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 상 수상자이자 신비로운 문학회 “베이커 가 특공대”의 회원인 마이클 더다가 추리 소설 마니아의 공통 필수 과목, 코난 도일을 다룬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이 장르 문학 애호가 김용언 씨의 번역으로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되었다. 2012년 에드거 상 비평 부문을 수상한 『코난 도일을 읽는 밤』은 셜로키언(홈즈 이야기에 열광하는 사람들)과 도일리언(코난 도일을 추종하는 사람들)의 필독서로 인정받고 있다.
전작 『고전 읽기의 즐거움』으로 우리에게도 잘 알려진 미국을 대표하는 문학 비평가이자 서평가 마이클 더다는 일생 동안 셜록 홈즈 모험담에 열정을 바쳐 온 오랜 팬이자, 전 세계에서 가장 유명하고 로맨틱한 셜로키언들의 모임인 베이커 가 특공대(The Baker Street Irregulars)의 회원이기도 하다. 1978년부터 지금까지 「워싱턴 포스트」에 문학 기사와 서평을 집필하고 있으며, 1993년 그의 서평들에 대하여 퓰리처 상이 수여되었다. 원제는 On Conan Doyle: or, The Whole Art of Storytelling(2011년, 미국 Princeton University Press 출간).
“동시대의 비슷비슷한 작가들 사이에서 왜 코난 도일만이 셜록 홈즈를 창조할 수 있었는지 친절하고 체계적으로 알려주는 가이드가 없었다. 이제 우리는 그런 가이드를 찾았다. 더다는 그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작가 코난 도일의 모든 것을 이 책에 풀어 놓았다.……『코난 도일을 읽는 밤』의 번역은 혼자 재미있어 하며 킬킬거리는 독서에 가까웠다고 고백할 수밖에 없다. 한 페이지씩 넘길 때마다 빨리 번역이 끝나서 지금 당장 나 혼자 재미있어 하는 지점들을 다른 독자들과 나누고 싶어 혼자 안달복달할 지경이었다.”
-옮긴이의 말 중에서
“그날 밤 나는 『셜록 홈즈의 모험』을 다 읽었다. 책장을 덮었을 때 나는 지금까지 세상에 나온 가장 훌륭한 책 중 한 권을 보았음을 직감했다. 그리고 오늘날까지도, 열두 살 소년의 올바르고 균형 잡힌 비평 감각을 경이롭게 돌이켜 본다. 지금은 문학을 평가하는 내 기준에 관한 성숙한 자신감 덕분에, 여전히 『셜록 홈즈의 모험』이 전 세계 문학을 통틀어 걸작 중 한 편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본문 중 엘러리 퀸의 말에서
“아무리 겸손해진다 하더라도, 어쨌든 홈즈 같은 경찰은 없다.”
“홈즈의 창시자”에 관한 매력 넘치는 사적 입문서이자
“당대의 가장 위대한 타고난 스토리텔러”의 글쓰기에 대한 탐구서
셜록 홈즈를 비롯한 코난 도일의 작품 이야기이자 그의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을 담은 책. 셜록 홈즈 이야기 그 너머로 나아가 글쓰기의 주목할 만한 본체를 탐구해 보자는 초대장이자, 줄거리와 분위기에 대한 찬탄, 모험과 로맨스, 독서의 즐거움에 관한 책이다. 모든 종류의 스토리텔링을 아우르는 코난 도일의 이야기꾼으로서의 면모를 밝히며 “좋은 이야기는 어떻게 구성되는가”라는 가르침을 준다. 부제는 베이커 가의 탐정이 오랫동안 계획했으나 쓰지 못한 것으로 보이는 걸작 『추적의 모든 기술(The Whole Art of Detection)』을 환기시키려는 유쾌한 노력이다. 추리 소설 학교에 코난 도일 학과가 있다면 분명히 공통 필수 과목 교재로 채택될 만한 책이다.
홈즈의 미스터리 소설뿐 아니라 놀랄 만큼 다채로운 장르에 걸쳐 있는, 덜 유명하지만 여전히 매혹적인 도일의 다른 작품도 소개한다. 다작 직업 작가였던 도일은 빅토리아 시대 초자연적 사건을 다룬 단편들의 가장 중요한 대가 중 한 명이었으며 과학 소설의 초창기 전문가, 역사 소설의 대표적 작가, 매력적인 에세이스트이자 회고록 작가였다.
