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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럼버스의 교환

황상익

364쪽, 신국판, 18,000원

2014년 03월 01일

ISBN. 978-89-324-7226-3

2014년 문화체육관광부 세종도서

이 도서의 판매처

의학, 문명, 역사라는 코드로 20여 권의 책을 낸, 이 분야 최고 권위자인 황상익 교수(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의 질병과 문명 이야기!

 

인류 탄생부터 오늘날까지의 질병과 의학의 역사를 개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책이 나왔다. 인류의 시작부터 인간과 함께해 온 질병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이 책은 세계대전보다 더 큰 사상자를 내곤 했던 질병과의 일방적인 전쟁에서 반전을 일으키고, 이제는 팽팽히 맞서고 있는 흥미진진한 의사(醫史)서이다.

? 콜럼버스의 교환이란?

신대륙과 구대륙 사이에 일어난 질병의 교환을 뜻한다. 신대륙에서 구대륙으로 넘어온 것은 기껏해야 매독 정도였지만, 구대륙에서는 두창, 인플루엔자, 홍역, 장티푸스, 말라리아, 디프테리아, 백일해와 같은 여러 가지 병이 넘어갔다. 두창, 인플루엔자, 홍역 등은 가축 또는 야생동물로부터 시작해 인간으로 넘어온 병들인데, 그런 동물들이 아메리카 대륙에는 없었고 따라서 신대륙은 그런 병들이 없는 처녀지였다. 아메리카 원주 문명은 수준 높은 문명이었고 군사력도 크게 뒤지지 않았는데도 쉽게 멸망한 이유가 이것이다. 처음 접하는 질병에 노출된 원주민들로서는 손쓸 수도 없이 무차별 공격을 받아 말 그대로 괴멸적인 피해를 보게 된 것이다.

 

  

신이 만든 질병, 인간이 만든 질병!

올 초에 전국을 긴장시킨 조류독감 때문에 닭이나 오리를 즐겨 먹던 사람들의 마음이 불편해진 것은 물론이고 집단 폐사된 오리나 닭 때문에 사육 농가는 시름에 잠겼다. 사람들이 가장 걱정하는 것은 조류독감이 인간에게 감염되지 않을까 하는 것일 텐데, 이 책 속의 조류독감에 대한 내용을 한번 살펴보자.

 

? 조류독감(조류 인플루엔자) 등 동물의 병에 인간도 감염될 수 있을까?

이 장 첫머리에 비슷한 얘기를 했지만 인간이 앓고 있는 전염병들 중 많은 것들이 동물로부터 사람에게 넘어온 것들이다. 이렇게 인간과 동물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전염병을 인수공통전염병이라 한다. 다른 동물들의 모든 전염병이 사람에게 옮는 건 아니다. ‘종간 장벽이라는 용어가 있는데, 사람이란 종과 다른 동물 종 사이에는 높은 장벽이 있어서 웬만해서는 병을 일으키는 병원체가 그 장벽을 넘어올 수 없다. 그런데 간혹 그걸 넘어오는 경우가 있고 그러면 문제가 생기게 되는 것이다. 종간 장벽을 넘어서 인간에게 피해를 입힐 가능성은 동물과 접촉하는 기회가 많아질수록 커질 것이다. 사람과 가축, 가금이 한 집안에서 살다시피 하는 그런 나라들에서부터 조류독감이나 신종플루가 시작되었단 얘기를 한다. 에볼라열이나 에이즈의 경우도 아프리카 밀림 지대를 무분별하게 개간하고 개발하면서 거기 숨어 있던 병원체들이 인간에게 옮겨진 것이다. 그런 점에서 이러한 질병들을 사회적인 질병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구나 현대 사회에서는 이런 새로운 전염병이 더욱 위험할 수 있다. 과거에는 지금처럼 교통이 발달하지 않았기 때문에 전염병이 전파되는 데 시간도 많이 걸리고 그 밖에도 여러 가지 전파의 어려움이 있었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순식간에, 어쩌면 하루 사이에도 전 세계로 병이 퍼져 나갈 수 있다. 문명이 발달하면서 여러모로 편리하게 살게 되었고 질병을 극복하는 힘도 강해졌지만 반면에 질병의 공격과 위협에 아주 취약하게 된 면도 있다. 발달된 문명의 경로를 따라 순식간에 새로운 전염병들이 전파되어 인간을 위협할 수 있게 된 것이다. -p215

 

그렇다면 인간은 언제부터 이런 질병들에 시달리기 시작했을까?

