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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리어스

Curious - The Desire to Know and Why Your Future Depend on it

이언 레슬리 , 김승진

316쪽, 152*224, 13,000원

2014년 07월 25일

ISBN. 978-89-324-7239-3

이 도서의 판매처

정보 사디스트 히치콕과 여우도치 다윈이 사라진 시대

오늘날 스마트해서 더 바보스러워진 우리들의 이야기

 

인터넷이 발달한 오늘날은 호기심을 추구하기에 더할 나위 없는 환경이다. 호기심이 생기는 주제를 검색어로 입력만 하면 된다. 스마트폰의 발달은 이러한 호기심 추구에 공간적인 제약마저도 없앴다. 하지만 저자는 오늘날 호기심을 쉽게 충족시키는 기술의 발달이 오히려 호기심을 죽이는 결과를 가져왔다고 말한다. 그것은 호기심을 추구하는 접근 방법이 미스터리 접근법에서 수수께끼 접근법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수수께끼’ 접근법은 무엇, 어디, 얼마나 등을 묻는 방법이고, ‘미스터리’ 접근법은 왜, 어떻게 해서 등을 묻는 방법이다. 항상 질문에 어울리는 답을 가지고 있는 수수께끼에 비해 미스터리는 해답이란 것이 분명하지 않기 때문에 해석의 폭이 넓어진다. 하지만 구글로 대표되는 검색 엔진의 발달은 모든 미스터리적인 문제마저도 수수께끼로 바꿔 버렸다. 아름다움이란 무엇인가와 같은 추상적인 질문마저도 인터넷으로 검색하는 순간 해답처럼 보이는 설명이 나와 버린다. 그러다 보니 우리는 그저 새로운 정보를 휙휙 옮겨 다니며 몇 시간이고 인터넷 서핑하는 것을 지적 활동이라고 착각하고 있다. 전례 없이 풍부한 정보가 오히려 개인과 조직, 사회의 지적 역량은 퇴화시키고 있는 셈이다. 구글의 검색 담당 최고 임원인 아미트 싱갈이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검색의 정확도가 높아질수록 질문은 점점 더 게을러지고 있다고 말한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빠르게 정답이 찾아지기 때문에 우리의 호기심이 줄어드는 이유는 무엇보다 정보 간극이 그만큼 손쉽게 메워지기 때문이다. 우리는 알고 있는 것과 알고 싶어 하는 것 사이에 간극이 있을 때 호기심을 느낀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바로 이러한 정보 간극을 유발하는 데 전문가였다. 히치콕은 매 장면에서 관객에게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허용하고 어느 정도까지 정보를 감출지 완벽하게 파악했다. “관객을 가능한 한 최대로 고통스럽게 만들라”는 히치콕의 말은 그의 능력을 잘 보여 준다. 한마디로 히치콕은 일종의 정보 사디스트였다. 아울러 호기심이 소강기로 빠져든 오늘날은 여우도치형 인간들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여우도치(여우+고슴도치) 형 인간들은 다방면에 걸친 호기심(여우적인 속성)과 특정 분야에 집중한 기술력(고슴도치적인 속성)을 모두 갖춘 사람들을 일컫는다. 깊이 있는 생물학적 지식에, 경제학자 토머스 맬서스에 관심을 가질 만큼 다방면에 호기심이 많았던 다윈은 바로 이 여우도치형의 전형이었다. 하지만 사람들의 호기심이 점점 더 메말라 가는 오늘날에는 다윈의 시대에서 볼 수 있었던 혁신적인 동력이 사라지고 있다. 더 이상 ‘놀라울 것’이 없는 세상이 우리를 둘러싸게 된 것이다.

 

 

호기심이 인간을 인간답게 하리라

이상하고, 이해하기 어렵고, 당황스러운

너무나 ‘인간적인’ 역량, 호기심의 모든 것

 

호기심의 중요성은 천재 원숭이 ‘칸지’의 이야기를 통해서도 알 수 있다. 인간과 유인원의 DNA를 비교해 보면 사실상 두 종 사이에는 큰 차이가 없다. 특히나 수 새비지 럼보의 실험에 참여했던 칸지를 보면 이 사실을 더 명확히 알 수 있다. 칸지는 상징 기호들로 이뤄진 키보드를 조작해 연구원들과 의사소통을 할 수 있었을 뿐만 아니라, 지능이 두 살배기 어린아이와 맞먹었다. 그럼에도 칸지가 끝끝내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었던 이유는 바로 ‘왜’라고 묻는 호기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호기심과 다방면에 걸친 정보 축적은 인간만이 지닌 고유한 특성이다. 이를 통해 인류는 수많은 동물과의 생존 경쟁에서 언제나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저자는 이러한 호기심을 식욕, 성욕, 주거욕 다음가는 인간의 네 번째 본능이라고 말한다. 이 네 번째 본능이야말로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다른 유인원들과 구별 짓는 가장 큰 차이점이다.

