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분야에 칼 세이건이 있다면, 역사 분야에 윌 듀런트가 있다.”
『문명 이야기』시리즈를 결산한 퓰리처상 수상자 윌 듀런트의 정수
“우리는 주권을 갖게 되면 자신을 지적으로 만들기를 잊어버린다.”
-『역사의 교훈』 중에서
“현재는 행동하기 위해 모습을 드러낸 과거이며,
과거는 이해를 위해 펼쳐 놓은 현재다.”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의 윌 듀런트의 역사에 대한 결산서
츨간 후 수십 년간 사랑받는 역사 분야 스테디셀러
『철학 이야기』, 『문명 이야기』로 명성을 얻은 20세기를 대표하는 미국의 문명사학자이자 철학자인 윌 듀런트의 통찰이 오롯이 담긴 현대의 고전이다. 듀런트가 자신의 아내 아리엘과 함께 집필한 책으로, 『문명 이야기』시리즈를 집필하고 재검토하면서 얻은 역사의 교훈과 그 깨달음을 적었다. 현재의 상황, 미래의 개연성, 인간의 본성, 국가의 행동 지침 등을 밝혀 줄 만한 논급이나 사건들을 기록하고 정리해서 펴낸 것이다. 실제로 역사를 설명하는 데 있어서 지리, 생물학, 인종, 도덕, 종교, 경제, 정부, 전쟁 등의 여러 요소를 상호 관련시킴으로써 총체적 이해를 시도하고 있다. 윌 듀런트와 아리엘 듀런트는 1968년 퓰리처상을 수상했고, 1977년 대통령 자유 메달을 받았다. 윌 듀런트의 작품 『역사 속의 영웅들』과 『문명 이야기』 중 제5권 『르네상스』를 우리말로 옮긴 안인희 씨가 원전에 근거한 충실한 번역은 물론, 친절한 역주까지 덧붙여 독자의 이해를 도왔다. 원제는 The Lessons of History(1968).
지은이는 “1789년까지를 다룬 『문명 이야기』를 끝낸 다음 누락된 부분과, 사실의 오류 또는 인쇄 과정에 나타난 오류들을 수정해 개정판을 낼 생각에서 이 10권의 책을 다시 읽었다. 그 과정에서 오늘날의 사건과 미래에 일어날 가능성이 큰 것들을 밝혀 주는 사건 및 논평들, 인간의 본성과 국가의 행동을 잘 설명해 주는 사건 및 논평들을 메모했다”고 밝힌다. 그러니까 이 책은 『문명 이야기』시리즈의 거의 마지막 단계에 이루어진 일종의 중간 점검인 셈이다. 중간 점검이라고는 해도 출간 시점에 윌 듀런트의 나이가 80대, 아리엘의 나이가 70대이니, 이들은 이미 현세를 넘어 넉넉히 후세를 내다보고 있을 때였다. 그래서 이 책은 어느 정도는 방대한 역사 관찰을 꿰뚫고 있는 핵심 관점이요, 어느 정도는 반성이며, 결산이다.
최근 역사 분야의 도서들은 대부분 생활사나 문화사를 다룬 것들이 많다. 그러나 역사의 전체적인 흐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큰 밑그림을 그려보는 것이 중요하다. 이에 필요한 역사와 인간에 대한 질문을 다시 하게 만드는 것이 이 책의 묘미다.
