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보다 세탁소 주인에게 다정한 그 사람
바닥에 떨어진 양말 한 켤레로 목소리를 높이는 나
어쩌다 사랑에 빠졌는지 기억나지 않을 때
가깝고도 먼 사람 때문에 힘들 때 꼭 봐야 할 책
이미 결혼한 사람이 먼저 보고, 결혼을 앞둔 사람에게 강추하는 책
“말도 안 돼, 우리가 이렇게 다르다니”
30년 경력의 관계 치료의 거장이 말하는 결혼할 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따로 또 같이’ 잘 사는 법
“제짝이 있다고 생각한다.”
“예전엔 매력적이거나 재밌었던 파트너의 어떤 점들이 점점 짜증스럽다.”
“오래 지속되는 사랑은 불가능하다고 생각한다.”
“똑같은 문제를 놓고 지겹도록 싸운다.”
“사랑만 있으면 된다고 생각한다.”
진짜 제대로 된 애정 관계는, 사랑의 묘약이 그 힘을 잃은 후, 문제점투성이인 한 인간이 결점투성이인 다른 인간을 사랑하는 험난한 과정에 뛰어드는 그 순간에 비로소 시작된다.
베테랑 커플 심리 치료사인 지은이는 결합, 의심과 부정, 환멸, 결단, 진심을 다하는 사랑이라는 다섯 가지 본질적 단계를 통해 로맨틱한 관계를 위한 획기적 모델을 소개하며 영원한 사랑을 향해 항해하도록 길잡이가 되어 준다. 독자들에게 현재 자신이 관계의 사이클에서 어디쯤 와 있는지 눈뜨게 해주는 동시에, 심지어 힘겨운 시련 속에서도 행복하고 헌신적인 관계를 지키는 요령을 터득할 확실한 방법을 알려 준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우리는 사랑에 빠진 두 사람이 온갖 역경 속에서도 처음 느낀 격렬한 감정을 계속 유지하려고 애쓰는 모습을 자주 볼 수 있다. 과연 이게 가능한 일일까? 사실 애정관계는 시간이 가면서 양상이 바뀌는 특성이 있으므로, 현실적인 이야기라고는 할 수 없다. 실제로 우리 대부분은 사랑하는 상대방과 일상생활을 공유하기 시작하면서 많이 실망하고, 어쩔 수 없이 환상이 깨지는 상황을 맞게 된다. 하지만 그 난관을 깨칠 수 있는 방법은 분명히 있다.
“이 책은 책장을 넘기다 보면 누구나 공감을 느끼지 않을 수 없는 책이다.
누구든 어느 대목에선가 꼭 내 얘기처럼 느껴진다.”
생동감 있고 현실적인 사례를 통해서 격한 공감을 이끌어 내는 남녀 관계 수업의 진리
잘 되는 커플이 되기 위한 여섯 가지 필수 스킬의 하나 “마음을 열고 들어 주기”를 살펴보자. 초반의 얼어붙거나 도망치거나 싸우려는 경향을 이겨 내는 요령을 터득하면 사소한 일로 괜히 복잡해질 일은 없어진다. 마트에 들르는 걸 깜빡한 사례를 예로 든다면, 정신과 감정을 어느 정도 조절함으로써 “미안해, 깜빡했네”와 같은 말로 대꾸한 뒤 지금이라도 마트에 갔다 오겠다는 식으로 대응하는 것도 괜찮다. 그러면 상대 파트너는 대개 실망감을 마음에 새겨 두긴 할 테지만 일단 자기 말을 성의껏 들어 준다는 느낌이 들면 “괜찮아, 오늘 힘든 하루였다며”와 같은 식으로 대꾸해 준다. 혹은 다시 나가서 계란을 사오겠다는 것에 고마워할 수도 있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정당화된 분노
커플들에게 흔한 일곱 가지 일상적 문제 가운데 한 가지, “정당화된 분노”를 알 수 있는 아래 사례를 살펴보자. 싸움은 사소한 데에서 시작한다.
최근 동네에 너구리가 나타나니 피해 없게 조심하라고 일러 주었다. 도나는 걱정되었지만 존은 너구리가 들어오지 못하게 시설을 다시 손보겠다며 그녀를 안심시켰다. 하지만 그 후 일이 바빠 너구리 침입 예방 프로젝트는 미뤄졌다. 그렇게 몇 주일 흐르는 동안 도나는 존에게 너구리 침입 예방 작업을 어서 하라고 다그쳤다. 심지어 다른 사람을 불러서 시키자는 말까지 했다. “이래라 저래라 좀 하지 마. 내가 알아서 할 테니까.” 존은 짜증을 냈다. 도나는 더 이상 토를 달지 않았지만 자꾸 꾸물거리는 존에게 화가 났다. 화가 나서 최악의 시나리오가 일어나면 두고 보자며 별렀다. 일주일 뒤, 그녀가 잠에서 깨보니 뒤뜰이 엉망이 되어 있었다. 백합은 뽑혀 나가고 죽은 물고기가 여기저기 내팽개쳐져 있고 연못 테두리는 군데군데 구멍이 뚫린 데다 연못물이 거의 다 빠지고 없었다. 그녀는 슬프고 무서웠지만 존을 깨워 이런 사실을 알리려고 서둘러 집 안으로 들어가는 사이 정당화된 분노가 솟구쳤다. 도나는 결국 자기가 옳았다는 생각에 흥분된 나머지 흡족감에 마음이 들뜰 지경이었다. “그것 봐. 내가 뭐랬어?” 그녀는 존에게 으스대며 말했다. 도나의 반응은 많은 사람이 빠지는 그런 함정의 사례다.
