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는 과연 가톨릭 신자였을까?
이 세상과 모든 도시의 교회들의 어머니이자 머리인
로마와 바티칸시티, 그리고 가톨릭교회의 모든 것
이 책은 2003년 을유문화사에서 출간된 『가톨릭 교회』의 개정판으로 저자 한스 큉은 20세기 가장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으로 평가받고 있다. 가톨릭의 기원에서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의 역사적 흐름을 일목요연하게 전개해 나가고 있는 이 책은 신학사의 걸작으로 평가받는다. 저자는 초기 나자렛의 작은 마을에서 세계적인 종교가 된 가톨릭의 성공과 실패, 그리고 도전과 좌절의 역사를 소개하면서 우리에게 진정한 가톨릭교회의 모습은 어떠해야 하는지를 이야기한다. 가톨릭 교리와 신앙을 실천하는 방법과 그 해석에서 혁신적으로 근대화했다고 평가받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학 자문위원을 역임했던 저자답게 한스 큉은 오늘날의 폐쇄적이고 권위적인 가톨릭 제도를 상당히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특히 교황은 오류를 범하지 않는다는 교황무류성에 대한 비판과 공격을 이 책에서도 멈추지 않는다. 이와 관련한 요한 바오로 2세와의 분쟁은 잘 알려져 있다. 요한 바오로 2세는 취임하자마자 바로 다음 해에 한스 큉의 가톨릭 교수직을 박탈하였는데, 이러한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큰 파문을 불러일으켰고, 당시 교황의 조치에 대한 격렬한 찬반 논쟁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저자는 오늘날 전 세계 가톨릭 사회의 중심이자 총아가 된 로마의 바티칸과 그 정점에 서 있는 교황 중심주의를 비판한다. 이 책에서 저자가 밝혔듯이 초기 기독교 사회는 오늘날의 이러한 엄숙하고 딱딱한 의식과 절차, 사제와 신도의 차별, 서열화, 계급화 등과는 거리가 먼, 모두에게 열려 있는 자유롭고 평등한 모임을 추구했다. 예수는 여자라고 해서 자신의 제자로 받아들이지 않거나 무시하지 않았으며, 베드로가 열두 제자를 대표하기는 했지만 그 이상의 어떠한 권위를 지니거나 하지는 않았다. 근대의 민주주의를 열어젖혔다고 평가받는 프랑스혁명의 자유, 평등, 박애 사상이 일찍이 기원전 중동의 한 지방에서 이미 이루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가톨릭교회는 오늘날과 같은 권위와 힘을 지니지 못했다. 유대교로부터 배척당해 핍박받는 소수 종교였으며, 여러 로마 황제들로부터 박해를 받아 수많은 신자들이 순교를 해야만 했다. 그랬던 기독교가 나중에 로마의 공식 종교로 인정받고 서유럽, 나아가 전 세계로 전파되어 세계 3대 종교 중 하나로 우뚝 서기까지의 과정을 저자는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보여 준다. 특히나 자신이 신학자이자 가톨릭 신부임에도 불구하고 결코 가톨릭의 오류나 범죄를 옹호하거나 미화하지 않고 객관적이면서도 날카로운 시각으로 역사적 사건을 써내려가고 있는 저자의 글을 읽다 보면 진정한 노학자의 깊이 있는 시각이란 무엇인지를 깨달을 수 있다.
위대한 신학자 중 한 사람이자 가톨릭계의 대표적 아웃사이더
한스 큉이 전하는 가톨릭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
가톨릭교회는 성직 수여 논쟁으로 교황 그레고리우스 7세와 다툼을 벌인 독일 하인리히 4세가 엄동설한에 카노사의 성 밖에서 맨발로 서서 용서를 구한 ‘카노사의 굴욕’을 정점으로 점점 서양에서 내리막길을 걷게 된다. 저자는 이 과정에서 교황이 벌인 면죄부 판매와 같은 부정부패를 담담히 기술해 나간다. 독일의 마틴 루터가 95개조의 반박문을 내걸며 시작된 교회의 개혁 운동은 결국 신교와 가톨릭의 분열을 낳았다. 한스 큉은 가톨릭 신부였던 마틴 루터가 처음부터 교회의 분열을 생각한 것은 아니었다는 점을 지적한다. 루터는 자신이 몸담고 있는 가톨릭의 세속적인 잘못을 바로잡고자 했을 뿐이었지만 로마 바티칸의 교황을 중심으로 한 구세력들은 이러한 일반 신자와 사제의 개혁 요구를 수세기 동안 내려져 온 익숙한 방법, 즉 파문과 종교재판 회부, 협박 등으로 덮으려 했던 것이다. 한스 큉은 만약 그때 교황과 교황청이 마틴 루터의 개혁안을 받아들여 가톨릭을 혁신했다면 오늘날 가톨릭의 모습은 좀 더 신자 중심의 넓은 종교가 됐을 것이라 생각한다.
