 그려지는 그래니 영감과 미스 베이커의 로맨스는 이러한 특징을 잘 보여 준다. 두 노인은 서로에게 말도 못 걸 만큼 수줍어하면서도 늘 같은 시각이 되면 얇은 벽을 사이에 두고 각자의 방에 앉아 상대방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행복해한다. 맥티그와 트리나가 보이는 관계가 육체적 사랑에 가깝다면 그래니 영감과 미스 베이커의 사랑은 정신적 사랑에 가깝다. 노년에 접어든 두 사람의 풋풋하고 설익은 연애는 자칫 무겁게만 흐를 수 있는 작품의 분위기를 가볍게 해 줄 뿐만 아니라 우리에게 진정한 행복이란 무엇인가를 보여 주는 해답처럼 보이기도 한다.
이처럼 능수능란한 스토리의 강약 조절은 프랭크 노리스가 천부적으로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사실을 보여 주며 독자들에게 읽는 즐거움이 무엇인지를 선사한다. 아울러 20세기 미국 문학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과 같은 이 작품을 통해 독자들은 유럽과는 조금 다른, 미국식 자연주의 문학을 접할 수 있다.
저자
프랭크 노리스
1870년 미국 시카고의 부유한 집안에서 태어난 프랭크 노리스는 1887년 화가가 되기 위해 파리에서 유학하던 도중 프랑스 중세 연대기에 심취하고 문학 작품을 탐독하면서 작가를 지망하게 되었다. 귀국한 그는 캘리포니아대학교에서 공부하며 중세 프랑스를 주제로 로맨틱한 시를 썼으며, 하버드대학교에 재학하는 동안에는 에밀 졸라의 작품을 광범위하게 읽었다. 1893년 프랭크 노리스는 청소부였던 새러 콜린스가 만취한 남편에게 살해당하는 사건을 접하고 영감을 얻어 『맥티그(McTeague)』의 집필을 시작했다. 이 작품은 삶의 누추한 모습을 묘사한다는 이유로 미국과 영국 출판계에서 외면받다가 마침내 1899년 단행본으로 출간되었다. 이처럼 『맥티그』는 선보이기까지 적잖은 어려움을 겪었지만 막상 출간되고 나자 여러 독자와 비평가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이 작품은 후에 에리히 폰 슈트로하임 감독에 의해 <탐욕(Greed)>이라는 제목의 영화로 제작되었다.
『맥티그』 출간 이후 프랭크 노리스는 ‘곡물의 서사시’라 불리는 3부작 소설을 집필하기 시작해 1900년에 그중 첫 번째 작품인 『문어(The Octopus)』를 출간했다. 그리고 1902년에 선보인 두 번째 작품인 『지옥(The Pit)』으로 베스트셀러 작가가 되었다. 이후 3부작의 마지막 작품인 『늑대(The Wolf)』의 자료 수집 목적으로 가족들과 화물선을 타고 세계 일주 여행을 계획하는 등 의욕적인 활동을 보였으나 맹장염 수술 도중 괴저와 복막염이 드러나 1902년에 서른두 살이라는 젊은 나이로 사망했다. 사후 첫 번째 단편집인 『곡물 거래(A Deal in Wheat)』가 출간되었으며, 『지옥』이 채닝 폴락의 각색으로 브로드웨이에서 성공적으로 공연되었다.
프랭크 노리스는 19세기 말, 미국 문학에 자연주의를 도입한 작가로 시어도어 드라이저, 어니스트 헤밍웨이, F.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들의 선구자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역자
김욱동
한국외국어대학교 영문과 및 같은 대학원을 졸업하고 미국 미시시피대학교에서 영문학 석사, 뉴욕주립대학교에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서강대학교 인문학부 명예교수로 있다. 번역서로 『위대한 개츠비』, 『노인과 바다』, 『허클베리 핀의 모험』, 『앵무새 죽이기』, 『동물 농장』, 『호밀밭의 파수꾼』, 『아메리카의 비극』, 『맥티그』(공역) 등 30여 권이 있다.
역자
홍정아
숙명여자대학교 영문학과를 졸업했으며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역서로 『퀸 메릴』, 공역으로 『맥티그』, 『그리스인 조르바』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