“제가 잘못된 거죠.” 진심을 다하는 사랑의 장벽
진심을 다하는 사랑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장애물은 무엇일까? 상호 의존, 사랑 중독, 닫힌 마음, 반쪽 마음의 사랑, 개인사 등이 있다. 개인사의 경우를 살펴보자. 어린 시절에 대해 거짓으로 꾸미거나 일부분만 편향적으로 이야기하는 것이 해당된다. 이런 경우에는 자기 자신과 남들에게 이렇게 왜곡된 이야기를 할 때마다 그 이야기를 점점 더 그럴듯하게 보강시킨다. 아래의 사례를 보자.
스티브는 나에게 처음 상담 치료를 받으러 왔을 때 고립감과 자기 부적절감이 아슬아슬한 지경에 치달아 있었다. 그의 아내인 스테파니는 스티브 같은 폐쇄적이고 마음을 안 주는 사람하고 사느니 혼자 사는 편이 낫겠다며, 별거를 고민 중이었다. 스티브는 수치심에 시달리기도 했다. 이 수치심의 근원은 자신이나 자신이 자랐던 가족의 이미지에 대한 깊은 혐오감이었다. 학대를 당하는 대부분의 아이들이 그렇듯, 그 역시 자신이 그런 학대를 받은 것은 자신에게 근본적인 잘못이 있어서라는 결론을 오래전부터 갖게 되었다. 한번은 내 앞에서 불쑥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제가 잘못된 거죠.”
5단계 사랑의 주기, 단계별 문제점과 해결책, 숨겨진 보상 찾기
열정은 예외 없이 꺼지기 마련이라거나, 인간은 쉽게 ‘권태기’에 빠진다거나, 신혼의 달콤함은 현실이 끼어들면 끝나 버린다는 둥의 개념은 판에 박힌 진부한 말이지만 뼈저린 진실이 담겨 있다. 하지만 열정이 시들해질 수밖에 없다고 해서 오래가는 사랑을 누릴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의심과 부정의 단계를 포함한 러브 사이클은 친밀함이 소멸되는 징후라기보다 진정한 친밀함으로 다가가는 한 부분이다.
관계가 진전되는 과정에서 각 파트너는 다섯 단계의 러브 사이클을 거치게 마련이다. 즉 파트너 모두가 새로운 관계 속에서 경이로움과 기쁨에 푹 빠져 있는 결합 단계, 이성적인 사고가 상대 파트너의 단점을 지적해 내려고 드는 의심과 부정의 단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환멸 단계, 파트너들이 완벽하지 못한 파트너에 대한 현실을 받아들이고 미래를 결정해야 하는 결단의 단계, 두 파트너가 관계 향상을 위해 노력하며 관계가 가져다주는 기쁨은 물론 차이까지도 포용하기로 마음먹는 진심을 다하는 사랑의 단계를 거치게 된다. 이 단계들을 상호 연관성이 높은 틀 속에서 설명해 주고 있다.
지난 30년 이상 직접 상담하면서 만난 사람들의 이야기를 통해, 실제 생활에서 이 각각의 단계에서 벌어지는 문제와 해결책을 소개한다. 사랑의 5단계는 한 번 지나간 후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 구조가 아니다. 장기간 관계가 유지되는 경우 이전에 지나온 단계에 다시 진입할 수도 있다. 필자는 각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하는 지점을 콕 찍어서 알려주고, 단계별로 숨겨진 사랑의 선물을 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다.
초반의 황홀한 결합 단계 뒤에 이어지는 단계들을 용기 있게 헤쳐 나가다 보면 마침내 ‘진정으로 친밀한 관계’라는 해안에 다다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이때는 환멸과 결단이라는 사나운 파도를 뚫고 나가려는 의지도 중요하지만, 진심을 다하는 사랑의 보상이자 전제조건인 내면적 자기계발을 받아들일 줄 아는 능력 역시 중요하다. 최고의 자아를 끌어내는 것과, 솔직하고 기쁜 마음으로 그 자아를 함께 나누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며 그 실현법을 일러 주고 있다.