이 책이 기독교사를 다루고 있는 기타의 책들과 다른 점이자 매력은 이와 같은 미래 지향성에 있다. 과거의 사실을 알기 위한 역사서가 아니라 미래를 준비하기 위한 역사서라는 점에서 이 책은 특별하다. 또한 한스 큉만큼 이러한 임무를 수행하기에 적절한 신학자도 없다. 평생에 걸쳐 쌓은 방대한 지식과 투쟁을 통해 얻은 통찰력이 훌륭하게 결합되어 있는 이 책은 일반 독자들을 위해 평이하게 써 내려간 개론서이자 전문가가 읽기에도 손색이 없는 거장의 날카로운 시각이 담긴 책이다.
“마치 출애굽기의 힘든 투쟁과 여정을 다 마치고 비스가 산정에 서서 이스라엘 민족의 역사와 자신의 일생을 회고하며 「모세 5경」을 써 나갔다는 모세와 같은 심정으로 한스 큉은 가톨릭교회의 역사와 자신의 삶을 반추하며 이 책을 서술하고 있다. 눈앞에 펼쳐진 가나안 복지에 가슴 벅찼던 모세처럼 한스 큉의 시선도 새롭게 시작된 제3천년기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다. 따라서 이 책의 특징이자 매력은 그 미래 지향성에 있다.”
- 옮긴이의 말 중에서
저자
한스 큉
현존하는 종교계의 최고 지성이라 불리는 한스 큉은 1928년 스위스에서 태어났다. 교황청 부설 그레고리안 대학교에서 철학과 신학을 공부한 뒤 1954년 로마 가톨릭 신부로 서품을 받았다. 이후 파리의 소르본 대학교와 가톨릭 대학교에서 수학한 뒤 1957년 신학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1960년 독일 튀빙겐 대학교에서 가톨릭 신학 교수로 부임했다. 튀빙겐 대학교에서 교회일치연구소를 이끌어 온 그는 1962년 가톨릭 교리와 신앙 실천의 주요 영역들을 혁신적으로 근대화하였던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신학 자문위원을 역임하였다. 교황무류성과 같은 가톨릭교회의 전통적 교리에 의문을 제기하여 1979년 바티칸으로부터 신학 교수직을 박탈당하였고 이 일은 엄청난 국제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이후 튀빙겐 대학교는 그를 신학 교수직이 아닌 개인적인 교회일치 신학 교수직에 임명하였다. 한스 큉은 1996년 대학에서 퇴임한 후 세계윤리재단 회장으로 선출되어 여전히 충실한 가톨릭 신부로 활동하고 있다. 그의 수많은 저서들 가운데 특히 『기독교인이 된다는 것』 『하느님은 존재하는가? 현대를 위한 답변』 『유대교』 『기독교: 그 본질과 역사 그리고 미래』 『한스 큉의 이슬람』 『그리스도교』 『한스 큉 과학을 말하다』 『교회란 무엇인가』 『그리스도교 여성사』 등이 유명하다.
역자
배국원
연세대학교 철학과와 미국 남침례교 신학교를 졸업하고, 하버드대학교 종교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현재 침례신학대학교 종교철학 교수이며 대학원장으로 재직하고 있다.
침례교 종교 철학자인 그가 가톨릭의 신학자인 한스 큉의 저서를 번역한 이번 작업은 얼핏 부자연스러운 듯 보이지만, 구교와 신교를 뛰어넘는 근원적 일체감이 돋보이는 의미 있는 작업이었다.
저서로는 <현대 종교철학의 이해>, <Homo Fidei> 등과 <신의 역사>, <현대 종교학 담론>(공역) 등의 역서가 있다.