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 ‘당신이 알고 있는 모든 것은 틀렸다’는 종류의 책은 지루하기 마련이지만, 이 책은 눈을 뗄 수 없을 정도로 흥미진진하면서 매우 중요한 메시지를 전한다.”
- 스티븐 핑커(하버드대 교수, 『우리 본성의 선한 천사』 저자)
“역사상 가장 놀라운 세계 동향”
눈앞에 닥친 현실, 인구 감소를 둘러싼 모든 것!
인류가 지구상에 있던 세월 동안,
우리는 이 같은 일을 마주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반세기 동안 수많은 학자가 인구 급증에 따른 자원 고갈과 환경 오염을 걱정하는 목소리를 내 왔다. 의학의 발달로 유아 사망률이 급락하고, 기대 수명은 늘어나 인구가 큰 폭으로 증가했으니 그것은 당연한 걱정이었다. 지금까지 지구의 인구는 자연재해, 전염병, 전쟁 같은 특별한 원인을 제외하곤 줄어든 적이 없었다. 인간에게 자식은 함께 농사를 짓고 사냥을 하는 귀한 동반자이자 일꾼이었고, 다른 생물 종들이 그러하듯이 인간 또한 자손을 번식시키는 일을 당연한 일로 여겨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 인구 감소에 대한 경종을 울리는 전문가가 늘고 있고, 인구 감소와 고령화로 근심하는 나라 또한 늘고 있다. 인류 역사상 처음으로 ‘인간의 선택으로’ 인구가 줄고 있는 것이다.
우리 사회는 왜 저출산의 덫에 걸렸는가
이웃 나라 일본은 일찌감치 고령화가 시작됐다. 오늘날 생존해 있는 일본인의 4분의 1 이상이 노인층으로, 지구에서 가장 고령화된 사회다. 고령화 사회라는 말은 단순히 고령 인구가 많다는 것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20대 여성보다 30대 여성이 더 많고, 30대 여성보다 40대 여성이 더 많기 때문에 출산율이 낮을 수밖에 없고, 그것은 곧 인구 감소를 거스를 수 없는 상태임을 뜻한다. 그래서 일단 인구가 줄어 고령화가 시작되면, 그것을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그런데 그보다 더 거스를 수 없는 요인은 낮은 출생률을 수반하는 사고방식의 변화다. 인구학자들은 이런 사고방식을 “저출산의 덫”이라고 부른다. 이 이론에 따르면, 출생률이 (인구수를 유지할 수 있는 인구 대체율인 2.1에 못 미치는) 1.5 미만인 상태로 한 세대 이상 흐른 사회는 저출산이 정상적이고 보편적인 상태로 정착하면서 그 흐름을 유지해 간다.
금세기 중반, 일본은 인구가 1억 명 수준으로 줄어들 것이다. 그리고 금세기 말이면 8300만 명 수준까지 하락할 것이다. 인구를 1억 명 이상으로 유지하기 위한 방안을 찾는 것이 일본 정부의 공식적인 정책 방향이다. 그러나 그들은 아직까지 어떻게 할지 방안을 찾지 못하고 있다.
인구 감소가 불러올 변화, 축복인가 재앙인가
그런데 일본은 왜 인구 1억 명을 유지하려는 걸까? 인구가 줄어든다면 임금이 오르고 집값이 떨어져 넓은 집에서 쾌적하게 살 수 있을지도 모르는데 말이다. 브뤼셀에서 저녁 식사를 하던 젊은 부부들도 이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날 브뤼셀의 저녁 식탁에 둘러앉은 사람들에게 인구 감소는 복음처럼 들린다. ‘더 넓은 공간’ ‘더 많은 일자리’ ‘더 싼 주택’ ‘모든 것이 더 싸진다.’ 하지만 그들은 돌아가는 상황을 곰곰이 따져 보지 않았다. 청년 인구가 준다는 것은 그들이 늙었을 때 그들의 의료비와 연금을 뒷받침할 납세자의 수가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이를 낳는 남녀 쌍의 수가 준다는 것은 주택 구매자의 수가 줄면서 주택 가격이 하락하고 저축할 돈이 없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대학을 졸업해서 중년 나이까지, 구매력이 최고조인 기간에 있는 사람 수가 준다는 것은 승용차와 냉장고, 소파와 청바지를 사는 사람 수가 줄어 결국 경제 성장이 힘들어진다는 것을 의미한다. 식탁에 둘러앉은 그들은 그런 생각에 이르자 모두 입을 꾹 다문다.
