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어』를 처음 읽는 사람들을 위한 친절한 동양 고전 해설서
공자와 그의 제자들 언행에 숨어 있는 생활의 지혜와 처세
공자와 제자들의 문답과 가르침을 담고 있는 이 책은 차주환 선생이 번역한 기존의 『새로 풀이한 논어』의 개정판으로 요즘 독자들에 맞게 번역 문구를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다듬고, 판형과 글자 크기 등을 달리해서 가독성을 높였다. 아울러 한자 원문과 해석에 대한 풀이를 별도로 달아서 논어에 담겨 있는 깊은 뜻을 한눈에 볼 수 있도록 배치했다. 특히 해설에 서로 연관이 있는 각각의 편들을 찾아볼 수 있도록 배치한 것이 돋보인다. 예를 들어, 「공야장」 편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도(道)가 행해지지 않아서 떼를 타고 바다로 떠나가게 되면 나를 따라올 사람은 유(由)일 게다.’ 자로가 이 말씀을 듣고 기뻐하였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유(由)는 용맹한 것을 좋아하기는 나보다 낫지만 사리(事理)를 분간할 줄 모른다.’” 이 부분의 뜻과 해설은 「자한」 편의 “선생님께서는 동방의 여러 종족 사이에 사시기를 원하였다. 어떤 사람이, ‘누추할 터인데 어떻게 하시렵니까?’ 하고 말씀드렸다.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군자가 사는데 무슨 누추한 게 있겠느냐?’”는 부분과 일부 연관이 있다. 그래서 「공야장」 편의 말을 해설하면서 동시에 「자한」 편의 연관 있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도록 해놓았다. 이를 통해 독자들은 『논어』 전체에 담긴 메시지를 좀 더 유기적으로 이해할 수 있다.
『논어』는 어려우리라는 편견과 달리 생각보다 이해하기 쉬운 명구들로 되어 있다. 또한 공자와 그의 문인들의 언행은 다분히 철학적이면서도 또한 자신의 수양과 처세에 관해 깊은 가르침을 주고 있다. 『논어』의 이러한 면은 여러 장에서 잘 드러난다. 『논어』 「학이」 편을 보면 “남이 자기를 알아주지 않는 것을 근심할 게 아니라 남을 알아보지 못함을 근심할 것이다”라는 말이 나온다. 어떻게 해서든 남들이 자기를 알아봐 주기를 바라는 현대인들에게 무척이나 의미심장한 말이 아닐 수 없다. 「위정」 편에 나오는 “군자는 보편적(普遍的)이고 편당적(偏黨的)이 아니다. 소인(小人)은 편당적이고 보편적이 아니다”라는 말도 오늘날 서로의 목소리만 내세우고 자기 편만 챙기는 세태에 깊은 울림으로 다가오는 명구다. 그 밖에도 “자기의 마음을 살펴보고 흠잡을 데가 없으면 대체 무엇을 근심하고 무엇을 두려워하겠느냐?(「안연」)”, “선한 사람을 보고는 그와 같아지기를 생각하고, 악한 사람을 보고는 안으로 자기를 돌아볼 것이다(「이인」)”처럼 지금까지의 자신을 돌아다보고, 앞으로 추구해야 할 자신을 바라보게 만드는 깊은 지혜와 성찰들을 만날 수 있다.
오늘날 동양 고전 중에서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을 한 가지만 꼽는다면 『논어』가 빠질 수가 없다. 특히나 이번 개정판은 학문적인 해설로 묵직한 느낌을 주는 기존의 『논어』와 달리 가볍게 접근할 수 있는 해설들과 편안한 번역이 돋보인다.
