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교회의 세습이나 기독교의 배타성을 욕하는 사람은 있어도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했던 예수를 욕하는 사람은 없다. 그를 신이라 믿지는 않더라도 약하고 가난한 자들의 친구였고 본인이 설파한 사랑을 실천한 그의 언행은 존경할 만한 성인(聖人)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약자의 편에 섰던 예수라는 한 사람의 말을 인문학자의 시선으로 풀어 놓은 책이다. 『신약성경』과 외경을 토대로 하고 있지만, 초역(超譯. 의역을 넘어선 번역으로, 원문의 정확성을 희생하더라도 독자가 읽기 쉽고 이해하기 쉽게 번역하는 방법이다. 가독성을 위해 때로는 원문을 대폭 생략하는 경우도 있다)이기에 그야말로 저자가 재해석한 예수의 말이다. 그래서 저자의 성경 해석이 짙게 배어 있다. 예수는 은유를 많이 사용했기 때문에 저자가 의미를 추측하고 해석한 느낌이 더 강하게 나타난다. 그리고 예수가 이 시대에 존재한다면 현대인에게 이런 얘기를 했을 거라는 의도를 담은 편역도 있어서 더 직접적으로 다가오는 느낌이 있다. 기성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철학과 종교에 관한 명쾌한 해설서로 유명한 저자의 시각으로 재탄생한 예수의 말은 『성경』 속 예수의 말과는 색이 다른 울림이 있다.
본문은 총 184개의 구절과 세 개의 '예수의 우화'(착한 사마리아인, 포도밭의 일꾼, 방탕한 아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 책에 소개한 세 편의 우화는 문학 작품, 회화, 영화 등에 수없이 인용되었기 때문에 기억해 두면 서양 문화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사실 서양 문화의 바탕에 기독교가 깔려 있기 때문에 기독교 문화를 이해하지 못하면 서양의 예술 작품, 문학 작품, 철학 등을 제대로 이해하기 어려운 게 사실이다. 그렇기에 기독교 문화를 아는 것은 교양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종교의 벽 때문에 『성경』을 읽지 못한 사람이 꽤 많다. 인문학자인 저자는 기독교인이 아닌 일반 대중을 염두에 두고 『신약성경』과 『성경』에 실리지 못한 외경 속 예수의 말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에, 이 책을 읽으면 인간주의자 예수가 무슨 말을 했고 어떻게 사랑을 설파하고 실천하려 했는지 알 수 있으며, 더불어 기독교 사상을 가늠할 수 있다.
“『성경』이 중요한 무언가를 내포한 책이라면 신학이나 교회라는 중개자 없이도 우리에게 주는 가르침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이 세상을 살아가는 데 필요할 것이다. 즉 우리 개개인이 『성경』을 읽고 그것을 통해서 얻을 수 있는 무언가가 숨겨져 있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성경』을 읽고 얻은 것을 포함해 예수의 말을 소개한 것이 바로 이 책이다.”
- 「들어가는 글」 중에서
1980년대 초 하버드대학교는 윤리적 사유에 대한 교육의 필요성을 느껴 학부에 ‘윤리적 사유’분과를 신설했다. 그리고 ‘예수와 윤리적 삶’이라는 강좌를 개설해 몇십 년간 학생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았다. 인간관계, 인종, 성, 폭력, 죽음, 세대 갈등, 의료, 세금 등 갖가지 사회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도록 새로운 시각을 제시하고, 때론 질문한 사람이 스스로 생각하도록 만들었던 예수는 지금의 우리에게도 많은 것을 성찰하게 한다.
그곳에 존재하는 인간으로서의 예수의 말
예수는 “사랑이 있다면 지배하지 않는다. 지배하지 않고 함께 살아간다. 함께 슬퍼하며 함께 웃고 함께 먹고 따뜻한 마음으로 이야기 나눈다.”라고 말했다. 예수 하면 떠오르는 말은 '사랑'이다. 이 책에도 사랑이 강조되고 있다. 자신을 사랑하고, 이웃을 사랑하고, 원수까지 사랑하라고 한 예수가 양극화와 편 가르기가 심화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제시하는 답 역시 '사랑'이다. 이웃사촌은커녕 옆집에 누가 사는지도 모르는 지금의 우리 사회는 그야 말로 사랑이 메말라 삭막함이 서걱거린다. 그렇기에 이 시대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예수가 강조했던 ‘사랑’일지도 모른다.
