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르를 초월한 음악과 자기 고백적인 가사로
독창적인 음악 세계를 펼친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
20세기 중반까지만 해도 대중음악은 단순한 소비재에 불과했다. 창작자들은 개인의 예술적 성취보다 대중의 입맛에 맞는 작품을 만드는 데 치중했고, 대중은 이러한 노래들을 진지한 감상의 대상이 아닌 기분 전환용 오락거리로 받아들이곤 했다. 그러한 흐름이 1960년대에 비틀스와 밥 딜런을 비롯한 의식 있는 싱어송라이터들의 등장으로 변화하기 시작했다. 이들은 신선한 음악적 실험이나 진솔한 노랫말로 대중음악을 진지한 예술로 탈바꿈시켰다. 더 나아가 일군의 여성 아티스트는 남성에 가려진 여성의 이야기를 내세워 대중음악의 표현 영역을 확장했다. 그 흐름을 이끈 대표적인 아티스트가 캐나다 출신의 싱어송라이터 조니 미첼이다.
이 책은 조니 미첼의 인생과 음악 이야기를 시간 순으로 톺아본다. 1943년 캐나다의 시골에서 나고 자란 조니는 어려서부터 춤, 그림, 음악 등 예술 분야에 큰 관심을 갖는다. 그러다가 노래와 악기 연주에 천착하게 된 그녀는 지역 클럽과 거리를 전전하며 무명 시절을 보낸다. 결국 그 지난한 생활을 미국에서도 이어나가게 되는데, 그 과정에서 몇 곡의 자작곡이 현지 음악 관계자의 눈에 들며 본격적으로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다. 얼마 후 음반 계약과 앨범 발표에 성공한 조니는 1970년 싱글 의 인기로 포크계의 신성으로 떠오르게 된다. 그리고 이듬해 자기 고백적인 가사를 담은 앨범 《Blue》로 자신의 이름을 팝 음악사에 영원히 각인하기에 이른다.
머지않아 조니의 시선은 포크에서 재즈로 향한다. 197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한 그녀의 재즈 여행은 《Hejira》를 비롯한 일련의 재즈 앨범 발매로 이어진다. 이로써 조니는 장르의 경계를 허물고 음악사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운다. 1980년대 이후에도 그녀는 유행과 상업성에 굴하지 않은 개성 있는 음악 세계를 펼쳤다. 2015년 뇌동맥류로 사경을 헤매기도 한 그녀의 음악 행보는 여전히 현재 진행형이다.
우리가 몰랐던 ‘인간 조니’의 새로운 이야기
그 여정을 수놓은 수많은 사람과 사연들
이상의 이야기는 이 책의 얼개이자 인터넷 검색으로도 찾을 수 있는 사실들이다. 여기서 이 책은 더 나아가 우리가 잘 몰랐거나 오해했던 사실들을 더해 조니 미첼에 관한 완벽한 이야기를 완성한다. 어릴 적에 발병한 소아마비, 뜻하지 않은 출산과 입양, 힘겹게 감내한 데이트 폭력 등 순탄치 않은 개인사는 물론 스튜디오 녹음과 투어 중에 겪은 갈등, 우상 마일스 데이비스와의 충격적인 첫 만남 등 다양한 ‘음악 야사’를 두루 아우른다. 여기에 근 70년 동안 이어진 애연가 경력과 깜짝 놀랄 만큼 신랄한 입담은 기대 이상의 재미를 준다. 결국 ‘전설의 싱어송라이터’라는 범접할 수 없는 이미지는 ‘인간 조니’라는 친숙한 이미지를 만나 훌륭한 시너지를 낳는다.
더불어 조니에게 영감의 원천이 된 끊임없는 연애담은 확실한 흥미 포인트로 작용한다. 실제로 조니는 음악 활동과 연애를 ‘병행하다시피’ 하는데, 데이비드 크로스비, 레너드 코언, 그레이엄 내시, 제임스 테일러, 잭슨 브라운, 돈 에일리어스, 재코 패스토리어스 등 그 대상의 면면부터 화려하다. 그리고 조니는 이들과 사랑을 속삭이는 동시에 명작을 꾸준히 탄생시켜 나간다. 첫 남편 척 미첼과의 어두웠던 결혼 생활을 반추한 , 작사 스타일을 놓고 레너드 코언과 갈등을 일으킨 , 그레이엄 내시를 그린 곡으로 추정되는
저자
데이비드 야프
1973년 미국 댈러스에서 태어났다. 『네이션』, 『하퍼스 매거진』, 『뉴욕 타임스』, 『슬레이트』, 『뉴욕』, 『빌리지 보이스』, 『데일리 비스트』, 『북포럼』 등 여러 매체에 기고를 해 왔고, 2012년에는 로저 섀턱 평론상을 수상했다. 『매혹의 리듬: 미국 문학으로 재즈 읽기Fascinating Rhythm: Reading Jazz in American Writing』, 『밥 딜런: 완전히 알려지지 않은 사람처럼Bob Dylan: Like a Complete Unknown』의 저자이기도 하다. 영문학 박사로, 현재 시러큐스대학교의 인문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자
이경준
서울에서 태어나 서강대학교에서 영어영문학을 전공했다. 현재 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으로 있고 네이버, 벅스뮤직, 지니 등 다양한 매체에서 음악 관련 글을 쓰고 선곡을 맡고 있다. 공동 저작으로 『한국대중음악 명반 100』이 있고, 역서로는 『Wish You Were Here: 핑크 플로이드의 빛과 그림자』, 『광기와 소외의 음악: 혹은 핑크 플로이드로 철학하기』, 『스미스 테이프』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