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자가 공부의 첫걸음으로 생각한 가장 중요한 경전
솔직하고 자연스런 정감을 노래한 문학이자
생활의 예지와 양식이 담긴 『시경』의 완역 주해서
문화인류학, 민족학, 민속학 등의 새로운 관점 수록
“시를 배우지 않으면 더불어 할 말이 없느니라.”
-『논어·계씨(論語· 季氏)』
희노애락애오욕의 보편적인 감정 세계를
진실하게 전해주고 있는 시가 문학의 원천
『시경(詩經) 』은 유교(儒敎)의 대표적인 경전이다. 민간의 가요[풍(風)]와 조정 연회에서 사용되었던 악장(樂章)[소아(小雅)・대아(大雅)]과 묘당(廟堂)에서 제사 지낼 때 사용되었던 전례(典禮) 음악[송(頌)] 등을 모아 놓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詩歌集)이다. 모두 305편으로, 지금으로부터 약 2천5백 년 전 내지 3천 년 전, 곧 기원전(BC) 11세기 주(周)나라 건국 초기로부터 기원전 6세기의 동주(東周), 즉 춘추(春秋) 중엽에 이르는 약 5백여 년간에 걸쳐 이루어진 작품들이다. 주대(周代) 사회의 생활환경과 생활 방식 및 의식 형태를 기록하여 그 당시 사람들의 희노애락애오욕(喜怒哀樂愛惡慾)의 감정세계를 진실하게 전해 주고 있다. 그뿐만 아니라 문학과 언어학과 역사 및 문화학의 다양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시가들의 지은이는 전해지지 않는다. 시가들 대부분은 사대부(士大夫)가 지은 것이고, 일부분은 군왕(君王)과 공경대부(公卿大夫)들이 지은 것도 있으며 진정한 민간 가요는 매우 적다고 생각된다. 『시경』 속에서 작자의 이름을 밝힌 것은 네 편뿐이다.
이러한 시들을 정리한 공자(孔子)는 『시경』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가진 것은 물론 그 효능과 가치를 높게 평가하였다. 또한 완전히 『시경』을 편찬하지는 않았을지는 모르지만, 지금 우리가 보는 『시경』과 같은 체재로 정리하였다. 공자가 『시경』을 가장 중요한 교과서로 내세운 본뜻은, 다양한 사람들의 솔직하면서도 함축된 서정이나 다양한 시대와 사회의 여러 모습들 및 자연과의 친밀성 등을 읽고 느낌으로써 사람들로 하여금 스스로의 정서와 의지를 확충하여 인간의 참모습을 이해하고 올바른 인간관을 갖도록 함에 있었을 것이다.
문화인류학, 민족학, 민속학 등의 새로운 관점 수록
시경 연구가 정상홍의 번역과 주해, 보기 편한 원문과 번역문 배치
『시경』은 중국에서 가장 오래된 시가집(詩歌集)이며, 그 속에는 다양한 내용과 형식의 시가들이 있다. 그 내용과 형식은 대체로 지금으로부터 약 3천여 년 전인 주나라 초기에서 춘추전국(春秋戰國) 시기에 이르는 기간에 수집되고 정리되었지만 그 이전부터 오랜 세월 동안 축적되어 온 그 지역 초기 인류들의 삶의 방식과 문화 전통 등이 반영되어 있다고 본다. 중국의 많은 고서(古書)에서는 『시경』 이전에도 적지 않은 시가들이 있었음을 보여주고 있는데 그 작품 자체의 진위는 물론 출현 배경도 비록 다 믿을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당시 사회의 한 단면이나 심리 및 의식 구조를 이해하는 데에는 도움이 되며, 또한 이들을 통해 『시경』 시들의 발생학적 연원과 과정을 살펴볼 수 있다.
고려 말에 주자학(朱子學)이 전래된 이후 조선시대는 주자학이 독주횡행(獨走橫行)하면서 지금까지 우리에게 『시경』 해석 틀은 한 가지뿐이었다. 절대 권위였다. 시 해석에서 한 가지를 고집하기에는 『시경』의 역사가 이미 너무 오래되었다. 그래서 이 책은 『시집전(詩集傳)』의 해석을 바탕으로 하고 그 이후 새롭게 제시된 견해들을 다각도로 참조하기로 하였다. 기존의 해석을 인용하더라도 주(注)와 해설에서는 새로운 해석을 추가하였다. 20세기 초 중국에서 발표된 논문들부터 최근에 이르기까지 그 수많은 내용을 가능한 범위 내에서 읽고 좋은 내용은 반드시 본문 속에 반영하려고 했다. 특히 『시경』 시대 이전의 원시종교의 흔적이 『시경』에 잔재(殘在)해 있다는 판단 하에 주술가(呪術歌)나 토템가 및 성 충동(性衝動)과 애정시 등을 중시하여 기술하였다. 『시경』이라는 시가집 속의 작품들에 그 이전 시기의 종교 관념들을 비롯한 원시 문화의 요소가 ‘잔재’해 있을 것이고, 우리는 다양한 문화인류학 또는 민족학의 방법을 통해서 그것들을 희미하게나마 느껴 보거나 어느 정도 해독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20세기 『시경』연구의 새로운 방향들도 살펴보았다. 정통 고전적 방법과 체계적인 학습을 통해 『시경』에 접근한 것은 아니다. 민속학·사회학·문화인류학 등의 방법으로 시경을 연구한 저서들을 통해 새로운 『시경』 읽기를 하였다.
지금 전하는 『시경』에는 모두 311편의 시가 실려 있으며, 이들은 「풍(風)」․「아(雅)」․「송(頌)」의 세 부분으로 나누어진다. 「송(頌)」은 종묘에서 제사 지내는 것이고, 「아(雅)」는 당시의 정치를 찬미하거나 풍자한 것이며, 「풍(風)」은 성정(性情)을 읊은 것이다. 이 모두는 주(周) 왕조의 사회와 정치와 도덕과 풍속 등을 반영하고 있다. 「풍(風)」에는 160편, 「아(雅)」는 다시 「소아(小雅)」와 「대아(大雅)」로 나누어지며 「소아」 80편, 「대아」 31편이 있고, 「송(頌)」에는 「주송(周頌)」 31편, 「노송(魯頌)」 4편, 「상송(商頌)」 5편이 있다. 「소아」에는 제목은 있지만 그 가사가 없는 시가 6편이 있는데, 그 가사가 없어졌다고도 하고 본래부터 소리는 있었지만 가사가 없었다고도 한다. 이들 6편을 ‘생시(笙詩)’ 또는 ‘금곡(琴曲)’이라고도 하는데, 그래서 『시경(詩經)』에는 실제로 305편의 시가 있는 셈이다.
* 이 책은 고전의 현대적 접근을 표방하여 기획된 《을유세계사상고전》시리즈 중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