열다섯 살에 학문에 뜻을 두고, 서른 살에 학문의 기초를 확립하고
마흔이 되어서는 판단에 혼란을 일으키지 않았다
나이가 마흔이 되어서도 미움을 받으면 그야말로 마지막이다
중국 송나라 때의 유교 철학자였던 정자(程子)는 『논어』를 가리켜 “『논어』를 읽는데, 다 읽고 나서도 전혀 아무렇지도 않은 사람이 있고, 다 읽고 나서 그 가운데 한두 구(句)를 얻고 기뻐하는 사람이 있고, 다 읽고 나서 그것을 좋아할 줄 알게 되는 사람이 있고, 다 읽고 나서 그냥 손이 덩실거리고 발이 들먹거리는 것도 모르는 사람이 있다”고 말한 바 있다. 그만큼 공자와 그의 제자들 언행이 기록되어 있는 『논어』가 오랫동안 여러 사람들에게 지대한 영향을 미쳐왔음을 알 수 있다. 또 정자는 『논어』를 가리켜 “요새 사람들은 책을 읽을 줄 모른다. 만약에 『논어』를 읽어서, 읽지 않았을 때에 그러그러한 사람이 다 읽고 나서도 또 단지 그러그러한 사람이라면 그것은 읽지 않은 것이다”라고 말하며 『논어』에 담긴 힘을 극찬한 바 있다.
사실 『논어』는 공자와 그의 문인들의 언행에서 단편적인 기록들을 정리한 것으로, 인간적인 문제만을 다룬 글들이어서 읽는 데 큰 부담이 없다. 따라서 유난히 바쁘고 성급한 현대인에게는 아주 적합한 읽을거리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논어』는 모두 평이하고 당연하면서도 무한한 힘을 지니고 깊이 파고드는 말들로 채워져 있다. 어려운 철학 용어가 등장하는 대신 계속 되새김질하게 만드는 말들이 많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 춘추 전국 시대를 살아갔던 현인들이 고민하고 답을 찾던 실생활의 문제들도 고스란히 담겨 있어 오늘날에도 우리들에게 필요한 처세서로서의 면모도 지닌다. 이처럼 철학적인 깊이와 처세적인 실용적인 측면 모두를 갖춘 『논어』는 읽는 내내 자신과 자신의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을 지닌 명저다.
저자
공자
이름은 구(丘), 자는 중니(仲尼)로, 노나라 사람이다. 중국 춘추 시대 말기의 위대한 사상가이면서 교육가이고, 유가학파의 창시자이다. 노나라 창평향 추읍에서 태어난 공자는 어려서 부친을 잃어 늘 궁핍한 생활을 했고, 장성하여 한때는 위리(委吏)라는 창고지기와 가축을 기르는 승전(乘田)이라는 직책을 맡기도 했다. 30세부터 제자를 받아 가르치기 시작했는데, 안로(顔路), 자로(子路), 백우(伯牛), 자공(子貢), 안연(顔淵) 등의 여러 제자를 길러냈다. 소공 25년에 노나라에서 내란이 일어나자 제나라로 갔으나 거기서도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지 못하고 다시 노나라로 돌아와 양화(陽貨)가 쫓겨나자 중도(中都)의 재(宰)로 임명되었다가 사공(司空)을 거쳐 마침내 대사구(大司寇)에 임명되었다. 그러나 대사구에 임명되고 얼
마 후 계환자가 정치를 돌보지 않자 공자는 안회와 자로, 자공, 염유 등의 제자를 데리고 노나라를 떠나 약 12년 동안 천하를 떠돌았다. 공자가 노나라에 돌아온 후, 노나라 사람들로부터 “국로(國老)”라고 존경을 받았지만 결국 등용되지는 못했다. 말년에는 교육과 고대 문헌 정리에 힘썼다.
역자
차주환
강원도 영월 출생. 서울대학교 문리대학 중문과 졸업. 동 대학원 수료. 미국 하버드대학교, 중국 중앙연구원에서 연구. 서울대학교 교수 역임. 옮긴 책으로 『중국 문화사 총론』, 『동양의 지혜』, 『사십자술(四十自述)』, 『시화와 만록』 외 다수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