그렇다. 인구 감소는 축복이 아니다. 국민연금을 제대로 받을 수 있을지, 국민연금 수령 시기가 늦춰지거나 금액이 줄어드는 건 아닌지 걱정하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우리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인구 감소와 고령화 때문에 걱정하고 있었던 것이다.
전 세계의 고령화가 시작됐다
앞서 언급한 일본뿐 아니라 대부분의 선진국이 고령화 사회로 진입했다. 그리고 일본 사회의 ‘고령화’가 30년간 이어진 일본 경제 침체의 한 요인인 것처럼, 유럽 대륙 내 많은 나라의 경제를 괴롭히는 불경기에 불을 붙이고 있는 것이 바로 유럽의 ‘고령화’라는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젊은 세대의 부족이 국가 경제에 미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엄청나다. 그런데 출생률 감소 현상은 선진국에 국한된 게 아니다. 개발도상국은 물론이고 중동이나 아프리카 지역까지 출생률이 점점 줄고 있다. 이런 현상의 가장 큰 원인은 도시화와 여성의 교육 및 여권 강화다. 농사지을 때 아이는 농사일을 거드는 일손이지만 도시에서 아이는 교육비가 많이 드는 부양가족일 뿐이다. 요즘 아이를 한 명만 낳거나 낳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양육비 부담과 직장 생활 때문이다. 교육을 받은 여성들은 직장 생활을 하며 보다 독립된 삶을 누리고 싶어 하고, 그것은 늦은 결혼과 저출산의 큰 요인으로 작용한다. 그렇지만 저출산을 단순히 여성 탓으로 돌릴 수는 없다. 출산 및 육아 지원 제도나 탁아 시설 등 육아 환경이 보장되어 있지 않고, 남편과 가족 나아가 사회가 함께 아이를 책임져 주지 않는 상황에서 여성에게만 책임을 물을 수는 없는 일이다. 여하튼 전 세계는 계속 도시화되고 있고, 교육을 받는 여성은 늘고 있으며, 육아비와 교육비도 늘고 있다. 따라서 인구 감소는 지속될 것이다.
21세기의 패권을 좌우하는 것은 인구수다
덩샤오핑은 몰랐을 것이다. 그가 시행한 한 자녀 정책이 중국의 발목을 잡을 줄은. 중국은 한때 군사적 포부와 경제적 염원을 동시에 이루기 위해 출산을 적극 장려했다. 그 결과 지나치게 많은 아이가 태어났고, 1950년대 말 수천만 명의 중국인이 굶어 죽는 비극이 벌어졌다. 대기근 이후 중국 정부는 정책을 180도 바꿔 한 자녀 정책을 펼쳤고, 출산율은 인구 대체율 아래로 떨어졌다. 신생아 부족에 위협을 느낀 중국 정부는 2015년에 마침내 한 자녀 정책을 폐기했지만, 중국 당국의 예상과 달리 베이비붐은 일어나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끊임없이 선전한 소가족의 장점에 세뇌된 영향과 중국의 가임 연령 여성의 절반이 (본인 또는 배우자가) 불임 수술을 받았기 때문이다. 2040년이 되면 지금의 일본처럼, 중국인의 4분의 1이 노년층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반면 미국은 적정 인구 수준을 뒷받침하는 든든한 이민자들 덕분에 세계 최강국으로서 입지를 더욱 단단히 다지면서 다른 거대 강대국들보다 고령화 속도를 완만하게 늦출 것이다. 미국의 경제와 문화를 풍요롭게 만들었던 이민자 수용을 그대로 유지한다면 말이다.
