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책을 읽어야 하는가’라는 딱히 특별할 것 같지 않은 글감을 개인의 문제만이 아닌, 사회문제로 보면서 서민 교수 특유의 독특하고 유쾌한 접근으로 풀어낸 책이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됐다.
그대로 살았다면 난 아마 나 잘난 맛에 살면서 정치적으로는 보수를 지지하고 경제적으로는 가진 자의 이익을 대변하는 그런 아저씨가 됐을 것이다. 어쩌면 태극기 집회를 옹호하면서 촛불을 든 젊은이들을 향해 혀를 끌끌 차고 있을지도 모른다. 상상만으로도 무서운 일이지만, 다행히 난 그런 사람이 되지 않았고, 그 비결은 다름 아닌 독서였다. 그래서 이렇게 말하련다. 독서가 나를 구원했다고.
- 「들어가는 글」 중에서
책을 안 읽으면 바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올 거라고?
모든 사람이 책을 안 읽는 세상의 풍경, 책과는 거리가 먼 이가 대통령이 되어 벌이진 일들,
무식과 비상식이 특징이 되어 버린 사람들…… 가장 멍청한 세대가 오고 있다!
지하철, 카페, 길거리 등 어딜 가나 사람들은 스마트폰을 들여다보고 있다. 반면 책을 읽는 사람은 보기 드물다. 이 책은 이런 독서 인구 감소의 문제점부터 들여다본다. 사람들이 책을 읽지 않는다면 어떻게 될까? 바보들이 지배하는 세상이 온다! 바보가 똑똑한 사람들을 뛰어넘어서 세상을 지배하는 게 아니라, 모두가 바보라 그 바보들 중에 지배자가 나온 거다. 이 책은 그런 세상을 그린 B급 영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거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가 현실로 나타난 실례가 담긴 책을 등장시켜 어쩌면 진짜 현실로 다가올지도 모를 미래로 느끼게 한다. 바다의 왕자가 누구냐는 질문에 장보고가 아닌 박명수라고 답하거나 안중근 의사 사진을 알아보지 못한 아이돌들의 일화는 물론이고 글의 내용을 엉뚱하게 파악해 생뚱맞은 댓글을 다는 일반인들의 인터넷난독증까지, 우리를 놀라게 하는 일들이 곧잘 일어나고 있으니 그 끔찍한 미래가 꼭 먼 나라 얘기만은 아니다.
당신이 독서가가 될 마지막 기회
단언컨대 이 책은 독서 관련 책 중 가장 독특하고 재밌는 책이다!
저자는 이렇게 사람들이 책을 안 읽으면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에 대해 각종 사회문제를 결부시키면서 특유의 유머로 진단하고 전망하며 독서의 필요성을 느끼게 한다(1부). 그리고 책을 읽으면 어떤 점이 좋은지 ‘책 읽기의 효과’를 들려주며 책을 읽으라고 독자를 꼬이고(2부), 책을 언제, 어떻게, 어떤 걸 읽어야 하는지 알려 준다(3부). 이 책은 지루하고 딱딱하게 독서의 중요성을 강조하거나 저자가 선정한 책의 좋은 점들을 늘어놓거나 여러 독서법을 소개한 일반적인 독서 책과 달리 저자만의 기발하고 유쾌한 접근으로 독자의 공감을 얻어 낸다.
어떤 이들은 인터넷에 정보가 이렇게 널려 있는 마당에 책을 왜 읽어야 하느냐고 항변한다. 하지만 인터넷에는 검증되지 않은 잘못된 정보가 난무하며 사실 여부를 뒷받침하는 근거도 부실하다. 책을 통해 얻는 이득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크며, 다른 것으로 대체될 수 없다. 그리고 많은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열쇠를 쥐고 있다. 저자는 우리나라에 노벨 과학상 수상자가 나올 수 있는 길은 물론이고 각종 사회문제 해결책까지 모두 책 속에 있다고 주장한다. 사람들의 손에 책 대신 스마트폰이 들려 있게 된 후 세상이 격 떨어지고 더 살기 힘들어진 걸 보면 그런 주장이 억지만은 아닌 듯하다.
서민 교수는 왜 독서 전도사가 됐을까?
서른 즈음에 독서가의 길로 들어선 저자는 늘 ‘책을 읽게 된 후 자신의 삶이 얼마나 달라졌는지’를 강연이나 인터뷰를 통해 이야기해 왔다. 그런 그가 책 읽기의 중요성에 대해 그만의 독특한 색깔로 풀어냈다. 서민 교수는 어린 시절 책에 빠져 살다가 어느 날 갑자기 책과 단절됐고, 이후 독서와 상관없는 삶을 살다가 서른에 다시 책에 빠졌다. 그 특이한 독서 이력이 만들어 낸 독특한 이야기를 이제 만나 보자.
내게 가장 중요한 메시지를 준 책은 계간 『인물과 사상』이었다. “네가 그러니까 이 나라가 이 모양이지”라는 강준만의 일갈은 정치와 유리된 채 개인의 이익만을 위해 살던 나를 변화시켰다. 정치가 얼마나 중요한지 깨닫게 됐으며, 이후 책과 더불어 신문 네 개를 빠짐없이 읽었다. 언젠가는 저 신문에 내가 쓴 글이 실릴 그날을 꿈꾸면서. 그렇게 20년이 지난 지금 난 경향신문에 칼럼을 쓰고 있는데, 그렇게 본다면 내가 아는 이 중 독서의 가장 큰 수혜자는 바로 나다. 독서가 왜 필요한지에 대한 책을 쓸 사람이 나밖에 더 있겠는가? 그게 바로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다. - 본문 중에서
‘책은 다른 책으로 가는 문을 열어 준다’고 한다. 이 책은 그 ‘문’을 활짝 열어젖혀 줄 것이다. 어쩌면 문턱까지 없앤 완전 개방형으로 만들어 줄지도…….
저자
서민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본과 4학년 때 선택의학 과목으로 기생충학을 선택했다가 어릴 적 못생긴 외모로 인해 고생했던 자신의 모습처럼 외모로 인해 탄압받고 있는 기생충에 관심을 갖게 됐다. 단국대에서 기생충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못생긴 외모를 콘셉트로 삼아 방송계 진출을 끈질기게 시도한 끝에 결국 MBC 「컬투의 베란다쇼」 고정패널 자리를 따냈다. 기생충을 주제로 한 두 권의 책이 망하고 난 뒤 절필을 선언했다가 절필 선언 사실 자체를 사람들이 전혀 모르고 있다는 것에 용기를 얻어 다시금 기생충 책을 썼다. 「경향신문」에 글을 연재했고 그 밖에 여러 신문과 네이버캐스트 등 인터넷 매체, KBS 「과학콘서트」, KBS 「지식 기부 콘서트」, CBS 「세상을 바꾸는 시간, 15분」, EBS 다큐프라임 「PARASITE 기생 寄生」, KBS 「아침마당」 등 여러 방송과 대중 강연을 통해 기생충의 대중화에 힘쓰고 있으며, ‘기생충이 차별받지 않는 세상’이 최종 목표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