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적 직관과 실증적 사고방식 및 격조 높은 문장으로 20세기 서구 문화에 하나의 최고의 표현이라 일컬어지는 발레리의 시문집. 명확한 용어, 엄밀한 사유, 단정한 기법, 견고한 구성에 의하여 음악적·건축적 조화를 보여 주고 있는 「테스트 씨」, 「바다의 묘지」, 「젊은 파르크」 들을 비롯해서 발레리의 대표적 시론의 하나인 「시와 추상적인 생각」, 가극 대본 「나르시스 칸타타」를 싣고 있다.
「테스트 씨」에서 가공의 인물 테스트 씨는 세상의 덧없는 야단법석(잡음) 속에서도 끄떡없는 ‘명석의 보금자리’를 자신 속에 간직하려고 애쓰는 ‘지성의 고행자’로 그려져 있다. “마침내 나는 테스트 씨가 우리는 모르는 정신의 법칙들을 찾아내기에 이르렀다고 믿었다. 분명 그는 이 탐구에 여러 해를 바쳤을 것이 틀림없다. 자기가 찾아낸 것들을 무르익혀 자신의 본능으로 만드는 데에는 더 많은 해들이 소요되었을 것은 더욱 틀림없는 사실이다……그래서 나는 그가 자기 생각의 지배자임을 깨달았다.”
「젊은 파르크」는 의식과 무의식, 존재와 비존재, 영과 육의 관계 등등의 발레리적인 테마 모두가 파르크라는 ?처녀의 밤중에서 새벽에 이르는 의식의 흐름을 무대 삼아 펼쳐지고 있다. 시를 사회 언어의 굴레에서 풀어내어 순수 음악의 경지로 끌어올린 이 시편은 그의 지적 방법의 훈련 및 적용의 소산이다. 이 시는 프랑스에 꽃핀 상징시의 절창으로 일컬어진다.
한국 독자에게 잘 알려진 시 「바다의 묘지」는 인간 조건에 대한 강렬한 명상이 펼쳐지는 걸작이다. 묘지를 배경으로 죽음에 대한 명상을 펼치고 있으며, 존재함과 존재하지 않음, 살아 있는 사람과 죽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게 한다.
옥스퍼드 대학에서 진행한 강연으로 발레리의 대표적 시론의 하나인 「시와 추상적인 생각」가 들어 있다. 시란 무엇인가, 시는 어떻게 태어나는가 등을 논한 이 글은 발레리의 시 세계와 사상을 알 수 있는 길잡이가 되고 있다. 또한 1939년에 발표되었다가 1941년1월호 <새 프랑스지>에 다시 수록된 가극 대본 「나르시스 칸타타」를 통해서 발레리의 독특한 작품 세계를 볼 수 있다.
※ 1999년 『발레리 선집』이라는 제목으로 발행되었던 책의 신판입니다.
저자
폴 발레리
역자
박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