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키워드를
독자들에게 알기 쉽게 설명하는 본격 대중 교양서
이 책은 미래의 기술 문명이 낳을 수 있는 여러 문제를 진단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인문학적 성찰을 제공한다. 우리 앞에 놓인 여러 도전과 난관의 해법으로 저자는 미래 인문학이라는 새로운 시각을 제시한다. 미래 인문학은 고전의 지혜와 현재의 상상력을 결합한 지식 체계다. 서로 다른 세계처럼 여겨지던 자연과학과 인문학이 교차되고, 과거의 통찰과 미래의 성찰을 함께 아우르는 설명을 따라가다 보면 우리 앞에 펼쳐질 미래를 직시할 수 있다. 다른 여러 미래 예측서가 기술적 관점에 치우치거나 뜬구름 잡기 식의 설명에 머무르는 것과 달리, 이 책은 학계의 연구 결과를 비롯해 검증된 객관적 자료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전개해 나간다. 그러면서도 딱딱한 이론이나 비평이 주가 아닌, SF 영화를 보듯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저자의 글쓰기는 ‘인공 지능도 과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로봇은 과연 인간을 지배하려 들까’, ‘아이언맨의 자본주의와 블랙 팬서의 국가주의는 어떻게 다를까’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질문에서 비롯된다. 질문에 대한 답변으로 저자가 우리에게 보여 주는 미래는 여러 모로 흥미롭다.
저자는 기술 발달로 인해 미래에는 인간의 본모습까지 바뀌게 될지도 모른다고 지적한다. 인공 장기가 병에 걸린 사람의 생명을 연장하기 위해 쓰이는 것을 넘어서서 컴퓨터의 성능을 업그레이드하듯 인간의 능력을 신장시키기 위해 광범위하게 사용될 수도 있다. 이러한 미래는 사실 우리에게 그리 멀리 있지 않다. 이와 관련된 상징적인 사건이 이미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 일어난 바 있다. 장애인올림픽 메달리스트였던 피스토리우스는 런던올림픽 때 의족을 착용하고 달리기 경주에 참여하려 했다가 올림픽위원회로부터 거부당했다. 탄소 섬유 의족인 그의 다리가 일반 선수들보다 훨씬 뛰어난 능력을 지니고 있어 공정한 경기가 이뤄질 수 없었기 때문이다. 이렇듯 신체의 기능을 확장하는 기술이 발전될수록 인간은 점점 더 사이보그처럼 진화할지도 모른다. 그러다 보면 미래에는 ‘신체 디자이너’ 같은 직업이 생길 수도 있다. 하지만 인간의 신체를 개조하는 데에는 여러 가지 문제가 동반된다. 어디까지를 인간으로 볼 수 있을 것인지, 과연 능력을 높이기 위한 이유만으로 신체를 마음대로 개조하는 일이 윤리적으로 옳은지 등을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이처럼 저자는 단순한 기술의 발전만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이에 따른 여러 문제를 인문학적으로 어떻게 바라보고 어떤 식으로 풀어가야 할지 이야기한다.
고전에서 길어 올린 미래를 위한
인문학적 소양과 지혜
책에서는 과학 기술이 발전할수록 개인과 사회가 좀 더 문제의식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새로운 기술의 개발은 우리와는 멀리 떨어진 다른 나라의 이야기처럼 여겨지기 쉽다. 인간의 게놈을 분석하고 인공 지능이 변호사를 대신해 법률 상담을 하고 노화를 억제하는 메커니즘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은 신문 과학 기사에나 어울릴 법한, 나와는 다소 상관없는 일처럼 여겨진다. 하지만 기술 문명의 발달은 당장 내일의 삶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는 중요한 문제다. 예를 들어 점점 발전해 가는 로봇 기술은 보다 발전된 휴머노이드를 생산해 인간의 일자리를 점점 잠식할 것이다. 이 경우 사회는 실직자들을 위한 종합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문제는 여기에 필요한 자본을 어디서 해결하느냐 하는 점이다. 이 문제의 대안으로 최근에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것이 로봇세 신설이다. 직업을 가진 사람들에게서 일정 부분 세금을 떼듯이 로봇에 세금을 부과하고 여기서 얻은 재원으로 여러 복지 정책을 펴는 것이다. 다만 이 경우에도 직업 자체가 주는 사회적 소속감 등은 해결할 수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는 또 다른 정책으로 가짜 직업인 페이크 잡(fake job)을 들 수 있다. 정부에서 실직자들에게 기본 소득을 주되 가짜 직업을 수행하게 만드는 것이다. 이 경우 페이크 잡은 사회 복지 같은 공공 업무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처럼 기술 문명의 진화는 곧 우리 생존 문제와도 직접적으로 연관된 중요한 이슈다.
흥미롭게도 저자는 미래 문제를 해결하는 키워드를 고전에서 찾는다. 이는 과거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 고전 부활 운동과 비슷하다. 중세의 여러 문제와 모순을 해결하기 위해 르네상스 시기의 인문학자들은 고전에 눈을 돌렸다. 저자 역시 마찬가지다. 미래 사회의 성숙한 시민이 되기 위해 필요한 것들을 이야기하면서 과거 칭기즈칸의 세계 정복을 예로 드는 식이다. 언뜻 보면 미래 시민으로서 지녀야 할 소양과 칭기즈칸 사이에는 별 연관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저자는 칭기즈칸이 세계 정복을 이룰 수 있었던 원동력인 다양성과 개방성, 고정관념의 탈피 등을 설명하며 우리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가야 할지를 설득력 있게 제시한다.
저자
윤석만
「중앙일보」 기자로 국회, 청와대, 총리실, 교육부 등 다양한 출입처를 거쳤다. 중앙일보 인성연구소 사무국장을 겸임하고 있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현재 경희대에서 사회학 박사 과정을 밟으며 미래 사회의 계층 구조와 정치 체제를 주제로 연구 중이다. 2014년 인성교육진흥법 제정 당시 입법을 주도했다. 이후 한국 사회의 인성·시민 역량을 높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와 저술 활동을 벌였다. 특히 미래에 대한 깊은 통찰력은 학계에서도 인정받아 대학에서 그의 보도와 연구 성과를 강의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한국기자협회가 수여하는 한국기자상(2012), 청소년 단체 창립 50주년을 맞아 모범 정치인·기업가·언론인을 각 1명씩 시상한 대한민국 청소년육성대상(2015)을 받았다. 국회 미래대화클럽 정회원, 국회 인성교육실천포럼 자문위원, 중앙선관위 자문위원 등으로 활동했다. 2015년에는 유네스코가 15년마다 주최하는 세계교육포럼 행사에서 세계 시민 교육을 주제로 기조 발표를 했다. 현재 4차 산업 혁명을 과학·기술·산업이 아닌 인간과 문화, 의식과 제도의 측면에서 조망하며 미래 인문학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하고 있다. 저서로 『휴마트 씽킹』, 『인간혁명의 시대』(2018 세종도서 교양 부문 선정), 『리라이트』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