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래식의 이면을 바라보는 넓고 깊은 시선
누군가를 좋아할 때, 우리는 그를 잘 알고 싶다는 간절함에 휩싸인다. 그의 일상과 꿈, 그리고 가장 내밀한 곳에 숨겨 둔 비밀까지도 빈틈없이 알고 싶다. 클래식의 거장을 향한 동경 또한 그러하다. 대가가 남긴 아름다운 음악 작품을 듣고 거기에 매료될수록 우리는 그의 삶에 더 가까이 다가가고자 하는 욕망을 품는다. 그때 우리에게는 대가의 인간적이고 일상적인 면모를 돌아보고 명곡 뒤에 남은 오해를 밝혀 줄 이야기가 필요하다.
이 책은 음악가가 쌓은 이력과 그가 남긴 작품의 형식 같은 객관적인 지표 너머에 숨어 있는 진실에 다가선다. 서양 음악사가 품은 비밀과 거짓말을 들추어 써 내려간 갈망의 이야기다. 「동아일보」 문화 전문 기자로서,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장과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소식지 『월간 SPO』 편집장을 지내고, 다수의 지면에 음반 리뷰와 공연평을 실으며 오랜 시간 동안 클래식의 전방위에서 활동해 온 저자가 넓고 깊은 시선으로 서양 음악사의 이면을 살폈다. 저자는 세심한 관찰과 치밀한 조사, 인간적인 공감을 통해 클래식과 음악가 사이에 얽힌 진실을 찾아 나간다.
차이콥스키부터 살리에리, 말러, 파가니니까지
거장과 명곡에 얽힌 비밀
저자는 서양 음악사에서 풍문처럼 떠돌던 뒷이야기에 주목했다. 콜레라로 사망한 것으로 알려진 차이콥스키의 「비창」은 어쩔 수 없이 자살해야만 했던 그의 음악적 유서였을까? 탄생 80여 년 만에 세상에 드러난 슈만 「바이올린 협주곡 D단조」의 존재를 알린 것은 정말 요하임의 유령이었을까? 바흐와 슈만, 브람스가 음이름 암호를 넣어 작곡한 곡은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진 것일까? 말러 사후에 그의 삶을 왜곡한 아내 알마는 과연 어떤 사실을 숨기고 무엇을 꾸며 냈을까? 살리에리는 진짜로 모차르트를 죽였을까? 『서양미술사』로 추앙받는 미술사학자 곰브리치는 어떻게 히틀러가 사망한 사실을 가장 먼저 알아냈을까?
이처럼 저자는 잘못된 대접을 받을 뻔한 명곡이 어떻게 진가를 드러냈는지, 대가들이 어떻게 작품 속에 비밀을 숨겼는지를 들여다본다. 또한 우리에게 익숙한 작곡 거장들의 알려지지 않은 친근한 면모나, 긴 세월 동안 오해를 받아 온 진면목을 밝힌다. 더 나아가 인류 사회를 흔들고 지나간 시대의 격동에 음악가들이 어떻게 대답하고 응전했는지를 살핀다.
서양 음악사를 이해하기 위한 퍼즐의 마지막 조각
그리하여 이 책에는 일반적인 명곡 소개서나 음악사 개설서에서 만날 수 없는 스무 개의 화제가 수록되었다. 눈 밝은 클래식 팬들이 이미 알 법한 이야기라도 가능한 한 새로운 눈으로 들여다보고자 애썼다. 저자가 발견하고 파헤친 이야기는 음악사의 결정적 장면이자, 위대한 명곡들이 자기의 가치를 증명해 나간 과정이기도 하다. 잘 알려지지 않은 뒤안길의 이야기는 음악가를 제대로 이해하여 작품의 진가를 밝히고, 해석과 분석에서 발생하는 오해를 풀어 주었다. 결국 이 책은 당신이 존경하는 거장의 생애에 가닿고, 서양 음악사의 지형도를 완성하는 퍼즐의 마지막 한 조각이 되어 줄 것이다. 동경했던 한 사람, 그의 작품, 음악사의 뒷이야기를 속속들이 알게 되는 즐거움! 그 즐거움만이 명곡과 음악가를 오래도록 살아남아 자신의 이야기를 더 많은 사람의 입에 오르내리게 해 줄 것이다.
저자
유윤종
연세대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동아일보」 문화부장과 문화기획팀장, 서울국제음악콩쿠르 사무국장, 서울시립교향악단의 소식지 『월간 SPO』 편집장을 지냈으며 현재 「동아일보」 문화 전문 기자로 재직 중이다. 「동아일보」 공연 면에 ‘올 댓 클래식’ ‘클래식 깊이 듣기’와 ‘유윤종의 쫄깃 클래식感’ 칼럼을 연재했다. 『객석』 『클럽 발코니』 등의 음악 저널에 음반 리뷰와 공연평 등을 기고해 왔으며 KBS 1FM을 비롯한 여러 방송 매체에서 음악계 소식을 정기적으로 전했다. 서울 신사동 음악 공간 ‘무지크바움’과 「동아일보」 출판국 등에서 클래식 음악 강의를 진행하고 있다. 낭만주의 음악의 완숙기로 불리는 1870~1910년대의 서양 음악과 대편성 관현악, 성악 음악에 특별한 애착이 있다. 저서로 『푸치니: 토스카나의 새벽을 무대에 올린 오페라의 제왕』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