사실 인간의 역사는 호기심의 역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역사적으로 볼 때 호기심은 여러 상반되는 평가를 겪었다. 초기 고대 그리스 시절에는 실질적인 이익과는 무관한 순수한 호기심만을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했다. 그러다가 중세로 들어서면서 호기심은 사악한 것이 되었다. 성 아우구스티누스는 호기심을 죄악으로 여기고 “신은 꼬치꼬치 따져 묻는 자들을 위해 지옥을 마련했다”고까지 말했다. 이는 호기심이 가진 속성을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호기심은 기존의 질서에 의문을 재기할 가능성이 높고, 통제에 따르지 않는 속성을 지니고 있다.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호기심은 가상 순수한 형태의 불복종이다”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배척받던 호기심은 르네상스기를 거쳐 근대에 와서 다시 유익하고 가치 있는 것으로 평가받는다. 이른바 ‘호기심의 방’은 호기심에 관한 당시 사람들의 생각을 엿볼 수 있다. 호기심의 방은 앞면이 유리로 되어 있는 방이나 상자에 루비, 동양의 조각상, ‘유니콘’의 뿔, 독약, 화석, 유물, 아마존의 약, 위장 결석 등 온갖 호기심을 자극할 만한 것들을 모아 놓은 것이었다. 이 모든 것들은 소유자의 지식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역할을 했다. 매우 공들인 일종의 ‘셀카 놀이’였던 셈이다.

 

그림에서 보이는 호기심의 방은 오늘날로 치면 매우 공들인 셀카 놀이라 할 수 있다.

이 캐비닛 혹은 방에는 온갖 호기심을 자극하는 것들

(심하게 말해서는 잡동사니라고까지 부를 수 있는 것들)이 총망라되어 있었다.

 

 

과연 아이들에게 교사는 필요한 것일까?

호기심과 관련된 논쟁과 실재적 진실들

 

현대에 이르러서 호기심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 호기심은 창조성과 연관되어 있고, 창조성은 곧 국가와 사회의 경쟁력을 의미한다. 푸른곰팡이가 핀 것에 호기심을 갖고 연구한 끝에 페니실린을 발견한 알렉산더 플래밍의 이야기는 호기심과 창조성의 관계를 잘 설명하는 일화이다. 이러다 보니 각국에서는 교육의 목표를 호기심을 키우고 창조성을 높이는 쪽으로 맞춰 가고 있다. 하지만 여기서 루소가 일찍이 200년 전에 이미 제안했던 진보주의적 교육관과 관련한 문제들이 발생하고 있다. 진보주의 학교들은 아이들이 내재적으로 가진 배움의 열망을 교사가 가로막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들 학교에서는 교사가 지침을 주는 강의식 교육은 금지되거나 제한적으로만 이뤄지고 놀이, 자기 표현하기 등과 같은 참여형 활동이 권장된다. 위키피디아와 구글의 시대라 할 수 있는 오늘날에는 아이패드만 있으면 어떤 아이든 선생님의 개입 없이 세상의 지식을 마음대로 탐구할 수 있게 되었다. 이들은 아이들의 창조적인 호기심에 어른들이 교육으로 뭔가를 욱여넣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것이 틀린 교육 방식이라고 말한다. 인류는 아주 오래전부터 다음 세대에 무언가를 가르쳐 왔다. 성인이 아이에게 지식을 전수하는 것은 모든 문화권에서 이뤄진 교육 방법이었다. 세상에 대한 지식을 아이 혼자서 배울 수 있다고 보는 시각 자체가 오히려 어색하고 부자연스러운 방식인 셈이다.