 

학자들에 의하면 질병은 인간이 존재하기 전부터 있었다고 한다. 그러니까 인류의 기원부터 인간과 함께해 온 것으로, 이 질병의 역사는 곧 인간의 역사라 할 수 있다.

 

인간은 공격해 오는 질병에 맞서고, 때론 정복하는 듯하다 진화된 질병에 역습당하고, 문명의 허점을 통해 새로 생겨난 질병과 또 다른 전쟁을 시작했다. , 신이 만든 질병부터 인간이 만들어 낸 질병까지, 끊임없이 인간을 위협하는 질병과 그에 맞선 인간의 역사가 질병의 역사이자 인간의 역사이다.

 

역사의 흐름을 보면 인간의 질병관에 따라 의술도 변화하는 것을 볼 수 있다. 원시시대에도 머리를 뚫는 수술의 흔적이 있다는 흥미로운 이야기가 등장하는데, 이것은 외과적인 수술이라기보다 병을 귀신이 들어오는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 당시 사람들이 귀신이 머리 구멍으로 다시 빠져나가라고 길을 터준 것이다. 이런 질병관을 가졌기 때문에 그 당시 사람들의 질병에 대한 대처가 지금과 다른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오늘날과 같은 질병관을 갖는 데 기본이된 해부학은 언제 시작됐을까? 시체에 손대는 것을 금기시한 것은 서양도 마찬가지였기에 그곳에서도 르네상스가 꽃핀 1500년대에 이르러서야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그리고 이 르네상스 시기에 질병의 교환이 가져온 역사적 재앙들이 일어난다. 신대륙에 새로운 질병을 퍼뜨리며 원주민을 전멸시킨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이것은 질병이 역사의 방향을 바꿔 놓은 사건 중 하나로, ‘콜럼버스의 교환이라고 부른다. 이 사건은 괴멸당한 아메리카 원주민 대신 신대륙에서 일할 노동력으로 아프리카 원주민을 잡아들이는 일로 이어진다. 이렇게 전염병은 인간 세계를 파괴하곤 했다. 하지만 인간이 일방적으로 당하던 질병사는 반전을 맞는다. 과학의 혁명이 불러온 의학의 혁명, 현대 의학의 탄생, 외과의 발전이 인간과 질병 사이를 팽팽하게 만들며 전염병의 퇴각이 시작된 것이다. 특히 외과의 발전이 흥미진진한데, 수술을 할 수 없었던 큰 이유인 마취, 감염, 수혈 문제가 해결되면서 비약적인 발전을 한다.

 

그중에서 가장 중요한 문제인 마취술의 발전을 살펴보자. 맨정신으로 수술을 받을 수 있는 사람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렇기에 마취제 개발 이전엔 수술을 거의 할 수 없었다. 물론 아편이나 알코올을 사용하기도 했지만 수술을 할 수 있을 정도의 효과는 없었다. 그러다 화학이 발전하면서 여러 가지 물질이 마취제로 거론되었다. 웃음 가스라고 불린 아산화질소가 첫 번째 후보로 지목됐지만 결과는 성공적이지 못했고 웃음거리가 되고 말았다. 하지만 후대에 밝혀진 바로는 농도를 더 높였다면 성공했을 거라고 한다. 이후 에테르가 마취에 성공하고 클로로포름 등 다른 마취제들도 개발되면서 마취는 더 이상 수술의 걸림돌이 되지 못한다.

 

하지만 마취제가 개발되기 전에도 수술은 이루어졌다. 그 예로 고대 인도에 성행한 코 성형수술을 들 수 있다. 코를 베어버리는 당시 인도의 형벌 때문에 성형수술이 발달한 것인데, 베어 낼 땐 언제고 기간이 한참 지나면 죄를 사면했고 생활하기 불편하고 보기에도 좋지 않으니 복원 수술을 한 것이다. 그 옛날에도 성형수술을 했다니 참 놀랍다. 게다가 그 시술 방법도 미개해 보이지 않는다. 이마의 살을 떼어 내 코가 베어진 자리를 복원하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그림을 보면 꽤나 성공적인 결과를 보였을 것 같다. (p168 그림 참조)