<본문 중>
‘내일은 어떻게 될까?’ 하며 끙끙 앓지 마라. 내일 일을 이래저래 상상하는 것은 더 큰 고민을 낳을 뿐 이니까.
오늘은 오늘대로 최선을 다했으니 된 것이다. 오늘을 열심히 산 자신에게 만족하자. 편안한 마음으로 천천히 밥을 먹고 여유롭게 이야기 나누고 푹 자자. 그리고 웃자. 환하게 웃는 얼굴을 보여 주자. 달과 별과 사랑에게 위안도 받자. 오늘도 자기 나름대로 잘 살았다고. -p43
주변 사람들이 무슨 말을 해도 자기 자신을 비하하지 마라. 너는 가치 있는 사람이다. 단지 지금은 세상 사람들이 너의 가치와 능력을 알아볼 능력이 없을 뿐이다.
그러니 어깨를 축 늘어뜨리지 마라. 너답게 당당하게 살아라. -p47
머리와 가슴에 가득 찬 것들은 언젠가 밖으로 흘러넘친다. 그것이 바로 언어다.
그러니 독한 말을 하는 사람은 독한 사람이다. 나쁜 열매를 맺는 나무가 쓸모없는 취급을 받는 것과 마찬가지다.
인간에게 열매란 바로 언어다. 어떤 말을 하느냐에 따라 그 사람의 내면이 어떤지 명확히 알 수 있다. -p85
진정으로 가난한 자는 돈과 물질이 부족한 사람이 아니다.
자신을 모르는 자가 빈곤한 사람이다.
왜 자신을 모르는가? 늘 돈과 물질에 마음을 빼앗겨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 생각해 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p161
슬퍼하는 자는 언젠가 마음이 치유된다. 누군가가 위로해 주기 때문이다.
누군가가 오지 않아도 작은 동물의 울음소리가, 주변 풍경의 사소한 무언가가, 뜻밖의 우연이 마음의 위로가 된다.
이는 사랑을 받는 것이다. 사랑을 받는 것만큼 행복한 것은 없다. 세상에는 사랑에 굶주려 있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p192
저자
시라토리 하루히코
아오모리현 아오모리시(?森? ?森市)에서 태어났다. 베를린자유대학교(Freie Universit?t Berlin)에서 철학, 종교, 문학을 공부했다. 기성 개념에 사로잡히지 않는, 철학과 종교에 관한 명쾌한 해설서로 유명하다.
주요 저서로 『초역 니체의 말』, 『지성만이 무기다』, 『초역 비트겐슈타인의 말』, 『머리가 좋아지는 사고술(頭がよくなる思考術)』, 『처음으로 알게 된 불교(はじめて知る??)』, 『이 책 한 권으로 ‘성경’을 알 수 있다!(この一冊で「聖書」がわかる!)』 등 다수가 있다.
역자
이지현
이화여자대학교 의류직물학과를 졸업하고 일본여자대학교로 교환 유학을 다녀온 후 이화여자대학교 통번역대학원 한일번역과를 졸업했다. 현재 엔터스코리아 일본어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주요 역서로 『세상의 이치를 터놓고 말하다 : 괴짜 부자 사이토 히토리』, 『흘러넘치도록 사랑하라』, 『Win의 거듭제곱』, 『칭찬이 아이를 망친다』, 『내 마음을 구해줘』, 『인생에서 가장 소중한 것은 서점에 있다』, 『사람은 들키지만 않으면 악마도 된다』, 『스틸』, 『부자의 관점』, 『심리 전략(출간 예정)』, 『초역 논어의 말(출간 예정)』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