더다는 어린 시절 『바스커빌 가문의 개』와 처음 맞닥뜨린 기억에서 출발하여, 홈즈 탐정 소설의 특징과 도일의 글쓰기 방법을 해설한다. 홈즈에 이어 두 번째로 유명한 도일의 작중 인물인 챌린저 교수의 모험담을 『잃어버린 세계』와 『독가스대』에서 살피고, 공포와 초자연적 현상에 관한 불가사의한 단편들을 이야기한다. 도일이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책에 관한 회상과 평생의 독서와 글쓰기를 담은 회고록 『마법의 문을 지나』와 코일의 “무시당한” 중세 모험 소설 등을 함께 거론한다.
셜록 홈즈 팬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봤을 신비로운 문학회 ‘베이커 가 특공대’의 무척이나 로맨틱한 활약과 전통에 대해, 이를테면 특공대들 사이에서 “그랜드 게임”으로 통하는 활동의 정체를 밝히는 등 내부자의 해설을 곁들인다. 1934년 문학 저널리스트 크리스토퍼 몰리가 설립한 이 단체의 이름은 종종 홈즈에게 도움을 줬던 거리의 부랑아 소년들에게서 따왔다. 홈즈는 이들을 두고 “어디든 가고, 모든 것을 보고, 사람들 전부를 엿들을 수 있다”고 평했다. 이어서 셜록 홈즈와 왓슨 박사의 사후 영향력을 돌이켜 본다.
“베이커 가 특공대”의 회원이자 미국 비평계의 거목이 밝히는
베이커 가 221B번지와 사랑에 빠진 이들을 위한 숨겨진 보물
“스토리텔링의 모든 기술”이라는 부제에 걸맞게 지은이는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아서 코난 도일이 베이커 가 221B번지 거주자들의 문학적 대리인에 불과한 존재 그 이상임을 보여 줄 수 있었기를 바란다. 미스터리나 공포, 과학 소설이나 로맨스, 사회적 리얼리즘이나 역사 소설, 회상록이나 에세이를 읽고 싶다면, 아서 코난 도일이 바로 그 해답이 되어 줄 것이다”라고 설레는 자신감을 보인다.
도일은 군살이 쭉 빠진 경제적인 글쓰기에 있어선 단연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한다. “단순하고 직접적이며 곧잘 경구(警句)적인, 신비스럽게 매력적인 1인칭 산문을 통해 강렬하면서도 매우 자주 놀라운 시적 효과를 성취했다. 가장 중요한 이 마지막 특징은 블라디미르 나보코프가 ‘샤만스트보shamanstvo’라고 명명한 마법사의 자질이다”고 평한다. 또한 도일은 자신의 작품 『마법의 문을 지나』에서 내러티브의 기교에 대해 특별히 박식한 설명을 곁들인다. 그에 따르면, 위대한 단편 소설은 위대한 장편 소설보다 훨씬 드물다. 힘과 참신성, 치밀함, 강렬한 흥미를 갖춰야 하며 또한 독자의 마음에 단 하나의 생생한 인상을 남길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바로 그런 이유로 “역사상 최고로 독창적인 단편 작가는 앨런 포”라고 말한다.
더다는 “이 책들 모두, 특히 『셜록 홈즈의 사건집』이 가장 두드러지게 보여 주는 특징은 인간이 겪는 광범위한 고통과 현대 사회의 잔혹함, 성애화, 폭력을 중점적으로 다뤘다는 점이다”라고 꿰뚫어 본다.
“작은 판형의 셜록 홈즈 소설 모음집은 몰리(베이커 가 특공대의 설립자)나 나 자신, 그리고 더 많은 사람에게 훨씬 어마어마하게 큰 책이었다. 그 책은 바로 ‘소설의 백과사전’이자 ‘삶을 훌쩍 넘어서는 예술의 우월한 승리의 예’였다”고 고백하며 코난 도일의 천재성에 격한 찬사를 보내기도 하고, “종국에는 홈즈가 자신의 추리 능력을 설명하듯 ‘사소한 것을 관찰하기’가 문학 비평의 본질임을 깨닫게 됐다”고 깨달음을 공유하기도 한다.
우리가 지나치기 쉽거나 잘 몰랐던 흥미로운 사실도 살짝 들려준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의 서평을 쓰면서 “홈즈 같은 탐정으로 등장하는 키 큰 매부리코 수도사의 이름이 ‘바스커빌의 윌리엄’임을 주목하지 않을 수 없었다”고 말한다. 또한 “자크 데리다와 폴 드 만 같은 당대의 문학 평론가들이 탐정물에 대해 진지하게 고찰했다. 예를 들어 자크 라캉은 앨런 포의 「도둑맞은 편지」에 대한 세미나를 통해 큰 영향을 미쳤으며, 움베르토 에코는 자신의 기호론 에세이를 엮은 책에 아예 ‘세 사람의 서명: 뒤팽, 홈즈, 퍼스’라는 제목을 붙였다”고 밝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