그렇다면 일반 외과 수술은 언제부터 가능해졌을까? 예전에는 이발사?외과의사가 사람의 겉면이라 할 수 있는 피부 염증이나 부스럼 등을 치료했다. 그러다 1700년대에 이발사와 외과 의사가 분리되고, 19세기 중엽에 접어들면서부터 본격적으로 현대적인 외과가 탄생하게 된다. 해부학, 생리학이라는 기반 위에 파스퇴르나 코흐 등에 의해 세균이 병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증명되고, 위에서도 언급했던 마취, 수혈, 감염 문제가 해결되면서 눈부신 발전을 하게 된 것이다. 19세기는 산업화의 시대, 산업혁명의 시대이다. 새로 산업화가 시작된 이 시기의 유럽 산업도시 노동자들의 평균수명은 15세였다. 산업화가 시작될 무렵 유럽 사람들의 평균수명은 35세였는데, 이것도 지금 기준으로는 상당히 낮다. 그런데 본격적으로 산업화되어 갈 때의 15세라는 평균수명은 그냥 낮은 것이 아니라 충격적일 정도로 낮다. 영양 상태가 극도로 부실한 상태에서 어린 나이부터 가혹한 노동에 시달린 탓이다. 그리고 산업화로 인해 환경이 오염된 것은 물론이고, 안 좋은 작업 환경에 별다른 조치 없이 그대로 노출되어 일했던 것도 문제였을 것이다.

산업국가에서는 전염병이 큰 문제였는데, 그중에서도 대표적인 전염병인 결핵은 유럽의 경우 생활 여건이 좋아진 1900년 이후 점차 줄어들고, 나중에 산업화된 후진국에서는 결핵약이 개발된 1945년 이후에야 줄어드는 모습을 보인다. 후진국의 경우, 생활환경이 아닌 약이 결핵을 퇴치해 준 것이다. 이런 사례를 살펴봐도 알 수 있듯 의료 기술만이 질병 퇴치의 전부는 아니다. 인간의 의??주가 윤택해지면서 병에 대한 인간의 저항력이 강해진 것도 큰 영향을 미친다

들어가기 전에
머리글

1부 질병의 탄생, 의학의 탄생
제1장 질병의 탄생과 인간의 역사
질병의 탄생
실낙원의 신화
선사시대의 질병과 의술
제2장 현대 의학의 뿌리, 히포크라테스
‘히포크라테스 의학’의 특성
전문적 직업의 의사 집단 출현
제3장 질병의 세계화와 인체 해부학의 발전
인체 해부학의 탄생과 발전
질병의 교환과 세계화

2부 과학의 혁명, 의학의 혁명
제4장 과학 혁명과 의학
과학혁명 시대, 근대 생리학의 탄생
질병관의 변화
제5장 현대 의학의 탄생
‘해부 병리학’의 탄생
본격적인 현대 의학의 발전
제6장 외과의 발전, 의학의 발전
‘타진법’과 ‘청진법’의 등장
외과의 발전
제7장 전염병의 퇴각
전염병의 극복
새로운 전염병의 등장
제8장 의료화 사회와 노벨 의학상
의료화 사회
20세기 의학, 실험을 통한 발전
노벨 생리의학상 이야기

3부 우리나라 현대 의술의 도입과 발전
제9장 우리나라 근대 의료의 도입 과정
근대 서양의학의 도입 경로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서양식 국립병원 ‘제중원(광혜원)’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의과대학 ‘의학교’
제10장 전통 시대 한국인들의 건강과 질병
전통 시대 한국인들의 질병
조선 시대의 전염병
제11장 일제 강점기 한국인들의 질병과 관리 실태
일제 강점기의 전염병과 관리 실태
일제 강점기 한국인들의 질병
제12장 현대 한국인들의 건강과 질병
해방 이후의 질병과 의료
현대 한국인들의 건강

참고 및 추천 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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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황상익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인문의학교실 교수. 서울대학교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동 대학원에서 의학박사학위를 받았다. 의학과 의술의 발전 과정, 질병의 변천과 그에 대한 대응, 북한의 보건의료, 환자‧의사 관계, 문명 간의 교섭이 주된 관심 분야이다. 대한의사학회, 한국과학사학회, 한국생명윤리학회 회장과 제1대 전국교수노동조합 위원장을 지냈고 지금은 국제고려학회 부회장 겸 서울지회 회장을 맡고 있다. 저서는 『첨단의학시대에는 역사시계가 멈추는가』, 『인물로 보는 의학의 역사』, 『의대담』, 『근대 의료의 풍경』 등이 있고, 번역서로는『문명과 질병』, 『콜레라는 어떻게 문명을 구했나』, 『역사 속의 보건의료』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