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들은 괜찮다는데, 나는 왜 편하지 않을까?”
누구나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인간관계는 언제나 쉽지 않으며, 다양한 사람들 사이에서 이런저런 스트레스를 받는다. 일을 못해서 괴롭기도 하고, 일을 잘해서 힘들기도 한다. 집이 편하기도 하지만 때로는 가장 들어가기 싫은 곳이 되기도 한다. 누구나 한번쯤은 그런 시간을 보내기에, 우리는 힘들다는 사람을 향해 손쉽게 “원래 다 그런 거야.”라고 말하지만, 그 사람에게는 사실 아무런 위로도 되지 않는다.
일본의 정신과 의사 오카다 다카시는 이 책을 통해 전혀 다른 말을 해준다. 지금 어딘가에서 불편함을 느끼고 있다면 그것은 ‘원래 다 그런’ 당연한 힘듦이 아니라, 잠시 ‘적응장애’를 겪고 있는 것이라고 말이다. 각 사람의 유전적 기질과 양육 환경, 멘탈 상태에 따라서, 또 서로 다른 기질의 사람과 사람이 만나고 온갖 일이 생기는 상황에 따라서 특별히 적응장애가 일어나기 쉬운 사람과 환경이 있으며, 적응 문제로는 전혀 고민 없을 것 같은 사람마저도 예외 없이 적응장애는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다. ‘적응장애’는 결코 유별난 병이 아니라, 우리가 너무나 보편적으로 겪는 어려움의 이름이다.
적응장애는 마음에 걸리는 감기와 같다. 똑같이 추운 날씨에 돌아다녀도 누구는 아무렇지 않은데 누구는 지독한 감기에 걸려 고생할 수 있는 것처럼, 힘든 환경과 그 사람의 기질이 만났을 때 남들에게는 정말 별일 아닌 것에도 그 사람은 한없이 움츠러들어 기를 펼 수 없게 되기도 한다. 감기로 앓아누운 사람에게 필요한 것이란 “원래 감기 한 번씩 걸리면서 사는 거야.” 같은 말보다는 그 사람의 증상에 맞는 감기약을 지어주고, 또 감기에 걸리지 않도록 예방법을 알려주는 것일 테다. 마찬가지로, 저자는 마음의 감기에 걸린 우리에게 이런저런 증상과 우리의 체질을 물은 다음 적응장애 진단을 내리고 각각에 맞는 처방전을 제시하는 것이다.
오늘도 스스로를 궁지에 몰아넣는 ‘유리 멘탈’들을 위한 적응 심리학
그래도 ‘적응장애’라는 말은 억울하다 할지도 모르겠다. 아무리 적응을 좀 어려워하기로서니 멀쩡한 사람을 환자 취급하나 싶을 수도 있다. 그러나 이 책은 “이런 일로 힘들어하는 건 네가 적응장애자라 그래!” 하고 판단을 내리는 책이 아니다. 다들 “괜찮아. 그렇게까지 신경 쓸 필요 없어.” 하고 넘어갈수록 그럼에도 도저히 편해지지 않는 스스로가 더 이질적이고 문제 있는 사람처럼 느껴질 때, 이 책은 말한다. 얼마나 힘들다고 느끼는지는 사람마다 원래 다른 것이라고. 다들 괜찮았다고 해서 나도 편하리라는 보장은 어디에도 없으며, 객관적으로 별일 아니라고 해서 나 자신도 별일 아닌 것처럼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거나 받아들여야 하는 것은 결코 아니라고. 저자는 ‘원래 다 그런 것’으로 퉁 치지 않고 내가 자라온 환경이 어땠는지, 나의 사고 패턴이 혹시 이렇지는 않은지, 내 성격과 현재 멘탈 상태가 이러하지는 않은지 진지하게 묻는다. 그리고 말해준다. “이러이러한 면에서 적응장애를 겪기 쉬운 경향이 보이는구나. 그럴 때는 이렇게 해보면 좀 더 편해질 거야.”
책 속에서 ‘나도 적응장애를 겪고 있었구나.’ 깨닫는 순간 우리가 경험하는 것은 좌절이나 자책이 아니라, 안심과 위로다. 집에 있는 것이 눈치 보이는 이유는 내가 찌질해서가 아니고, 회사가 힘든 것이 내가 못해서인 것도 아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아직 잘 몰라서, 우리를 둘러싼 환경에 우격다짐으로 밀어 넣었다가 잠시 적응장애를 일으키고 있는 것뿐이다. 이 책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적응장애자라는 낙인이 아니라, 우리가 우리 자신으로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갈 수 있게 하는 우리 자신의 ‘사용 설명서’다.
이 책을 통해 적응장애에 대해 알고 나면, 우리는 좀 더 편해질 수 있다. 막연히 불안하고 어딘가 불편한 환경 속에서 스스로를 궁지로 몰아가는 대신, 나 자신을 조금 더 믿으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잡을 수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독서가 끝난 뒤에도 여전히 나를 둘러싼 인간관계는 쉽지 않을 것이며, 내 능력이 갑자기 좋아지는 일이란 일어나지 않고 내가 받는 스트레스도 끊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분명 조금은 더 괜찮을 것이다. 인간관계의 스킬이나 업무 능력을 전수받아서가 아니라, 이 책을 따라가는 동안 조금 더 멘탈이 강해졌을 것이므로.
“언제까지 이렇게 살아야 할까?” 하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는 나 같은 평범한 직장인들에게 특히 추천하고 싶은 책이다. 책에 나온 적응장애를 나타내는 신호들을 체크하면서 ‘이거 내 얘기잖아?’ 했던 나는, 이 책을 읽고 한결 편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다.
_일본 아마존 독자 평
저자
오카다 다카시
도쿄대학 철학과를 다니다 중퇴하고, 교토대학 의과대학에 다시 들어가 정신과 의사가 되었다. 동 대학원에서 연구에 종사하면서 인격장애와 발달장애 치료의 최전선에서 활약하며, 야마가타대학의 객원교수이자 오카다 클리닉의 원장으로 있다. 『인격장애』, 『아스퍼거 증후군』, 『인터넷 의존증』, 『사람은 왜 잠을 못 이루나』, 『당신 안의 이상심리』, 『형제 콤플렉스』 등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다양한 심리사회적 문제들을 심도 깊게 다룬 저서들을 꾸준히 출간해, 정신의학과 뇌 과학 분야의 전문가로 주목을 받으며 많은 저서가 베스트셀러에 올랐다. 국내에는 저자가 ‘애착 이론’을 바탕으로 인간관계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쓴 『나는 상처를 가진 채 어른이 되었다』와 『나는 왜 혼자가 편할까?』를 비롯해 『심리를 조작하는 사람들』, 『엄마라는 병』 등이 소개된 바 있다. 이 책 『나는 왜 적응하기 힘들까?』 는 스트레스에 시달리며 마음 편히 있지 못하는 현대인들의 심리와 적응 문제에 대한 깊이 있는 통찰과 따뜻한 시선으로, 출간 이후 지금까지 일본 독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역자
장은정
한국방송통신대학교 일본학과를 졸업했으며 한국외국어대학교 국제지역대학원 일본학과를 수료했다. 현재 번역 에이전시 엔터스코리아 출판기획 및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주요 역서로 『수학 잘하는 창의 IQ160 만들기』, 『1분 감각』, 『38세 상승과 추락 사이』, 『사랑과 욕망의 중국 4000년사』, 『암산이 빨라지는 인도 수학』 등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