“맞아요. 같이 놀려고 떠났죠!” 제이슨이 맞장구쳤다. 그러더니 냉소적이고 경멸적인 말투로 말을 이었다. “그런데 10일 동안 멜리사가 뭘 했는지 아세요? 로맨스 소설이나 읽고 풀장에 나가 앉아 있었죠. 제가 같이 좀 놀자고 사정했는데도요. ‘골프 치러 가자. 아니면 같이 수영할까? 풀장이든 바다든 당신이 선택해.’ 이렇게 얘기했다고요.” 그는 정떨어진다는 듯 코웃음을 치며 말을 계속했다. “점심 먹고 나서 방으로 돌아가 사랑을 나누자는 얘기는 아예 꺼내지도 못하겠더라고요. 정말 아무것도 안 했어요. 테라스 라운지에 콕 붙어서 꼼짝도 안 하려 들었으니까요. 그것뿐인 줄 아세요? 멜리사가 늦게 일어나서 저는 아침도 혼자 먹었어요. 저녁을 먹으면서는 말도 거의 안 했고요. 재충전하러 갔다가 그게 뭐냐고요!”
멜리사는 분노로 주먹을 꽉 쥔 채 몸을 틀어 남편을 쳐다봤다. “말 한번 잘했어, 제이슨. 나야말로 하와이에 ‘큰 기대를 하고’ 떠났다가 집에서 다른 식구들 뒤치다꺼리만 할 때보다 더 압박감을 느꼈다고. 내가 평소에 어떤 기분인지 알아? 내 일도 포기한 채 집에 눌러앉아 애들을 돌보다 보면 가끔씩 나 자신을 완전히 잃어버린 느낌이 들어. 축구 시합이다 수영 대회다 이런저런 일에 아이들을 데려다주는 무슨 매니저나 운전사밖에 안 되는 것 같다고.” 그녀는 들리도록 길게 숨을 내쉬었다가 말을 이었다. “당신이 나한테 신경이라도 써준 적 있어? 정다운 말 한마디 건네는 법 없이 이거 해줘라 저거 해줘라, 그런 말뿐이잖아.”
안타까운 일이지만 나는 이런 식의 휴가 이야기를 너무 자주 듣는다. 여러 부부들이 잡지, TV 프로그램, 선의로 말해 주는 친구, 심지어 상담사를 통해 제이슨이 어딘가에서 읽었다는 그런 식의 조언을 얻는다. 시들해진 불꽃에 다시 불을 붙이려면 데이트든 주말 나들이든, 아니면 며칠간의 긴 휴가든 같이 놀러 다녀오는 것이야말로 가장 확실한 방법이라는. 하지만 재밌게 놀기란 우리가 상상하는 것보다 더 까다로운 부부 관계 지원 수단이다.
이 장벽 뒤에 놓인 문제는 부부가 놀러 갈 생각을 하기 전에 처리하고 해결했어야 할 문제였다. 멜리사는 자신의 삶을 다시 돌아보며 전업 주부로 생활하기로 한 결정이 아직도 감수할 만한 결정으로 여겨지는지 판단했어야 했다. 부부는 책임 분담에 대해 새롭게 합의하는 한편, 멜리사가 가슴속에 품은 원망이나 제이슨이 아내와의 사이에서 느끼는 거리감을 함께 살펴봐야 했다.
-본문 중에서
우리의 파트너 선택에는 두 가지 요소가 관여된다. 심리학적 이유에 따라 우리는 오래된 상처의 치료에 도움이 되어줄 만한 사람에게 끌린다. 한편 생물학적 이유에 따라 어떤 사람에게 마음이 끌릴지를 완전히 통제하지 못하기도 한다. 선택 과정에서 이렇게 제한된 통제력을 가지고 있다면 파트너를 현명하게 고르는 것 같은 일이 가능할까? 물론, 가능하다. 어느 정도까지는.
-본문 중에서
사랑하는 이의 살아온 내력, 성실성, 자의식 정도에 주의를 기울여보는 것도 그 한 가지 선택방법이다. 과거의 연인과 파트너에 대해 어떤 식으로 얘길 하는가? 잘 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책임을 선뜻 인정하는가, 아니면 언제나 다른 누군가의 잘못을 탓하는가? 가족들과의 관계는 어떤 편인가?(아무 문제가 없는 것도 문제투성이인 것도 모두 ‘문제’가 됨) 행복하게 오래 이어지는 관계에서 가장 중요한 요소는 갈등에 대한 책임을 지면서 사과하고 화해할 줄 아는 능력이다.
-본문 중에서
내가 여는 러브 사이클 워크숍에서는 이런 반응을 ‘80-20’으로 부르는데, 이것은 괴로운 정도가 20퍼센트쯤이면 될 듯한데 100퍼센트의 고통을 겪는 상황을 가리킨다. 적절한 20퍼센트의 반응을 넘어서서 80퍼센트의 반응이 더 벌어진 이유는 개인사의 어디쯤에선가 발견되곤 한다. 이런 역학을 ‘정서적 알레르기’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문 중에서
진심을 다하려면 먼저 인정해야 한다. 그 경지에 완전히 도달하지는 못한다는 사실을, 다리를 건너가 마침내 ‘그곳에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님을 받아들여야 한다. 역설적이게도 그것이 바로 완전함을 이루는 길이다. 즉, 완벽함은 우리의 능력이 미치지 못하는 영역임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일상에서 사랑을 실천한다면 우리는 그 보답으로, 매 순간을 더 완전히 살아가며 삶의 전반에 걸쳐 온 마음을 다해 스스로에게 마음을 열 수 있게 된다. 성장을 가져다주는 사랑이 진짜 사랑이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