암기 위주의 교육이 잘못되었다는 것에 대해서도 저자는 이의를 제기한다. 창조성은 기존의 지식들을 습득(암기)하고 있어야만 비로소 발휘된다. 철학자 데이비드 흄은 ‘황금’이라는 개념이나 ‘산’이라는 개념에는 딱히 흥미로운 점이 없지만 ‘황금산’이라고 하면 흥미로운 것이 된다고 말한 바 있다. 이처럼 창의성은 결합에서 시작되는데, 이를 위해서는 기반이 되는 지식들을 이미 머릿속에 저장하고 있어야만 한다. 스마트폰을 만들려면 우선 컴퓨터와 전화기에 대해 알고 있어야 하는 것과 같다. 셰익스피어의 일화는 이러한 사실을 극적으로 잘 보여 준다. 그는 어렸을 적에 100개도 넘는 라틴어 수사법을 반복주입식 교육을 통해 외워야 하는 학교에 다녔다. 저자는 그가 학교를 좋아했는지 여부는 알 수 없지만, 교육이 그의 창의력을 질식시키지 않은 것만은 분명하다고 말한다.

책에서는 이처럼 호기심이 좋은 것인가, 나쁜 것인가와 같은 해묵은 논쟁에서부터 호기심을 장려하고 창조성을 키워 준다는 진보주의 교육의 문제점에 이르기까지 호기심에 얽힌 여러 논쟁과 견해를 알려준다. 하지만 우리는 무엇보다 호기심을 잃어버린 삶은 메마르고 의미 없는 일상의 연속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그런 면에서 매년 런던에서 열리는 ‘지루함 컨퍼런스’는 의미심장한 행사라 할 수 있다. 이 행사는 ‘일상적이고, 지루하고, 스쳐 지나가게 되는 것들’을 위해 열린다. 지난 몇 년 동안 발표된 주제는 손 건조기, 페인트 카탈로그, 버스 노선 등에 관한 것이었다. 행사에서 보이는 능청스런 비꼼과 자기비하적인 유머의 기저에는 진지한 목적이 담겨 있다. 그것은 ‘어떤 것이라도’ 흥미로운 것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이다. 아인슈타인의 다음 말은 왜 독자들이 이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함축적으로 보여 준다. “나는 별다른 재능은 없다. 단지 호기심이 왕성할 뿐이다.”

 

서론 - 네 번째 본능

1부 호기심은 어떻게 작동하는가

1장 세 가지 길
2장 호기심은 어떻게 시작되는가
3장 수수께끼와 미스터리


2부 호기심 디바이드

4장 호기심으로 본 세 개의 시대
위험의 시대
질문의 시대
답의 시대

5장 호기심이 가져다주는 보상
6장 질문하기의 힘

7장 배움의 중요성
1. 아이들에게 과연 교사는 필요한가?
2. 창의력을 위한 사실정보의 필요성
3. 진보주의 교육의 문제점

3부 호기심을 잃지 않고 살아가기

8장 호기심을 잃지 않는 일곱 가지 방법
1. 바보가 되기를 멈추지 마라
2.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라
3. 여우도치가 돼라
4. 기저를 파악할 수 있는 ‘왜’를 질문하라
5. 실험과 사색을 아우르는 사람이 돼라
6. 찻숟가락이라도 연구하라
7. 수수께끼를 미스터리로 바꾸어 내라

후기 - 비야르니 헤르욜프손의 선택
감사의 글
미주
옮긴이의 말 - 호기심, 세상과 소통하는 힘
참고문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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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이언 레슬리

런던에서 활동하는 광고업자이자 작가이다. 저서 『타고난 거짓말쟁이들: 누가 왜 어떻게 거짓말을 하는가』는 「데일리메일」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놀랍고 매력적인 책”이라는 찬사를 받았으며 BBC 라디오 4에서 ‘금주의 책’으로도 뽑혔다. 「인텔리전트라이프」, 「뉴스테이츠맨」, 「가디언」 등 다양한 매체에 사상, 아이디어, 문화, 정치 등에 관해 기고하고 있으며 BBC 라디오의 코미디 프로그램 「유명해지기 전의 그들」의 기획자이자 진행자이기도 하다.

역자

김승진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하고 동아일보에서 경제부와 국제부 기자로 일했다. 현재는 미국 시카고대학교 사회학과에서 환경과 경제에 대한 주제로 박사 과정을 밟았다. 옮긴 책으로 『낭비와 욕망』, 『물건 이야기』, 『지구를 위한 다이어트 혁명』, 『하찮은 인간, 호모 라피엔스』, 『불멸화 위원회』 등이, 함께 옮긴 책으로 『헝그리 플래닛』, 『칼로리 플래닛』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