지리와 환경은 문명과 역사와 어떤 관계인가? 역사의 생물학적 교훈은 무엇인가? 문명은 종족과 혈통에 좌우되는가? 인간의 기질과 성격이 역사에 어떻게 영향을 주었나? 인간의 본성은 역사가 경과하는 동안 얼마나 많이 변했는가? 도덕은 정말 따라야 하는가, 도덕적 해이가 정말 있는 걸까? 종교는 가난한 사람이 부자를 죽이는 것을 막아 주었다? 역사는 활동 중인 경제다, 불평등의 기원은 무엇이며 불평등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사회주의의 역사는 생각보다 길다? 왜 민주주의는 정치 체제 중에서 가장 힘들까? 전쟁은 왜 사라지지 않을까? 문명의 성장과 쇠퇴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이 책에 딱히 ‘역사 철학’이라는 말을 붙이기는 어딘지 어울리지 않는다. 개념 정의가 그렇게 엄밀하지 않을뿐더러, 역사 철학의 통상적인 관찰 방식에서도 슬쩍 벗어나 있다. 하지만 이렇게 엄격한 학문의 길을 따르지 않는다는 점이야말로 듀런트 부부의 책이 갖는 매력이다. 즐거운 철학자였던 두 사람은 이 책에서도 어두운 전망 뒤로 자주 희망의 빛이 스며들게 하고, 슬며시 웃음 짓게 만드는 재치를 선보인다.
예컨대, “생명의 연장이 환경에 대한 더 나은 통제를 알려 주는 것이라면, 사망률 표는 인간의 발전을 선포한다. 유럽인과 미국 백인의 수명은 지난 300년 동안 세 배가 되었기 때문이다. 얼마 전 장의사협회에서, 인간이 죽음과 만나는 순간이 자꾸 늦어지면서 자기들의 영업이 위협을 받는 문제가 논의되었다. 하지만 장의사가 힘들다면 진보는 현실이다”라고 익살맞게 말한다.
고개가 절로 끄덕여지는 윌 듀런트의 ‘즐거운’ 통찰 몇 가지를 들어 보자.
“인간의 본성은 지질학의 속도로 바뀌는데 역사가 터무니없이 짧으니, 예컨대 개별 인간의 행동 방식이나 능력이 정말로 진화하느냐를 역사에서 관찰할 수는 없다”고 한다. 오늘날의 프랑스 사람이나 고대 플라톤 시대의 그리스 사람이나 행동 방식에는 별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2천 년이 훨씬 넘는 기간이지만 이 기간에 인간의 진화는 주로 사회적 차원에서만 논의될 수 있는 정도이다. 수단과 도구는 변했으나 동기와 목적은 여전히 동일하다는 것이다.
민주주의에 대한 언급은 지금 우리의 현실을 돌아보게 된다. “민주주의는 모든 통치 형태 중에서 가장 힘든 것이다. 가장 광범위한 지성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주권을 갖게 되면 자신을 지적으로 만들기를 잊어버린다. 교육이 널리 보급되어 있지만, 단순한 사람들의 번식력으로 인해 지성은 항구적으로 미루어진다.”
부는 집중되게 마련이지만 정부가 부의 분배를 제대로 하지 못하면, 폭동이나 내전, 또는 혁명을 불러오게 된다. 부의 현명한 재분배가 이루어지지 않으면, 가난을 재분배하는 혁명이 일어난다는 관찰은 오늘 우리에게도 매우 강력한 경고이다. “우리의 자유의 경제가 부를 만들어 낸 만큼이나 유능하게 부를 분배하지 못한다면, 모든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안전을 약속할 줄 아는 누구에게든 독재로 이르는 길이 열려 있는 셈이다. 그리고 무엇이 되었든 매혹적인 구호를 내걸고, 전쟁 정부가 민주 세계를 둘러쌀 것이다.”
성장의 원천을 짚어보면서 문명의 쇠퇴가 우울한 그림은 아니라고 말한다. 인간의 소중한 성과들은 국가들의 흥망성쇠에 따르는 온갖 일을 견디고 살아남는다고 강조한다. 예컨대 불과 빛, 바퀴와 다른 기본 연장들. 언어, 글쓰기, 예술, 노래. 농업, 가정, 자식 보살피기. 사회 조직, 도덕, 자비. 그리고 가족과 종족의 이야기를 전파하여 가르침에 쓰기. 이들은 문명의 요소이자 인간 역사의 결합 조직이며, 위험한 통로를 통해 한 문명에서 다른 문명으로 넘어가면서 끈질기게 전달된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