한국을 비롯한 6대륙을 누비며 기록한 전 세계 인구 감소의 생생한 현실
그들은 맨 처음에 연애, 결혼, 출산을 포기해야 했다. 이른바 “3포 세대”다. “여성이 결혼하고 임신하게 되면, 대다수 고용주들은 그녀를 직장에서 내보내죠.”라고 지혜는 말한다. (…) 게다가 상황을 더 악화시키는 것은 한국의 고용주들이 장기 근무하는 직원들에게 들어가는 비용을 벌충하기 위해 새로 고용하는 청년들을 계약직에 한정해서 뽑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런 계약직 봉급으로 서울의 비싼 부동산 시장에서 아파트를 구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안정된 정규직 고용의 부족과 주택 마련의 어려움은 3포 세대를 5포 세대―연애, 결혼, 출산, 확실한 일자리, 내 집 마련―로 전환시켰다. (…) 오늘날 이런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는 상황에서, 엄청나게 많은 한국의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 연령에 달하면 상황은 훨씬 더 악화될 것이다. 건강보험을 비롯한 의료비 지출과 밀레니얼 세대가 내야 할 세금 또한 급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포기해야 할 변수가 끝없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고 해서 ‘N포 세대’”로 불리는 밀레니얼 세대는 앞으로 점점 더 곤경에 빠질 것이다.
위 글은 한국 여성이 결혼과 출산을 미루는 이유를 다룬 본문 중 일부다. 이 책의 저자들은 전 세계를 누비며 주요 전문가 및 일반인들과 인터뷰한 기록과 인구학자들의 연구, 뉴스 등을 통해 점점 비어 가는 지구의 현실을 생생하게 보여 준다. 고령화 사회의 가속화로 인한 의료비와 연금 수요 증가, 노동력 감소, 경기 침체 등 우리 앞에 닥친 현실은 만만치 않다. 이 책으로 눈앞에 다가온 인구 감소의 현실을 직시하자.
저자
대럴 브리커
국제적인 여론 조사 기관인 입소스 퍼블릭 어페어스(Ipsos Public Affairs)의 최고 경영자. 캐나다의 신문사 「내셔널 포스트The National Post」와 「글로브 앤드 메일The Globe and Mail」에 정기적으로 칼럼을 기고하고 있다. 캐나다 칼턴대학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2010년에는 윌프리드 로리에대학에서 명예 법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Searching for Certainty: Inside the New Canadian Mindset』(2001), 『What Canadians Think About Almost Everything』(2005), 『We Know What You’re Thinking』(2009), 『Canuckology』(2010) 등을 썼으며, 이들 저서 모두 캐나다에서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저자
존 이빗슨
캐나다의 유력 신문인 '글로브 앤드 메일'의 대표 저술가다. 1980년대에 극작가로 입문했고, 이후에 청소년 소설, SF 소설 등 다양한 작품을 발표했다. 1995년부터 2001년까지 '오타와 시티즌Ottawa Citizen', '사우샘 뉴스Southam News', '내셔널 포스트The National Post'에서 일했고, 2001년에는 '글로브 앤드 메일'의 워싱턴 지부장으로 일하기도 했다. 캐나다의 뉴스 프로그램에 정치 분석가로 자주 출연했다. 주요 저서로 'Promised Land: Inside the Mike Harris Revolution'1997), 'The Polite Revolution: Perfecting the Canadian Dream'(2005), 'Open & Shut: Why America Has Barack Obama and Canada Has Stephen'(2009), 'Stephen Harper, A Biography of Canada's 22nd Prime Minister'(2015) 등이 있다.
역자
김병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며 다양한 분야의 책을 우리말로 옮기고 있다. 『불로소득 자본주의』, 『빈곤자본』, 『21세기 시민혁명』, 『귀환』, 『젓가락』, 『커피, 만인을 위한 철학』, 『달팽이 안단테』, 『세계문제와 자본주의 문화』, 『제자 간디, 스승으로 죽다』, 『인재 쇼크』, 『양심 경제』, 『자본주의의 기원과 서양의 발흥』, 『왜 가난한 사람들은 부자를 위해 투표하는가』, 『성장의 한계』, 『탐욕의 종말』, 『월드체인징』(공역), 『그라민은행 이야기』, 『선을 위한 힘』, 『경제인류학으로 본 세계 무역의 역사』, 『인간의 얼굴을 한 시장 경제, 공정무역』, 『과학자의 관찰 노트』, 『디데이』, 『산티아고, 거룩한 바보들의 길』, 『여우처럼 걸어라』, 『사회·법체계로 본 근대과학사』, 『생명은 끝이 없는 길을 간다』 등 다수의 책을 번역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